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자본주의의 역사는 다양한 자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시장과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에 의해 파악될 수도 있다.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을 받았던 아나톨 칼레츠키(Anatole Kaletsky)의 저서 『자본주의 4.0』이 바로 이런 기준에 의해 자본주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다. 과거 자본주의가 수많은 경제위기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결국 정부와 시장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였다. 그리고 시장과 정부 모두 지금보다 훨씬 스마트해진다면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몇 년 전 하버드대의 정치철학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 교수가 쓴 『정의란 무엇인?뻑遮?책이 한국 사회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적이 있었다. 샌델은 정의에 관한 여러 이론과 사례들을 소개한 후 공동체주의자로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란 미덕과 공동선(common good)을 장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다시 정의에 관한 논의를 하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필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당시 공동선이 잠깐 사회적 담론의 대상이 되더니 곧 자취를 감추었다는 점이다. 구글 검색을 해보면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자본주의가 태동한 이후 가장 안정적이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이 번영을 공유했던 시기를 '대압착(Great Compression) 시대'라고 부른다. 즉 대압착 시대는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여러 나라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획기적으로 완화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어느 때보다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던 기간을 말한다. 이러니 가히 자본주의의 황금기라 할 만하다. 현재 글로벌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앞으로 이런 황금기가 다시 도래하리라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를 비롯해 어떤 기관, 어떤 사람도 근거 없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옛말에 “호랑이는 죽으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으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호랑이에게는 호피(虎皮)가 호랑이를 기억할 수 있는 가장 두드러진 부분이기에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고, 사람은 자신의 이름 석자가 인구에 회자(膾炙)되는 데 큰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리라.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서전을 출판하는 것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뭔가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자 하는 원초적인 감정의 표현을 무슨 이유로 비난하겠는가? 필자가 좋아하는 가수 조용필의 노래 에도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공유경제(sharing economy)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달리 정의되고 있지만 이제 우리에게 매우 친근한 말이 되었다. 공유경제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s), 협력적 경제(collaborative economy), 대중자본주의(crowd-based capitalism), 온디맨드경제(on-demand economy)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데, 대체로 인적·물적 자원의 공유(共有)를 바탕으로 형성된 사회·경제적 시스템을 의미한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이런 의미에서 공유경제는 사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최근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를 보면 분명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변화의 첫째 동인(動因)으로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지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아직 모든 쟁점들이 타결되지는 않았지만 한반도 완전 비핵화와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기본적인 합의가 이루어졌으며 이는 비가역적인 사건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여담이지만 비가역적(irreversible)이란 말은 원래 “열역학 제2법칙”의 특성을 나타내는 용어로서 이미 벌어진 사건을 시간에 역행해 되돌릴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런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최근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모처럼 신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양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분양 계획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분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것과 관련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분당 소재의 현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으며 30여 년 전에 아파트 청약예금에 가입했지만 한 번도 아파트를 분양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의 원리에 비추어볼 때 한국 사회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타입이다. 부동산 투기과열로 자고나면 아파트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심상찮다. 관세폭탄을 주무기로, 각종 비관세 수입장벽을 보조무기로 사용하며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다. 경제규모 1, 2위를 차지하는 두 나라 사이의 마찰은 비단 두 나라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이들과 정치·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여러 나라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미국이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을 겨냥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표하자 중국이 즉각적으로 이에 대한 보복 관세를 물리기로 했고, 이에 미국은 다시 규모를 확대해 추가 상품들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는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얼마 전 중국의 전인대(全人代)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건의한 헌법 수정안이 99.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통과되었다. 이로써 연임 규정이 삭제되어 시진핑 국가주석이 사실상 종신집권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남의 나라 일이니 필자가 왈가왈부할 성질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구촌에 이성적인 시대가 만개(滿開)하기를 고대하는 입장에서 인류역사가 퇴보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또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도 2000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의 실세 총리를 비롯해 세 번째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17년 이상 장기집권하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얼마 전 몇몇 시중은행이 직원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금감원 등 힘 있는 기관과 VIP 고객, 그리고 임직원 자녀들에게 특혜를 제공했던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심지어 모 금융지주 회장마저 이런 의혹에 휘말렸다는 대목에서는 경악을 금하기 어렵다. 