어느 나라든 선거의 최대 관심사는 정권교체 여부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4연임 폐단을 보고 나서 미국이 헌법에 대통령의 선임을 2선으로 제한한 이후 정권은 거의 정례적이라고 할 만큼 민주당과 공화당이 번갈아 차지했다. 이번 대선의 관심도 민주당의 연속집권이냐 공화당으로의 정권교체냐이다.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국의 정치에서 현직 대통령에게 큰 실정이 있으면 4년 단임으로 끝나고 정권은 야당으로 넘어갔지만, 대개는 현직 프리미엄을 업고 연임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연임의 경우 다음 선거에선 거의 예외 없이 정권은 교체됐다
우리 어머님은 여덟이나 되는 자식들을 기르면서 하나하나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쏟으셨다. 하나라도 혹 아프거나 하면 “내가 대신 아프자”고 하시며 스스로 우리의 고통을 짊어지려 하셨다. 특히 어릴 때 관절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막내 누나에 대해 지극한 정성과 사랑을 베푸셨다. 그러면서 항상 속담을 인용하셨는데, 우리는 이런 소박한 말씀에서 알게 모르게 형제들이 모두 손가락과 같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진리를 마음에 새겨놓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듯이 국가 유기체도 마찬가지
미국이 2003년 3월20일부터 26일간 이라크를 상대로 전쟁을 벌였을 때 인터넷에서 인기를 끈 검색어 가운데 하나는 ‘동침보도(embedded journalism)’였다고 한다. 동침보도는 미국과 영국·오스트레일리아 연합군과 같은 침상을 쓰는 종군기자들이 연합국의 시각을 대변할 수밖에 없음을 빗댄 것이다. 이는 객관적인 상황, 즉 진실을 알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한쪽 얘기뿐 아니라 상대방 얘기도 들어봐야 사실에 근접한 상황과 정보를 알고 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
모든 일에는 징후가 있다. 대형 참사가 일어나려면 수백 번의 작은 사고가 앞서고, 심한 병을 앓기 전에 신체에 작은 이상들이 나타나듯이.때론 영화의 상상이, 아니면 과거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현실의 징후를 일려주기도 한다.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이야기를 영화가 하는 걸까. 그 상상과 재조명이 지금 아니면, 곧 다가올 미래와 결코 무관하지 않은 일종의 ‘예감’ 같은 것이기 때문일까. 미국 경제붕괴 부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다뤄···우리 현실은?지난달 국내에서도 개봉한 아담 맥케이 감독의 영화 ‘빅 쇼트’
어느새 입춘이 지나고 산악인들이 시산제를 지내는 때가 다가왔다. 산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이나 기업인들도 해가 바뀌면 산에 올라 새해 소망이나 경영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의지를 다지기도 한다. 시산제를 드리기 좋은 장소로 지역마다 기가 센 곳을 찾게 되는데 서울 근교에서 기(氣)가 가장 센 곳으로는 강화도 마니산(472m)과 하남 검단산(657m)을 들고 싶다. 백두산을 출발한 백두대간이 남쪽으로 향하다가 속리산 천왕봉(1058m)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한북금북정맥을 이루고 안성 칠장산(492m)에서 금
어렸을 적 읽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雪國)’의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된다.‘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겨울철 일본에는 눈이 많이 내린다. 특히 북쪽 홋카이도(北海道)는 눈의 나라다.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울린 영화 ‘철도원’과 ‘러브레터‘의 배경도 이곳이다.이번 겨울에 그곳을 여행했다. 여행 끝 무렵에는 일행과 떨어져 홀로 기차 여행을 했다. 차창을 통해 끝없이 펼쳐지는 원시림과 설원 그리고 북태평양 바다의 풍경들을 보면서 나는 오랜만에 차분하고 깨끗해지는 마음 상태를 느꼈다.이때 느낌
오늘날 돈은 한편으로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 소외와 탐욕의 상징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달함에 따라 돈의 용도는 점점 다양해지고 위력은 더 커져왔다. 지금은 금전만능주의가 절정에 도달한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이 중요해질수록 이에 반비례해 인간 소외가 더욱 심해지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것은 대표적인 가치전도 현상이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칼 융이 강조했던 대극 반전에 해당한다. 삶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돈이라는 삶의 수단에 자리를 내주고 객체의 위치로 격하된 것이다.
