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에는 ‘중국’마크의 온기류와 냉기류가 교차했다.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무비자 여행을 허용하자 중국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와 관광업계가 환호성을 지르는 한편에서는 심한 혐중(嫌中)시위가 벌어진 것이다.반중 시위야 오래 전부터 중국 대사관이 소재한 명동이나 중국인들의 밀집 지역인 영등포구 대림동 등에서 성행했지만 이번 개천절에는 아예 동대문에서 광화문까지 행진을 하는 식이었다.그것이 개천절의 말 뜻 그대로 하늘을 여는 것인지, 거꾸로 닫는 것인지는 보는 눈에 따라 다르겠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다.안으로는 관광산업을 멍
지난달 워싱턴의 한미 정상회담은 아직도 그 회담의 구체적 내용이 밝혀지지 않았으나 우선 분위기만은 좋았었다.거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한국 측의 빈틈없는 준비 등등…여기에다 회담장에서 피어오른 하나의 향기도 큰 구실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노벨 평화상의 향기-.물론 회담에서 ‘노벨 평화상’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 수상에 집착하고 있고 수상도 유력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그래서 이재명 대통령이 그를 평양으로 떠밀고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 트럼프의 파
한국이 ‘계몽 군주’ 윤석열의 활약으로 시끄러울 때 바깥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으로 정신이 없었다.트럼프는 올해 1월25일 취임했으나 그는 12·3쿠데타보다 한 달 전쯤인 11월5일 실시된 대선에서 당선되자마자 근래에 볼 수 없는 정책 구상으로 가히 ‘계몽 황제’의 면모를 보였다.다만 ‘계몽 황제’라는 말은 없다. 계몽주의에 앞장선 군주들 가운데는 프로이센 왕국의 제3대 국왕인 프리드리히 2세도 있고 러시아의 마지막 여황제 예카테리나 2세도 유명하지만 모두 계몽 군주로 불린다.다만 한국의 계몽 군주가 손바닥에 ‘王
지난해 12·3 계엄 사태 직후 그것이 ‘계몽’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국민들은 웃었다.뻔한 쿠데타를 미화하려고 엉겁결에 ‘계’자 항열의 단어에서 가장 멋진 피붙이를 찾다 보니 ‘계몽’이 걸려든 게 환히 눈에 띄여서였다.하지만 그로부터 반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어느덧 그 기간이 계몽 기간이었다는 생각이 들게 됐다,계몽은 조용하고 평온하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요란스럽고 엉뚱한 분위기에서 이루어진 경우도 많았지 않은가.그런 놀라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국민들은 눈을 부릅뜨고 그 추이를 지켜보게 돼 나라의 통치 상황을 들여다보는 안목이
최근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 작가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가 1차 대전을 배경으로 쓴 소설 ‘서부전선 이상 없다’(Im Westen nichts Neues)를 떠오르게 했다.러시아로서는 서부전선이고 우크라이나로서는 동부전선이지만 참호전 양상을 띤 그 전선에서 숱한 젊은이들이 ‘이상 없이’, 즉 의미 없이 죽어가던 모습은 비슷했다.그 전쟁이 4년째 접어들더니 우크라이나 측에 불리하게 끝나려 하는 것도 주인공 측이 패배한 그 소설을 떠오르게 한다.하지만 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국경을 넘어 유럽이라는 ’서방 전선‘에서 어딘지
12.3 내란 사건은 그 수괴 격인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됨으로써 얼핏 끝난 것 같지만 마음은 편치 않다.그 모든 문제가 완전히 매듭짓기까지는 법규라기 보다는 싯귀처럼 아리송한 법조문들과의 씨름이 놓여 있어서다.하지만 그런 것보다 당장에 더 괴로운 것은 이번 내란으로 드러난 정신세계의 혼란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너무 비상식적인 사건들과 함께 이상한 말들이 쏟아져 아예 국어가 여러 가지 다른 말로 쪼개진 것만 같은 것이다.지난 밀레니엄의 풍경인 줄 알았던 ‘백골단’이 출현한 것도 그렇다.그것이 시골의 어느 후미진 공동묘지나 도시의
