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제가 완전히 정착된 어느 날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제주도 의회가 독립적인 군사정책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전라북도청은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선언하며, 울산시장은 대통령 방문을 거부하며 홍콩으로 휴가를 떠난다. 이런 가상 시나리오는 한낱 우스갯소리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이 흔히 일어나는 것이 미국식 지방자치제이며 미국이 지닌 다양성의 독특한 양식이다. 자치와 함께 조화를 이루는 미국의 지방자치제어떤 집단이 자기들의 생활과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다스리는 것이 문자 그대로 자치(自治)이다.
술은 인간에게 독일까요? 아니면 약일까요? 이에 대한 느낌과 해석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일 터입니다. 술은 일반적으로 담배와 함께 근심을 덜어주는 좋은 도구로 인식되어 왔으나, 그 반대로 술을 평화와 질서의 적으로 단정하는 부정적 견해도 적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다루고 이용하는가에 따라서 인식은 천차만별로 나타났습니다. 하여간 술은 인간에게 있어서 힘든 시절을 견디고 지탱하게 해주는 효과를 지니고 있으므로 담배와 더불어 근심을 없애는 소우(銷憂)의 기능으로서 그 유익한 역할을 일단은 수긍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생뚱맞기는 하지만 오늘은 개 이야기부터 하려고 합니다. 전에 산문집에도 잠깐 소개했던 내용인데요. 제 집에서 함께 사는 강아지들은 짖을 때와 짖지 말아야 할 때를 정확하게 구분합니다. 예를 들어 밤 12시 넘어서 집에 들어가면 반가운 표시만 할 뿐 절대 짖지 않습니다. 낮에는 10분만 나갔다 들어와도 반갑다고 극성을 떠는 녀석들이 말입니다. 日 의원, ‘위안부는 매춘부’ 망언··· 짖을 때 아는 개만도 못해참 신기한 일이지요? 강아지들은 사람들이 잠드는 시간을, 잠든 사람을 깨우면 안 되는 시간을 어
검사의 임무는 범법자를 단죄하는 것이다. 범죄의 증거를 찾아 당사자를 법정에 세우고 치밀한 법리를 제시해 처벌받도록 해야 한다. 요즘 우리 검찰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검찰의 사명은 거악(巨惡)이 발을 뻗고 편안한 잠을 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범죄자는 단죄해야 하지만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인권침해도 없어야한데 범죄를 입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정치자금이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스스로 범행을 고백하는 피의자는 찾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을 들을 때면 생각나는 게 있다. 집시의 노래라고 했으면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왜 굳이 어려운 이름을 붙였을까 의아해 하면서 집시의 역사를 문득 떠올린다. 영어로는 집시(gypsi)라고 부르고, 독일어로는 지고이너(zigeuner)라고 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로마족이라고 부른다. 인도 서북부 지방에서 살던 집시족들은 중동지역과 동유럽을 거쳐 프랑스 스페인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집시족처럼 사라진 日 아이누족과 오키나와그들은 왜 국가를 세우지 못하고 유랑하다가 이제는 민족의
일본 수상 아베가 우리보고 더 이상 과거를 묻지 말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과거 역사의 부정적 면들은 잊고 아름다운 것만 기억하라고 한다. 그래서 어느 특정 인물의 공과를 이야기할 때도 과보다는 공을 더 부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개구리 올챙이 적을 모른다”고 하는 속담이 있는데, 말 그대로 개구리가 올챙이 때를 모르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속담이 말하려는 뜻은 인간이 개구리가 아닌 이상 옛 일을 잊어서 되겠느냐 하는 것 아니겠는가? 우리도 옛일을 잊어버리면 개구리나 다름없다는···. 학술적으로 인
‘우리가 중국을 너무 얕보았다.’중국 진출 초기, 한국에서 패션사업을 하면서 중국 다리엔(大連)에 몇 개의 패션 매장을 열었다가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어느 지인의 얘기이다.이미 오래 전의 일이지만, 그가 중국에 진출한 주된 목적은 한국에서 한물간 재고품을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중국 사람들이 우리보다 유행이나 감각에 한 수 뒤떨어진다고 판단한 그는 한국에서의 재고를 중국 매장에 옮겨 팔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빨리 그는 그 생각이 잘못됐음을 알게 됐다. 한국 기업, 한때는 중국을 ‘떨이 시장’으로 생각해