남중국해에서, 그리고 한반도에서 세계 1위 미국과 세계 2위 중국의 신경전이 예사롭지 않다. 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도발에 중국은 한 치 물러섬 없이 맞받아치고 있다. 정치, 경제, 군사 등 거의 모든 방면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암중모색이 치열하다. 일본과 중국, 세계 질서를 보는 눈 전혀 달라언젠가 세계 2위 일본과 세계 2위 중국의 행보를 비교한 칼럼을 본 적이 있다. 어느 일본 언론인의 말을 빌려 ‘두 나라는 세계 질서를 보는 눈이 전혀 다르다’고 지적했다. 1968년 세계 2위 자리
미국 사람들은 걸핏하면 고소하고 재판정으로 간다. 몇 년전 통계에 따르면 주정부 법원에 나온 민사, 형사사건 수가 무려 1억 건이 넘는다. 평균 성인 두명 중에 한 명이 재판을 했거나 하고 있는 셈이다. 모든 문제를 법률적으로 해석하고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이성적인 태도일지는 모르나 이렇게 너무 많으면 사회 발전이 저해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미국은 가히 변호사들의 천국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런 일로 먹고 사는 변호사가 100만명이나 된다. 미국에는 변호사를 놀려대는 각종 조크가 많아 이를 따로 ‘로이어스 조크(Lawyers
한양대 문화재연구소는 2007년부터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 길란주(州)에서 이란 국립고고학연구소와 발굴 조사를 벌였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인류가 어떤 경로를 거쳐 동아시아로 이동했는지 확인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공동 조사단은 기대했던 대로 야르살만 동굴에서 카스피해 연안에서는 처음으로 무스테리안식(式) 중기 구석기시대 긁개를 찾아냈다. 무스테리안 문화는 10만∼5만년 전 네안데르탈인이 이룩한 문화이다. 한국, 구석기 유적 공동발굴 제안 응하지 않아 이란과 멀어져조사가 성과를 거두자 이란 고고학연
시리아의 알레포 시민들은 지금도 러시아 공군의 공습 지원을 받은 시리아 정부군의 공세로 고립돼 있다. 식량과 의약품 등의 부족에 시달리던 알레포 시민들은 정부군의 공격을 피해 탈출, 터키 국경으로 밀려들고 있다. 시리아 내전이 끝나지 않는 한 지난해 유럽을 강타했던 난민 위기는 올해도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내전으로 바샤르 아사드 정권의 통제력이 약화되면서 시리아에서는 급진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영토의 상당 부분을 장악했다. IS 추종자들이 벌이는 테러는 국제사회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됐다.
최근 몇 해 동안 지구촌에 괴질이 유행하고 있다. 2014년에는 아프리카지역을 휩쓴 에볼라바이러스, 2015년에는 중동과 한국에 메르스가 창궐한 데 이어 올해는 중남미에서 소두증을 유발하는 지카바이러스가 급속도로 번져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에볼라바이러스나 메르스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보고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볼라, 메르스에 이어 지카바이러스 번져치사율이 높았던 에볼라바이러스는 1년여 동안 1만여 명의 희생자를 냈다. 1976년 콩고 북부 작은 마을에서 처음 발견돼 마을 옆 에볼라강
한국인은 이들에 대해서 말하면 일단 부정적인 것을 떠올린다. 허례, 공리공담, 국가 문약의 원흉···. 그런데 과연 우리는 이들 그룹에 대해서 제대로 논의를 해본 적이 있는가? 이들 그룹을 세계 다른 나라의 비슷한 그룹들과 연관 지어서 제대로 포지셔닝을 해본 적이 있는가?단재 신채호 선생은 국조 단군을 이들 그룹의 1호라고 정의했다. 단재가 부정한 김부식도 이들 그룹을 민족의 뿌리로 간접 인정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이들을 만주 언어로 풀어 ‘앎을 사랑하는 그룹’이라고 푼다. 기사, 신사··· 소피스트는
“한국말 배워서 뭐해요?”한국인들의 모국어에 대한 인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한 마디… 내가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대부분 한국인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아니면 눈빛에라도 스쳐간다.10여년 전, 연극과를 택한 아들의 장래가 걱정이 되었던 나의 아버지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를 해서 연극하면 굶어 죽는다며 말리셨다. 그러던 어느날 파리로 올라간 아들이 이번에는 한국어를 배운다는 소릴 듣더니 “차라리 연극을 하는 게…”하며 나를 다시 회유하기 시작하셨다. 참고로 내 아버지는 전형적인 프랑스 시골 사람이다.
