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석혜탁] 연휴를 맞아 김소영, 오상진 커플이 운영한다고 하는 서점에 가봤다. ‘책발전소’라는 이채로운 이름을 가진 곳이다. 워낙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 김소영의 책을 읽었던 탓도 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그가 돌연 책방 주인이 된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나는 남편이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사람인 것이 그가 책을 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영, 中누군가의 남편이 된 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본 인상적인 문구 Ⓒ석혜탁 촬영 [청년칼럼=석혜탁] WORLD’S MOST FAMOUS BUILDING(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갔을 때 본 문구이다.1930년대에 완공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40년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군림했었다.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은 마천루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이라는 수식을 붙이기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물리적인 높이보
[청년칼럼=석혜탁]Ⓒ픽사베이‘플렉스(Flex)’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플렉스는 돈을 쓰며 자랑한다는 의미의 신조어인데, SNS를 보면 정말 너도 나도 플렉스를 외친다. 특히 90년대생들이 플렉스 소비문화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이들은 단군 이래 최고 스펙을 지녔음에도 취업이 쉽게 되지 않는다. 또 몇 달 만에 억 단위로 상승하는 집값을 보고 ‘좌절’하고 만다. (정확히는 냉철하게 현실을 ‘인식’한 것일 수 있겠다)이런 상황에서 왜 한 푼 두 푼 아낄 생각하지 않고, 플렉스 타령이냐고 반문하는 이가 있을 수 있다. 그
Ⓒ 픽사베이[청년칼럼=석혜탁] 소싯적 때부터 절친한 관계를 이어오던 친구 놈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알고 지낸 세월만 벌써 20여 년. 그야말로 죽마고우다. 어릴 적 동네 친구다 보니 그의 아버지, 어머니도 필자를 많이 예뻐라 하셨다. (심한 말썽꾸러기였던 시절, 우리 때문에 속을 많이 태우셨음에도.)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던 예전에는 학원을 가다가도, 친구랑 놀러 가다가도 이따금씩 친구의 부모님을 마주치곤 했다. 사춘기 시절 조금 늦은 시간에 철없이 쏘다니다가 본의 아니게 친구 어머니께 ‘발각’이 되기도 했더랬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건축가 서현 교수의 를 읽었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는 건축을 이루는 공간 조직은 사회 조직의 물리적 구현이라 생각하는 건축가 서현 교수의 글 모음집이다.서현 교수의 시선은 ‘건축학자’의 시선이라기보다는 ‘사회학자’의 시선에 가까워 보인다.서 교수는 사회적 호칭이 미발달하여 씨족공동체의 호칭을 원용하는 현상을 아래와 같이 이야기한다.“대학생들은 입학 후 엠티를 다녀오면 모두 ‘오빠’, ‘형님’이 된다. 식당에는 ‘이모’들이 즐비하다. 거리에는 우아한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유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유랑하였던 ‘남미의 예수’ 체 게바라다.(체 게바라에 대한 긍부(肯否), 훼예포폄(毁譽褒貶)이 엇갈리는 것을 모르지 않다. 그저 이 글에서는 유랑과 여행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물론 목적 지향성이 뚜렷한 유랑이었다. ‘맹우’ 카스트로와 함께 바티스타를 축출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 영화가 따로 없다.그 후 중앙은행 총재와 장관직까지 미련 없이 던지고 다시 한 명의 전사가 되어 콩고와 볼리비아로 향했던 불세출의 혁명가 체 게바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스타를 꿈꾸며 춤과 연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전남중학교 3학년 학생의 앳된 얼굴.무리하게 연습을 한 탓에 코피를 흘리기도 하고, 아파서 쓰러지기도 한다.“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만큼 좋죠. 아프더라도.”어린 학생의 입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묵직함.고된 연습을 마치고 11시 넘어 집에 도착한 소녀. 친척집에 지내던 이 친구는 늦은 시간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곤 한다. 그러고는 사촌동생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꿈꾸
