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한국가요사에서 최초의 유행가수는 누구일까요?이런 궁금증에 대한 분명한 해답으로 떠오르는 사람이 바로 채규엽(蔡奎燁)입니다.식민지라는 우울한 시대사를 배경으로 가요계의 위상이 점차 구체적 형상을 이루어가던 1930년, 채규엽은 두 곡의 노래를 발표했습니다. 콜럼비아레코드사에서 발매한 ‘유랑인의 노래’(채규엽 작사, 작곡)와 ‘봄노래 부르자’(서수미례 작사, 김영환 작곡)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한 장의 음반으로 채규엽은 노래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던 식민지 대중들에게 최초 직업가수로서 강렬한 이미지를 심어주었습니다
“나는 바다를 그리기 위해 바다를 깊이 묵상한다. 그 묵상은 내 그림의 원동력이다. 바다는 계절과 시간, 그리고 대기에 따라 변하지만 바다에 대한 나의 존경은 한결같다.” 화가의 말.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난 말수가 굉장히 적은 사람이다. 질문보다 대답을 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고, 그 대답마저 굉장히 딱딱한 자기검열을 거쳐서 한다. 이를테면, 상대방이 상처 받을 만한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을 만한 말도 철저히 금하는 편이다.그렇다고 해서 착한 척을 하는 것은 아니고 실제로 착하지도 않다. 다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타인에게서 오는 말 한 마디가 어찌나 성가신 폭력이 될 수 있는지를 알기 때문에 말조심을 할 수밖에 없다. 어떤 자리에서 타인이 내게 아무렇지 않게 뱉은
‘문화는 정치다’프랑스 학자인 장 미셀 지앙이 쓴 책이다. ‘문화정치는 프랑스의 발명품이다’로 시작하는 이 책은 프랑스 문화정치와 정책 전반을 이해하는 틀을 제공한다. 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지앙은 미테랑 대통령 시절 갖가지 문화실험들을 소개하면서, 문화정치의 힘을 역설한다.굳이 지앙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문화가 정치의 중요한 수단이 된지 오래다. 문화강국을 자처하는 프랑스만의 전유물도 아니다. 정치적 도구나 수단으로서의 문화는 그 역사가 길다. 문화는 언제나 이데올로기 전파, 권력자의 지배를 위한 ‘정치’
남자는 외로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의문이 생겼다.땅의 끝, 바다의 시작에 줄 없는 낚싯대를 드리웠다.황색 바다가남자에게 무한대와 기다림의 지혜를 말해줬다.줄이 없어야 더 큰 것을 낚을 수 있고,잡을 수 없는 것을 목표로 해야 오래 잡을 수 있다고.그러니외로움이란 텅 빈 그릇에 그리움을 채우라고.누군가를 강렬하게 그리워하면 그 외로움은 금빛으로 채워진다고그리움의 바다를 그리라고.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지난번 한중정상회담, 이건 외교도 아니다. 외교는 ‘친구 만들기’다. 친구를 만들려면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마음’은 없고, 책략으로 일관했다. 마음을 잃으면 모두 다 잃는다. 뭐 하러 돈 들이고 정상초청을 했던가? 역사를 보라. 홀대 받은 나라는 망하지 않는다. 홀대한 나라가 망한다.‘국빈방문’은 전형적인 책략이다. 시진핑은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문제를 국내정치용 카드로 잘 써먹었다. 그러나 문제에 따른 한중관계 경색은 중국으로서도 부담이었을 것이다. 공
가을.남자는 문득 깨달았다.까마귀, 말, 배… 모두는 같은 쪽을 보고 있었지만,남자는 배에서 땅끝을 본 적이 없고말은 배가 될 수 없었고까마귀는 섬에 남은 말을 이해하지 못했고그래서 같이 있어도 외롭다는 것을.서로를 보지 못하고자기만 바라볼 때 존재는 외로워진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I.일본의 각종 제도를 연구한 논문을 보니 과거 일본 교육제도 중 가장 문제가 있던 것이 고사(高師)제도였다고 한다. 인격형성이나 철학과 사상, 교육관이나 세계관도 형성되지 않은 어린나이 사람들에게 선생으로서의 방법론만을 주입하려 했던 것이 고등사범학교였다는 반성이었다. 그러니까 선생은 배출했으되 스승은 만들어내지 못하는 제도였다는 것이 논문의 요지였다. 말하자면 선생이 될지 뭐가 될지도 모르는 대학생을 아예 입학 때부터 으로 만든 교사양성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고사제도가 폐지됐다는 것이다.어쨌든 당시 고등사범학교는 우수
해가 바뀌고, 여름이 왔다.배를 바라보던 말이 가지처럼 여위어간다.지팡이는 말라가고 남자도 여위어갔다.기다림에 지치고바다가 금빛으로 빛날 때는 더 외로워진다.이 외로움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걸까우리는 정말외로워서 더 기다리는 걸까 아니면기다림이 더 외롭게 하는 걸까외로움의 너머엔 혹시 뭐가 있을까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말이 나왔다.이젠 또 기다림의 시간이다.말은 바다를 달릴 수 없기에그 날을 기다린다.인고의 시간이 지나고 나면, 누군가 올 것이다.그래. 누군가는 올 것이다.그것이 비록 그리움 뿐이라도.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화가, 황인선 작가]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호준] 모처럼 서울에 온 선생님은 기분이 무척 좋아 보였습니다. 가볍게 시작한 술자리가 밤이 이슥하도록 끝날 줄 몰랐습니다. 강원도 인제 골짜기에 혼자 기거하며 글만 쓰는 분입니다. 스스로 ‘변방의 시인’임을 자처하면서 대처에는 가능하면 발걸음을 하지 않습니다. 시인 무리에 잘 섞이지도 않습니다. 제게는 문단의 대선배이자 스승 같은 분입니다.결국 선생님이 막차를 타야할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럴 때 술꾼들이 흔하게 하는 습성이 있지요. “에이~ 이왕 늦은 거….” 술자리는 새벽까지 이어졌습니