영화 ‘레버넌트’는 처절하다. 영화가 그리는 한 남자의 복수가 그렇고, 그 역할을 맡은 배우의 연기가 그렇다. 북미의 혹독한 겨울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맨몸으로, 자연 그대로 부딪쳤다. 얼음 강에 뛰어들고, 말의 시체 속에 알몸으로 들어가고, 살아있는 물고기를 먹었다.그도 어느새 40대 중년이다. 열 아홉의 어린 나이에 ‘길버트 그레이프’(1993년)로 세계 영화팬들을 놀라게 하면서 단번에 오스카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늘 소년 같은 이미지를 간직하던 이 천재 배우의 얼굴에도 이제 주름살이 생기기 시작했다.할리우드에 연기를
미국 대통령 선거전의 첫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당내 아웃사이더들이다. 국내외 언론은 미국 사회의 불평등의 심화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선거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공화당 후보로 선두를 달리던 트럼프는 기독교복음주의 성향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에게 3.3%포인트 차로 뒤져 그간의 인기가 거품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그는 크루즈의 부정선거 탓이라며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트럼프의 인기 미스테리
한 달여가 지났는데도 중국 CCTV 영어 뉴스 채널의 앵커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는 듯하다.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한 직후인 1월6일 낮이다. CCTV 앵커는 북한 핵 실험 소식을 전하면서 “1차 피해자는 중국”이라고 단정했다. 전화로 연결된 중국 전문가들도 대부분이 북한의 핵 보유로 중국이 겪을 직접적 피해를 언급하면서 북핵 실험을 비판했다. 보도는 중국이 이번에는 북한 핵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중국, 북 ‘핵실험’ 비판하다가 제재론 나오자 양비론으로 돌아서그런데 중국은
살다 보면 이래저래 잠 못드는 일이 생긴다. 험한 말을 들었는데 당황한 나머지 혹은 상대의 위력에 눌려 대꾸를 못하고 나면 억울해 밤새 뒤척인다. “이러저렇게 쏴붙여야 했는데” “나중에 어찌 되든 한판 붙을 걸.” 온갖 생각에 잠을 못이루고 심지어 꿈까지 꾼다.잠 못드는 건 당한 경우에 그치지 않는다. 답답하거나 울화가 치밀어 무심코 혹은 작정하고 꼬집거나 빈정거린 경우다. 당장엔 후련한 듯하지만 금세 후회가 밀려온다. 상대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 스스로의 성급함과 속좁음에 대한 자괴감에 결국 밤잠을 설친다.남녀노소 모두 크게 다르지
나는 지금 나의 계획을 실행하려 한다. 되도록이면 나의 자살을 널리 알려주기 바란다. 길지 않은 20년이지만, 지금까지 내가 믿고 살아온 가치는 합리였다. 내가 말하는 것은 단순한 논리연산의 결과인 평면적인 합리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다 심층적인 합리, 균형 잡힌 이성과 깊고 넓은 지성의 노고이자 산물로서, 정말로 합리라는 명칭에 걸맞는 합리를 말하는 것이다.그러나 그러한 내가 믿고 추구한 합리는 세상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 없었다. 세상의 합리는 나의 합리와는 너무나도 달랐다. 세상의 합리는 내 시각에서
MBC 관계자와 보수매체 폴리뷰 관계자의 회동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MBC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이 2012년 파업 당시 “최승호하고 박성제는 증거없이 해고시켰다, 해고시켜 놓고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라고 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송에서 패소할 것을 알면서도 두 언론인을 해고시켰다는 것이다.2012년 MBC 노조는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 김재철 퇴진과 공정방송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170일에 이르는, 방송사상 초유의 최장기 파업이었다. MBC는 해고 6명을 포함, 총 44명 징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