라는 이채로운 제목의 책을 읽었다. 30년 넘게 아사히신문 기자로 살아온 저자 곤도 고타로. 그는 ‘얼터너비트 농부’를 꿈꾸며 시골로 내려간다.농사로 자신의 밥을 해결하고, 그 외 시간에는 오직 글쓰기에 몰두하겠다는 복안이다.일본 3대 일간지의 중견 언론인에서 하루아침에 초보 농부가 되는 드라마틱한 변화. 이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흥미롭다.곤도 고타로가 속한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진보 일간지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곳곳에 묻어난다.인용하는 학자나 저자도 대개 진보적 지식인으로
요즘 같이 꼰대에 관한 이야기 왕성하게 오고 간 적도 없는 것 같다. ‘담론’ 수준이다. 이런 논의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대상에 대한 의미 규정.이란 책에서 힌트를 얻어보자.“꼰대는 동굴 속에 갇힌 인간이다. 동굴 속 횃불에 비친 자신의 그림자를 자신이라고 인식하는 오류를 저지른다. 실제 자신보다 자기를 더 크게 본다. 또 동굴 밖을 보지 못한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동굴 속이 온 세상인 것처럼 행동한다. 동굴 밖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하는, 즉 타자를 볼 줄도 이해할 줄도 모르고, 오로지 동굴 속 자신의 그림자에만
이용마가 떠났다.언론인으로서, 한국 정치를 전공한 정치학자로서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는 그가 눈을 감았다.그는 1969년생이다. 야속하기 짝이 없다.우리에겐 그의 능력과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2008년생 쌍둥이 아들은 아직 아버지의 사회적 존재감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은 이용마를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간결하면서도 적확한 서술이 아닐 수 없다.그는 서울대 정치학과 87학번이다. 격동의 시대에 대학 신입생이 되었던 그는 한참 어린 모교 후배들과의 인터뷰에서
# 프레드 플라스키, 이런 기자가 없어진 지금의 남자 주인공 프레드 플라스키는 위험한 기사를 쓰는, 못 말리는 열혈 기자다.샬롯 필드(미국 국무장관) : “걔는 기자야.”매기 밀리킨(샬롯 필드의 비서) : “위험한 기사만 쓰잖아요.”프레드 플라스키가 위험한 기사’만’ 쓰는 것은 아니겠지만, 겁도 없이 좌충우돌하며 각종 비판적인 기사를 쏟아내는 것은 맞다. 그는 극우 성향을 가진 반유대인 모임에 잠입취재를 시도한다.“하일 히틀러(Hail Hitler)!”를 외치며 “유대인을 조지자”는 극언을 내뱉는 무시무시한 곳에 들어가 이들
"학교 다닐 때 제일 싫었던 게 가정조사였습니다. (...) 정말 질색은 부모 학력을 물어볼 때였죠. 나의 어머니는 국졸이고, 아버지는 국퇴다,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렇게 말하는 게 너무나 싫었습니다. 그래서 대강 중졸 또는 고졸 정도로 거짓말을 하곤 했는데 그 기분이란......"여러 명사와의 인터뷰를 엮어서 낸 책 에서 본 구절이다. 2012년에 발간된 책인데, 우연한 계기에 얼마 전 읽어보게 됐다. 이 말을 한 사람은 경기고, 서울대 상과대를 졸업한 엘리트 정치인이었다. 그는 행정고시를 붙고, 미국에
필환경. 참 예쁘고 멋진 말이다.필환경의 ‘필’은 ‘반드시 필(必)’이다. ‘친환경’을 넘어서 ‘필환경’, 즉 환경보호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조건이 됐다는 의미이다. 기존에 많이 쓰던 표현인 ‘친(親)환경’이 권장 혹은 선호 정도의 개념이었다면, 필환경은 의무이자 우리 모두의 과제로 격상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러 분야의 기업에서도 이 ‘필환경’의 중요성을 주목하며 다양한 그린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한 홈쇼핑 회사는 비닐 테이프가 필요 없는 친환경 배송 상자를 도입하기로 했다. 테이프가 있어야 단단
