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나는 잠시 서울을 다녀왔다. 벚꽃이 만발하고 온갖 나무들이 꽃을 피우느라 바쁜 한국의 봄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벚꽃을 구경하기 위해 나는 가족과 함께 서울의 한가운데 위치한 평화의 안식처, 국립묘지에 들렀다. 작은 사잇길을 거닐면서 전장에서 스러져간 군인들의 얼굴을 상상해보며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읽어 보기도 했다. 한국 속담에 «
오늘 저녁, 파리의 OECD(경제협력 개발기구) 한국부에서는 한식을 통한 한국 문화 알리기의 일환으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만찬이 있었다. 궁중 음식의 재현, 김치 담그는 법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의 음식 문화를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OECD한국 대사의 말씀처럼 식도락은 관광 개발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먹기만을 위해 어
얼마 전부터 다섯 살난 아들 녀석이 좀 이상했다. 제 엄마를 위한 지나친 배려(?)가 과장스러웠을 뿐아니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엄마를 필사적으로 보호하려 애쓰는 듯한 모습 또한 낯설었다. « 엄마, 오늘 날씨가 너무 추워요. 따뜻한 집에 계세요. 아빠가 저 데리러 오면 되잖아요. »또 그 다음날은 « 엄마, 밖에 바람이 너무
어떤 케이팝 팬의 말대로 « 벌써 2주가 지났다 ». 파리 베르시에서 뮤직뱅크 케이팝 콘서트가 열린지…나는 고맙게도 이 콘서트의 표를 한 장 얻을 수 있었다. 나의 학생들이 그렇게도 좋아한다는 그 그룹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내게도 찾아온 것이다. 보통 세계적으로 유명한 ‘서양인’스타들만 만날 수 있다는 이 장소에서 한국의 대중
오늘 저녁(2012년 1월 29일) 프랑스 TV 1번 채널, TF1에서는 케이팝 스타 “수퍼 주니어”를 집중 조명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가수들 모두를 잘 생기고 술과 담배를 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능력을 수년간 갈고 닦은 모범 청년들로 소개하면서 이들 케이팝 군단이 한국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이전에는 미국으로 가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어했던
가깝게 지내는 선생님 한 분이 옷을 사셨는데 “fabriqué en RDC (made in ROC)”라고 적혀 있다며 RDC가 어느 나라인지 아냐고 물어 오셨다. 콩고? 콜롬비아? 실제로 콩고가 자국 이름을 이렇게 쓰기도 한다는데 그 물건은 콩고제가 아니라 중국제였다. “ Made in China”가 신용을 잃다보니 “Republic of Ch
한국 문화원에 한국어를 배우러 다닌다는 나의 이웃은 막걸리를 늘 냉장고에 넣어 두고 마시며 집에 김치가 떨어지는 일이 없고 김치가 시면 김치전을 부쳐 먹는다고 한다. 그에 의하면 김치전은 바삭해야 제맛이란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더덕구이라나… 여자 친구도 프랑스인인데 그 정도로 한국화가 된 데에는 무슨 사연이 있겠지만 거기까진 듣질 못했다.내 이웃
지난 크리스마스 방학 동안 나는 가족과 함께 스키를 떠났다. 알프스 자락에 위치한 쎙장몽클라르(Saint Jean Montclar)라는 자그마하고 가족적인 분위기의 스키장이었다. 그곳에는 눈부신 햇살과 맑은 공기가 있었고 수도물 조차도 산에서 흘러 내려온 천연 미네랄수 그 자체였다. 오랫만에 도시 생활을 떠나 만난 자연은 내게 필요한 건강한 에
(사진 코트라 제공)12월 첫 번째 주말, 파리에서는 다양한 한국 문화 행사가 열렸고 그 행사들을 구경하느라 나 또한 분주한 주말을 보냈다. 12월 3일, 토요일에는 코트라(KOTRA)가 주최하는 코리아 브랜드 및 한류 상품 박람회가 있었다. 케이팝 스타 시크릿이라는 그룹이 등장하기 때문이었는지 비가 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라데팡스의 박람회 장소 밖에는 입