이것은 교묘한 형태의 지대추구(rent-seeking) 행위에 해당한다. 스마트폰으로 모든 사람들이 연결되고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실시간 소통하는 초연결사회에 진입했어도 이런 봉건적 관행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존속한다는 사실은 우리의 의식이 어느 정도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요즈음 가상화폐(virtual money)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이 뜨겁다 못해 화상을 입을 정도이다. 증권시장에서 주식과 채권이 거래되듯이 비트코인(Bitcoin)을 필두로 리플(Ripple), 이더리움(Ehtereum), 라이트코인(Litecoin) 등 생소한 이름의 수십 가지 가상화폐가 가상화폐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생소한 이름의 가상화폐들이 거래되는 진기한 상황을 목도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가상화폐, 암호화폐(cryptocu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시장경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경제 순환의 세 축인 생산, 분배, 소비는 모두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진 경제로 발전하려면 정부보다 기업의 질적 변화가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기업이라면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 즉 법인 기업을 지칭하며 나아가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수적으로는 비상장기업이 압도적이지만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감안한다면 상장기업들이 시장경제의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다.우리나라의 상장기업은 2016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779개, 코스닥시장에 1208개로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요즘들어 ‘빅(big)’이라는 단어와 함께 사용되는 용어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빅히스토리(Big History), 빅퀘스천(Big Question), 빅픽처(Big Picture), 빅씽크(Big Think) 그리고 빅데이터(Big Data) 등이다. 이들 용어는 종전에 비해 뭔가 큰 스케일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할 때 주로 쓰인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현안 문제에 대해 고뇌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용어라고 볼 수 있다.이 가운데 4차 산업혁명 초입에 있는 현 시점에서 일반인들에게 가장 어필하는 것은 빅데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Edward O. Wilson)에 의하면 지구에 출현했던 수많은 종(種)들 가운데 진사회성(eusociality)을 획득한 종은 벌과 개미,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를 포함해 고작 20종에 불과하다고 한다. 진사회성이란 여러 세대가 함께 살면서 후손을 돌보고 분업을 바탕으로 이타적으로 협력하는 속성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윌슨은 자신의 저서 『지구의 정복자』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진사회성으로 향하는 경로는 ‘집단 내 개인들의 상대적인 성공을 토대로 한 선택’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세상이 온통 불확실하다. 현재도 그렇고 미래는 더 그럴 것이다. 정치도, 경제도, 안보도, 기후도 모두 불확실성의 짙은 안개에 갇혀 있는 형세다. 칠흑 같은 밤, 거친 바다에서 길잡이가 되어줄 별이나 나침반도 없이 항해하고 있는 기분이다. 여기서 불확실성(uncertainty)이란 앞으로 예상되는 여러 가지 상태들(states) 가운데 어떤 상태가 실현될지 모르는 상황을 지칭한다. 예컨대 내일의 날씨를 ‘맑음’과 ‘흐림’이라는 두 가지 상태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 현재 우리는 날씨에 관한 한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최근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을 접하면서 착잡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인간에게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이런 성향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자연선택을 통해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인간 이성이 절정에 이른 21세기에 여전히 원시적인 폭력과 파괴적 광기가 도처에서 추악한 모습을 드러내는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은 권력을 장악한 소수의 특권계층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장악하지 못해 몸을 낮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사회는 구성원들이 공통의 문화와 사회규범을 바탕으로 형성된 공동체다. 한편 시장경제는 사람들의 경제적 욕구를 조정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함으로써 사회의 물적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하위 시스템이다. 물적 기반이 취약한 사회에서 개인은 진정한 자유를 향유할 수 없으며 이로 인해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또한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사회에서는 빈곤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불평등이 더욱 악화되는 결과가 예상된다. 즉 ‘효율과 평등(efficiency and equa
미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이 최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작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더니 현재 기준금리는 1.00~1.25%에 이르게 되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로 미국 기준금리의 상단과 일치한다. 미국 연준은 올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상할 예정이어서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은 기정사실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해외자금의 이탈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렇지만 글로벌 경제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직은 예단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여기서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법인세를 35% 수준에서 15% 수준으로 대폭 인하하고 소득세의 경우 현행 7개 구간을 3개 구간으로 조정하면서 최고세율을 39.6%에서 35%로 낮추는 세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상원의 승인을 받지 않았기에 그대로 시행될지는 미지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공약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 강행하려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스티븐 무누신(Steven Mnuchin) 재무장관은 이번 세제 개혁이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수백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며,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렇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중차대한 행위로서 선거가 공정하고 자유롭게 치러지는가에 따라 그 사회의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각종 선거가 점점 더 공정하고 자유롭게 진행되어왔다는 점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로 해석해도 좋다고 본다. 특히 대통령선거는 주권자인 국민 모두가 동등한 자격으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를 지지하는 중요한 행사다. 이때 투표는 개인적인 선택행위이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선호하는 후보를 선택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