“태어난 게 목적이야. 목적을 다 했어.”이 말을 듣고 머리가 띵했다.그는 이어서 말했다. “그럼 지금 살고 있는 우리 시간은 뭐냐고? 신이 우리를 예뻐해서 우리한테 윙크를 하면서 보내준 보너스 게임이야.”소명, 어떤 쓰임새…그런 말보다 태어난 게 목적이고 우린 그 목적을 다했다는 것.처음 들어본 어법이었다. 굉장히 신선했다.그는 “언제부터인지 주위에 ‘다 됐으니깐 아프지만 마’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나마 그가 청년들에게 아프지만 말고, 오늘로도 충분하다고 말해주곤 했었다.뮤지션, 논객, 그리고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그레이 크러시! 걸 크러시는 들어봤지만, 그레이 크러시는 어쩐지 좀 낯설다.최근 멋쟁이 할아버지, 할머니가 늘어나면서 ‘그레이 크러시’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걸 크러시(Girl Crush)’가 어떤 여성을 동경하거나 선망하는 마음을 일컫는다면, ‘그레이 크러시’는 멋진 시니어 라이프를 영위하는 사람에 대한 찬사와 응원을 가리킨다.‘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라는 말과도 맥이 닿아 있다. 머리가 세거나 노인을 의미하는 ‘그레이(Grey)’와 전성기, 부흥을 뜻하는 ‘르네상스(Renaissance)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최근 들어 각자 바삐 살던 고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들이 모이게 됐다.운동 잘하던 놈, 공부 잘하던 놈, 순하게 생겼던 놈, 어른스러웠던 놈, 개구쟁이였던 놈 등등! 이들을 수년 만에 만난 것이다. 같은 반이었다 보니 자연스레 담임 선생님 이야기도 나왔다. 선생님 휴대전화 번호도 건네받게 되었다.친구들 모두 선생님을 한번 뵙고 싶어 했으나, 그간 연락드리지 못한 죄스러움으로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필자도 마찬가지였다. 일단 번호를 저장해두었고, 또 시간이 흘렀다.그러다 우연히 선생님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한 신인 모델의 인터뷰를 보았다.그의 사진을 인터넷을 하며 우연히 본 기억이 있다. 알고 보니 그는 6만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패션 인플루언서였다. 그의 남다른 패션 감각과 당찬 눈빛이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몇몇 사진을 본 것 말고는 그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짧은 인터뷰를 통해 이 신인 모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듣게 됐고, 다른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까지 추가로 찾아보게 됐다.그는 모델로 데뷔하기 전까지 참 다양한 일을 했었다.순댓국집을 오랫동안 운영했었고, 연탄 장사와 쌀
[청년칼럼=석혜탁] 외항사를 탔을 때의 일이다.어설프게 잠을 좀 잤을까? 천천히 눈을 뜨고 있는데, 출국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기내 방송이 영어로 흘러나왔다.뒤이어 한국어로도 안내 방송이 나왔다.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인 만큼 한국인들이 많았는데, 이를 배려한 조치인 듯싶었다.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저희 OO항공을 찾아 주신…”과 같은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 외국인이 한국어로 말하는 게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렇게 방송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스토어, 즉 ‘매장’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연상되는가?백화점·마트·복합쇼핑몰 등에 위치해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보통 떠올리곤 한다. 물론 모바일이나 온라인 쇼핑몰도 있을 것이다.그런데 기존의 분류법으로는 설명하기가 조금 힘든 매장도 있다. 바로 ‘트랜스포머 스토어(Transformer Store)’다. 변신 로봇 트랜스포머처럼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바꿀 수 있고, 또 고정된 위치에 자리 잡은 기존 매장과 달리 이동형 매장으로도 활용된다는 특징이 있다.대표적인 것이 이동형 편의점이다. 일본에는 이러한 움직이는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진지충.분위기에 안 맞게 매사에 너무 진지한 태도나 표정으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을 비하하거나 약간의 유머를 섞어 풍자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어다. ‘충(蟲)’을 갖다 붙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진지충’은 아무리 웃으면서 말해도 결과적으로는 공격적인 ‘멸칭’의 성격을 갖는다.진지한 벌레라니. 진지함이 죄가 된 시대다.이왕이면 즐거우면 좋다는 것, 동의한다. 즐거움이 미덕이 되었다. ‘펀셉트’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을 정도라고 하니. 재미(fun)에 콘셉트(concept)가 더해진 말이다. 얼마나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