우리는 매일 끊임없이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간다. 한 순간이라도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지어는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조차 한 가지 선택에 해당한다. 태어나고 죽는 것은 스스로 선택할 사항이 아니지만 우리 모두 인생의 시작과 끝 사이에서 수많은 크고 작은 선택을 하면서 살아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삶은 선택의 연속··· 경제학은 합리적 선택 가정해 이론 구축사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현재의 자신을 만든 것은 과거에 있었던 많은 선택들이었
무명가수 이애란의 노래 ‘백세인생’이 인기다. 20년 전에 전혀 다른 제목(저 세상이 부르면 이렇게 답하리)으로 나와 묻혀버린 노래, 그 세월만큼이나 가수도 중년이 되어버린 지난해 말, 한 네티즌의 짤방(영상을 짧게 편집한 동영상이나 사진)이 노래와 가수를 세상에 퍼지게 했다. 더 정확히는 노랫말 중 한 단어 ‘전해라’의 패러디 열풍이다. ‘회식? 못 간다고 전해라’, ‘과제? 재촉 말라고 전해라’, ‘음식? 맛있다고 전해라’처럼.지금 분위기로는 ‘전해라’ 열풍이 꽤 오래갈 것 같다. 4월 총선 거리 유세에서도 이 ‘전해라’란 노랫
지난 15일 75세의 나이로 별세한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고인의 사상과 철학은 우리가 나아갈 방향”이라며 “존귀한 정신을 계승할 것”이라고 했다. 그의 인생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사상이나 철학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우리시대의 스승’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 고인이 남긴 정신은 무엇일까. 동양고전을 관통하는 사상의 핵심은 ‘관계론’그는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 20일을 복역한 뒤 1988년 광복절
안동김씨가 조선 왕조를 농단했던 양과 질로 본다면 철종 재위 14년동안의 장난질은 새발의 피였을지 모른다. 자신이 정조대왕의 동생인 은언군의 손자인지, 왕족인지도 모르고 강화도에서 똥지게 지고 농사짓던 전계군의 셋째 아들 이원범을 데려다 왕좌에 앉히고 안동김문의 수장(首長)인 김문근의 사위로 삼아 국정을 좌지우지하고 온 나라를 당파싸움과 매관매직과 부정부패의 삼천리로 만든 안동김씨가 못할 일은 없었다. 물론 안동김씨만의 잘못으로 치부할 일은 아니다.철종 재위 14년간 한성판윤만 110명··· 하루 만에 바뀌기도즉위 3년만에 친정(親
서슬 시퍼런 독재 사회였지만 과거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었다. 학교를 졸업하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월세 단칸방이 전세를 거쳐 내 집 마련의 꿈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엄격한 가부장제 사회였지만 가족은 서로를 희생해 가며 똘똘 뭉쳐 살았고, 말도 많고 싸우기도 잘하던 이웃지간이었지만 함께 나눠 먹고 대소사를 걱정하는 정(情)이 있었다.돈 봉투 선생, 호랑이 선생이 있었지만 학교는 나름 규율이 잡혀 있었고 학생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는 의지의 교사들이 있었다. 꿈과 희망 찾기 어려운 우리 사회 왜 그런가관(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위세가 등등하다. 인류가 보존해야 할 문화유산으로 국제 사회의 인증을 받는 꼴이니 그럴 만도 하다. 세계 각국이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려 동분서주하고 있고,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자기 고장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해 자부심을 높이는 것은 물론 관광 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세계 각국 세계유산등재에 열 올려···한국은 이미 세계유산 강국하지만 세계유산 등재 제도의 권위와 명성이 높아질수록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움직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의 이미 알려진 문화적 참고 기준을 거치는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소주’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사케’, ‘한복’은 ‘일종의 기모노’, ‘기생’은 ‘일종의 게이샤’ 같은 각주를 다는 것이었다. 그러면 한국인은 일종의 일본인이라고 해야 하는지? 번역하는 사람들에게서 들은 웃지못할 농담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많은 것이 변했다.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 녀석 덕분에 자연스레 알게 된 또래의 학부형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비빔밥’