한국 지하철은 참 재미있는 공간이다. 온통 광고, 그것도 성형 광고로 도배되어 있다. 끊임없이 나오는Before와After를 비교해가며 걸으면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분야도 다양하다. 종아리, 허벅지, 턱, 눈, 코… 바꿀 수 없는 부분이 없는 듯하다. 예술이 따로 없다. 이는 한국인들의 외모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단면이라 보여진다.그 부분에
오늘 오후, 나는 다섯 살 난 아들의 간식을 사기 위해 바로 집 앞에 있는 빵집에 들렀다. 자그마한 도넛을 4개 단위로 파는데 가격이 2,5유로다. 그런데 때마침 6개가 남아있길래 6개를 다 달라고 했더니 빵집 아가씨가 그럴 수는 없단다. 4개나 8개… 이렇게 밖에 팔 수가 없다는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 4개만 사서 나왔다. 6개를 사려면 3,75유로를
올해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리던 서울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내가 프랑스인임을 알게 된 기사 아저씨는 구수한 사투리로 내게 물었다. « 프랑스 사람들은 바캉스도 많고 일도 많이 안 한다카던데 뭐 묵고 삽니꺼 ?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 우리 할아버지는 항상 우리에게 ‘프랑스에는 석유가 안나니까 아이디어를 많이 내
알고 지내던 한국 학생의 프랑스 학교 선생님과 통화를 한 적이 있다. 프랑스에 온 지 얼마 안되는 중학생이라 아무래도 중재(?)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선생님이 무슨 일 때문에 아이에게 야단을 쳤는데 이 한국 아이가 자기를 무시하더란다. 알고보니 아이는 한국식으로 반응했고 선생님은 프랑스식으로 해석을 한 것이었다. 보통 어른에게 혼날 때 한국에서는 반성의
지난 달 프랑스 TV, France 2에서 방영한 «공부에 시달리는 한국 학생들»이란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프랑스인들의 뜨거운 반응이 흥미롭다.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공부하고 새벽에 일어나 학교에 가는 일상을 반복하며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한국 학생들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묻어나는 방송이었다. 이 방송은 한국이 과연 교육 분야에서
« 한국말 배워서 뭐해요 ? » 한국인들의 모국어에 대한 인식이 가장 잘 드러나는 한 마디… 내가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친다고 하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이렇게 반문한다. 아니면 눈빛에라도 스쳐간다. 10여년 전, 연극과를 택한 아들의 장래가 걱정이 되었던 나의 아버지는 날마다 나에게 전화를 해서 연극을 하면 굶어 죽는다며 말리셨다. 그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의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의 이미 알려진 문화적 참고 기준을 거치는 수 밖에 없었다. 예를 들면 한국의 « 소주 »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 일종의 사케 », « 한복 »은 « 일종의 기모노 », « 기생 »은 &
« 난 케이팝이 너무 싫어요 ! » 이번 주 개강을 한 Inalco에서 나의 첫 수업이 있던 오늘 아침(2011년 10월 14일 금요일) 한 여학생이 내게 던진 말이다. 마치 지난 주 내가 쓴 칼럼에 시위라도 하듯…예상대로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계단식 강의실을 가득 메우고도 모자라 계단 여기저기, 강단 좌우는 물론이고 아예 서서 수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에서도 K-pop이 성공리에 공연됨으로써 새로운 한류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프랑스 현지에서 프랑스인이 본 한류의 현장과 의미를 연재한다. 필자 스테판 쿠랄레는 INALCO(국립동양언어문화대학교)에서 '프랑스에서의 한국 국가 이미지 연구-국가 광고의 기호학적 분석'이라는 논문으로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