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일어나 씻기 전부터 하는 일이 있다. 홀로 굳게 밤을 지킨 문을 열고 나와 우체통에 꽂힌 신문을 찾으러 가는 일이다. 신문, 매일 새로운 것들을 듣는 일. 나의 하루가 새로울 일이 없기에 신문이라도 읽으며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이다. 신문을 손에 쥐는 순간 얼굴이 일그러진다. 가장 중요한 1면의 뉴스는 유쾌함보다는 불쾌함을 유발하기 때문이다.신문을 가지고 들어오는 발걸음은 편치 않다. 그렇게 책상에 앉아 신선놀음하듯 신문의 행간을 읽는다. 기사들을 읽다 보면 이번에는 애잔함이 가슴에 내려앉는다. 어렸을 적 수많은 꿈이 있었
최근 ‘나락’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시작은 ‘나락도 락(rock)이다’라는 밈이다. 이 밈은 티셔츠나 스티커 등 굿즈로 만들어지며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이다 ‘피식대학’이란 유튜브 채널이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 유쾌한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채널은 ‘나락 퀴즈쇼’라는 콘텐츠를 종종 만든다.기본 포맷은 제목 그대로 ‘퀴즈’쇼다. MC가 문제를 내거나 질문을 하면 게스트는 답을 맞히거나 대답을 하면 된다. 다만 질문이 좀 짓궂다. 일반 퀴즈 쇼라면 절대 다루지 않을 정치나 종교,
우리는 그곳을 생활관이라 불렀다. 실제로 그 10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10명이 넘는 인원이 함께 생활했으니, 어쩌면 가장 적절한 단어였는지 모른다. 나는 이 글에서 생활관이라는 말 대신 그곳을 ‘방’이라고 부르려 한다.그 방에는 항상 라디오가 켜져 있었다. 1년 365일 라디오는 꺼진 적이 없었다. 누가 언제부터 틀어 놨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내가 이미 그 방에 처음 간 날부터 나오는 날까지 라디오는 여전히 켜져 있었다. 매일 그 빨간색 라디오에선 음악과 말소리가 끝없이 흘러나왔다. 그 방에 누가 있든, 없든 말이다. 그 방에서
모두가 유튜브를 보고, 유튜버를 꿈꾼다. 하나둘 티브이에 새로운 얼굴이 보인다. 알고 보니 유튜브 스타다. 이제는 지식도 도서관이나 포털 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찾는 시대다.유튜브의 시작은 미약했지만, 지금은 그 끝을 모르고 팽창하고 있다. 유튜브의 성공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음악이 있다.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 Star)다. 뉴웨이브 그룹 버글스의 비디오 킬드 더 라디오 스타는 MTV가 개국할 때 나온 곡이다. 정확히는 뮤직비디오를 틀었다. 이 곡은 MTV의 상징이자, 새
매일매일 발생하는 사회 이슈에 관해 쓰는 것이 최근 나의 생계다. 생업이 그렇다 보니 글을 최대한 빨리, 쉽게 써야 했다. 사실 내가 직접 쓴다는 것보다는 누군가가 이미 쓴 기사를 독자들이 보다 읽기 편하게 편집하는 것이다. 이런 나를 지칭해 사람들은 우습게도 ‘기자’라 부른다.내가 쓴 ‘글’에는 수많은 이들이 댓글을 단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댓글을 꼼꼼히 읽기도 했지만, 이제는 잘 보지 않는다. 보나 마나 수많은 욕이나 비방이 가득할 것이기 때문이다.기사를 쓴 나에 대한 비방뿐 아니다. 해당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도 원색적 비
[오피니언타임스=방제일 청년칼럼니스트] 매일 매일 술을 마신다. 나의 이야기이자, 나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대한민국은 주류 공화국이다. 이 사회는 주류라고 부를 수 있는 엘리트와 부자들을 위한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으로써 전혀 다른 의미의 주류 공화국이 되어 가고 있다. 현진건의 에서 남편은 무기력한 지식인이다. 지식인이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무기력한 인간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라면 이혼 사유다. 그 뿐인가? 아내의 무식을 은근히 비꼬기도 한다. 시대만 탓하면서 술
[ 논갯닷컴=칼럼니스트 방제일]세상에 백락(伯樂)이 있어야 천리마가 있다. 천리마는 항상 있지만 백락은 늘 있지 않다.그러므로 명마(名馬)가 있다고 하여도 노예의 손에서 욕을 당하고, 마구간에서 (보통의 말들과) 나란히 죽게 될 뿐, 천리마로 불리지 못한다. 천리마는 한 끼에 곡식 한 섬을 먹어치우거늘 말을 먹이는 자들이 그 말이 천리를 달리는 달릴 수 있는 말임을 모르고 먹이니, 이 말이 천리를 달릴 수 있는 말일지라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여 힘이 부족하니 그 뛰어난 재능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보통 말들과 같아지려