병신(丙申)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가 뒤숭숭하다.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는 시아파의 좌장 이란과의 국교를 단절했다. 바레인과 수단, 소말리아 등 아랍의 수니파 국가들이 사우디에 이어 이란과의 관계를 단절했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쿠웨이트, 카타르 등은 이란과의 외교 관계를 격하시켰다.중동의 두 대국 사우디와 이란 간 긴장이 고조되고 중동의 각 국가들 간 편가르기로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수니파와 시아파 간 종파 충돌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물론 유엔까지 나서 사우디와 이란 양국에
벌써 여러 날이 지났군요. 남쪽 지방을 여행하던 중 SNS에서 그 사진을 봤습니다. 처음엔 당혹스러울 정도로 낯설었지요. 검은 치마에 흰 한복저고리를 입은 한 젊은 여성이 손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사진. 그녀의 얼굴에는 주변 상황과 조금 동떨어져 보이는 미소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더 눈길을 끄는 건 그 앞에 있는 노인의 표정이었습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다는 듯 팻말을 바라보고 있는···. 마치 상황극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사진을 찍은 곳이 주한일본대사관 앞의 소녀상 근처라는 것과, 그 노인이 ‘어버이연합’ 같은 보수단체 회
지난 겨울, 어느 토요일 아침. 경기도 모 신도시에 있는 단독주택 단지에 새로 입주한 동창생을 찾았다. 오후엔 중요한 스케줄이 4개나 있어 실례를 무릅쓰고 아침에 갈 수밖에 없었다. 대지가 200여평씩은 됨직한, 고급 주택들이 밀집되어 있는 부자동네. 마을 초입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앞을 지날 때였다.난데없는 개짖는 소리와 함께 24시간 편의점에서 나오던 어떤 아가씨가 비명을 질렀다. 20여m 떨어진, 대문이 빼꼼 열린 어떤 집에서 뛰쳐나온 커다란 개가 밤새 알바 일을 마치고 문을 나서던 여학생을 문 것이다. 뛰어가 보니 넓적다리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5대 핵보유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의 핵 카르텔에 대한 도전이다.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이 이 카르텔에 도전해 2급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 밖의 도전국 가운데 리비아와 남아공은 오래전에 포기했고, 이란도 작년 7월 미국과의 핵협상을 통해 포기했다. 김정일, 후세인과 카다피 핵무기 없는 탓에 죽었다고 믿어이라크에서는 핵무기를 개발한다는 의심만으로 미국의 공격을 받아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고, 후세인은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그
민족이 싸우고 정당과 정당이 싸우고, 정부와 반대세력이 싸우며, 세대와 세대가 싸우고, 지역과 지역이 싸우며, 심지어 정당 내부에서도 파벌이 싸운다. 싸우는데 금도나 예절, 봐주기는 없다. 지면 몰락, 이기면 다시 등장할 적수와 싸워야 한다. 화해와 타협을 꿈꾸어본 적도 없다.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죽기 살기로 싸울 뿐··· 화해와 타협은 없어우리나라 얘기다. 식자라면 누구나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어느 쪽의 뒤에 숨어 서서 상대편의 무지와 몰지각과 파렴치, 단견을 비난한다. 그의 존재를
어느 도시를 가든지 산 자와 죽은 자의 공간이 존재한다. 유럽 고대도시를 가 보아도 그렇고현대 도시를 가 보아도 국가 유공자를 모시는 국립묘지가 대부분 눈에 뛴다. 우리나라도 서울현충원(동작동 국립묘지)은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고 서울에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장소 중의 하나다.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김영삼 대통령은 서울현충원에, 윤보선 노무현 대통령은 고향 선영에, 최규하 대통령은 대전 현충원의 국가원수 묘역에 모셔졌다.무덤이란 인간이 이 땅에 살았다는 증거다. 그래서 훗날 후손들이 그를 추모하며 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