태풍이 지나갔다.흔들림과 아우성이 멈췄다.배가 먼저 떠났다. 까마귀도 날아 올랐다.검은 바다가 남자에게서 물러섰다.소나무가 물기를 털고 푸르게 섰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며칠 전 여자친구는 자신이 아는 언니가 곧 결혼한다는 얘기를 들려주었다. 그런데 상대 남성이 군인이라고 했다. 나는 직업 군인일 수 있다는 생각을 미처 못하고, 학사장교로 복무 중인 20대 중후반의 캐릭터를 혼자 생각했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냥 그런 인물상이 떠올랐다.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입에서 나왔던 말. “연상연하 커플이야?”여자친구는 대답했다. “응. 연하야.”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짧게나마 이 정도로 다른 커플 얘기를 했으면 충분하다 싶어 다른 주제를 꺼내려했을 때 여자친구가 한 마디를 덧붙였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지난 11월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탈북한 북한군 병사 오모 씨(25)의 탈북 당시의 긴박한 궤적을 담은 CCTV를 본 사람이면 누구든 자유를 향한 그의 질주가 성공한 것은 기적 같은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그는 타고 온 지프차가 도랑에 빠져 시동이 걸리지 않자 문을 열고 나와 남쪽을 향해 질주했으나 뒤쫓는 북한군의 총탄 5발을 맞고 자유의 집 근처에 쓰러졌다. 그로부터 14분 뒤 우리 군에 의해 구출되었고, 다시 그로부터 30분 뒤 미군 응급구조 헬기에 실려 아주대 병원 중증 외상센터에 도
남자는 소나무를 생각했다.‘이 폭풍을 버텨야, 1cm씩 매일 하늘로 간다고 했지?’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시장경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경제 순환의 세 축인 생산, 분배, 소비는 모두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선진 경제로 발전하려면 정부보다 기업의 질적 변화가 더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보통 기업이라면 주식회사 형태의 기업, 즉 법인 기업을 지칭하며 나아가 증권시장에 상장된 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수적으로는 비상장기업이 압도적이지만 매출이나 이익 규모를 감안한다면 상장기업들이 시장경제의 중심을 이룰 수밖에 없다.우리나라의 상장기업은 2016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에 779개, 코스닥시장에 1208개로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바다는 더 검게 변하고사방이 아우성을 쳤으나곧 폭풍이 그 소리들을 삼켰다.말이 먼저 초가로 들어왔다.까마귀와 배는 땅에서 밤을 지키고 있다.누구는 안에서 누구는 밖에서이 잔인한 폭풍의 시간을 견뎌야 한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오피니언타임스=서동철] 서울 이태원의 삼성미술관 리움에는 보물 제1394호로 지정된 ‘경기감영도’(京畿監營圖)가 있다. 인왕산 봉우리 남쪽으로 펼쳐진 서대문 밖 경기감영의 풍경을 12폭 그림에 담아 병풍으로 꾸민 것이다. 문화재청 인터넷 홈페이지의 문화유산정보가 서비스하는 이 그림에 대한 묘사가 매우 훌륭하니 옮겨본다.‘병풍은 오른쪽부터 제1폭에 서대문이라고도 부르는 돈의문(敦義門)과 수문장청(守門將廳)이, 제4째 폭에는 솟을대문에 기영(圻營)이라 쓰여진 것이 보인다. 제6폭의 가운데 큰 건물은 관찰사가 집무하는 선화당(宣化堂)이다.
혼돈이 시작될 때,땅끝에 서는 것은 바보 짓이라고 한다.그러나 남자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끝에 서야 두 세계가 보인다는 것을.두 세계가 보여야 자유일 수 있다는 것도.배가 폭풍의 바다로 나가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소녀가 바다는 여자의 적이라고 한 것도 소녀가섬 여자의 운명과 바다의 폭력 끝에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관계가 질긴 것은 남자가 그 가운데만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남자는 땅끝으로 나갔다. [오피니언타임스=변시지, 황인선] 변시지 시리즈 전체보기
삶이 고단한 그대여 하루하루겨우 산다고 말하지 마라나목 앙상한참나무가지 끝에 매달려혹독한 겨울밤 의연히지새는 겨우살이를 보라 (원영래의 시 ‘겨우살이’에서)12월로 접어들자 순식간에 바람의 결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순간 바람에 날이 서고, 그 날에서 뿜어져 나오는 한기가 옷깃 속으로 파고듭니다. 아,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날이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늦게 시든다는 걸 알게 된다’(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더니, 울긋불긋 물들었던 단풍이 낙엽이 되어 땅 위에 나뒹구는 시절이 되니 과연 늘 푸른 나무가 눈에 들어옵니다. 소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