[청년칼럼=방제일]흔히 야구는 인생과 닮았다고 한다. 그 말에는 어폐가 있다. 인간이 만들어 낸 모든 것은 인간과, 인생과 닮아 있다. 야구뿐만 아니라, 농구, 축구, 바둑 등 갖다 붙이면 다 인생과 닮아 있다. 어쨌든 간에 야구를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부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첫 번째로 야구는 시간제한이 없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아다치 미츠루의 ‘H2’에서 히로가 말한 바와 같이 시간제한이 없는 시합의 묘미가 바로 야구다.야구는 플레이볼을 외친 순간부터 9이닝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끝나지 않는다. 물론 사회인 야구는
[청년칼럼=방제일]한때 인터넷 댓글을 수놓았던 말과 같이 이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일지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이렇게 삐뚤어진 어른이 된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 내가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있는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나는 이 소식을 경상북도 이름도 모를 산 아래 지휘 통제실 야간 근무를 하면서 들었다. 거짓말이길 바랐다.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는 앵커의 음울한 음성과 나와 교대
[청년칼럼=방제일] 한 남자가 녹음기에 대고 말을 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발레리 레가소프다. 레가소프는 핵물리학자다. 어느 날 그는 크렘린 궁전으로 예기치 않은 초대를 받는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그에게 문서가 전달된다.그 문서를 읽던 레가소프의 눈은 급격히 커졌고 이내 손이 떨리기 시작한다. 그 문서에 묘사된 검은 광물인 흑연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했다는 것을 의미했기 때문이다.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다. 레가소프는 체르노빌 사고를 수습한 후 수년이 지난 어느 날, 불이 모두 꺼진
[청년칼럼=방제일] ‘모든 사랑은 오해다. 그를 사랑한다는 오해. 그는 이렇게 다르다는 오해, 그녀는 이런 여자란 오해. 그에게 내가 전부란 오해. 그의 모든 걸 이해한다는 오해, 그녀는 더없이 아름답다는 오해, 그에게 내가 필요한 거란 오해, 그가 지금 외로울 거란 오해, 그런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오해... 그런 사실을 모른 채...’박민규의 에 나와 있는 구절과 같이 모든 사랑은 오해일 수 있다. 사랑뿐 아니다. ‘나’라는 우주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인간이 느끼는 유대감 혹은 어떤 감정선은
를 즐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2020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숫자인 줄 알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흐를 것이라는 조언이 서른이 넘어서야 실감이 난다.2020년을 앞두고 한 광고 카피가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에서 그랜저를 위해 만든 광고 카피다.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된 광고는 강렬한 문구로 마무리된다.“2020 성공에 대하여”성공한 사람들은 그랜저를 타야 한다. 그랜저는 성공의 척도다. 광고의 주제이자 요점이 그렇다. 자각
[청년칼럼=방제일] 21세기 대중문화의 단상은 아이돌 문화와 돌아이 문화로 대변된다. 먼저 1990년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아이돌은 H.O.T, 젝스키스, 핑클, S.E.S를 시작으로 소녀시대, 동방신기를 넘어 블랙핑크, 방탄소년단까지 대중문화와 유리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가 아이돌의 홍수라면 서브컬처 쪽은 '대 돌아이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필두로 유튜브, 트위치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 플랫폼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인플루언서들을 양산하고 있다.따라서 21세기 오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