한반도에 우크라이나 태풍이 몰아치고 있다.북한이 러시아의 쿠르스크에서, 또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전투 중이라는 보도가 나도는 한편에서는 그 북한군 활동과 전황을 살피기 위해 한국도 분석팀을 파견했다는 등으로...북한의 파병도, 그리고 이에 대응한 한국 측의 참견도 반갑지 않다. 아니, 암담한 느낌도 스친다.하지만 그런 어두운 논란의 한구석에서는 반가운 빛도 비친다.남쪽이건 북쪽이건 그런 일련의 상황에서 외세에 강압 받은 흔적이 보이지 않는 점이 그렇다.이렇게 말하면 자기네 군대를 보내는 일에 무슨 외세의 강압이란
튀르키예가 신흥 경제국 협의체인 브릭스(BRICS)에 가입 신청을 한 것은 터키가 나토 회원국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눈길을 끈다.브릭스에 나토 회원국의 가입을 막는 규정 같은 것은 없다. 그러나 유럽에서 브릭스에 가입한 나라는 없다. 그것은 지금까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유럽 국가들이 근대 이후의 지구촌에서 위세를 부렸던 귀족들이라면 브릭스 회원국들은 그 귀족들을 우러러보던 상민들이나 그들에게 품을 팔아먹고 사는 이들을 연상케 한다.다만 지금까지 브릭스에 가입한 국가들은 그런 개발도상국들 가운데서는 발전한 데다 국력도 강한 편이니
올해의 미국 대선은 엉뚱하게도 인도의 축제처럼 비치기도 한다.우선 인도계의 카멀라 데비 해리스 부통령이 이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것이 그렇다. 여기에다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의 부인 우샤 밴스도 인도계다.인도로써는 격렬하다 못해 험악하기도 한 미국 대선 판에서 굿만 보고도 떡을 먹듯 미국 대통령이나 세컨드 레이디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셈이다.해리스는 아버지(도널드 해리스)가 자메이카 출신의 미국흑인이고 어머니 (사말라 고팔란)는 남인도계 타밀족 출신이어서 법적으로는 흑인으로 분류된다.해리스 자신도
영국이 난민들을 아프리카의 르완다로 추방할 판이다. 영국 상원이 4월 22일 승인한 '르완다 망명·이주 안전 법안‘은 영국에서 걸리적거리는 난민들을 아프리카로 내쫓기 위한 것이다.그 보도에 접한 순간 오랫동안 잊다시피 했던 ’암흑대륙‘이라는 말이 머리를 스쳤다. 그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영국의 탐험가이자 언론인이었던 헨리 모턴 스탠리가 1878년에 내 논 저술 ’암흑대륙 횡단기‘였다.그것은 아프리카를 비하한 말은 아니었다. 아프리카가 탐험하기 어려워 미지의 대륙처럼 캄캄하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었다.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계기로 여러
지난해 10월에 시작된 가자전쟁은 중동의 풍경은 물론 세계 지도마저 바꾸고 있는 느낌이다. 물론 그 지역의 국경선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매스컴에는 그 전쟁을 둘러싸고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지역과 하마스를 지지하는 지역을 색깔로 표시하는 세계지도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그런 지도에서 하마스를 지지하는 지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그 색깔과 함께 변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인류에게 비친 유대인의 인상이다. 그것이 날로 험상궂게 바뀌고 있다.그래서 되돌아보면 인류에게 비친 유대인들의 모습은 명(明)과 암(暗) 그리고 선(善)과 악(惡)의
열대지방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에 열기를 빼앗긴 듯 초겨울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열기는 급속히 식어가는 느낌이다.지난 두 해 동안 세계의 매스컴을 뜨겁게 달궜던 우크라이나 전쟁 기사는 이제 식은 밥처럼 드문드문 한구석에 놓인 모습이다.그런 경우 곧잘 등장하는 말이 있다. ‘잊혀진 전쟁’-.!역사에서는 수많은 잊혀 진 전쟁들이 있으나 지난 반세기 남짓 동안 그 말의 대표적인 주인공은 한국전쟁이었다.그것은 한국전쟁이 치열하지 않아 시시한 전쟁이었다는 말은 아니다.다만 그 기간이 3년 남짓이어서 약 20년의
최근 들어 유라시아가 거듭나고 있다.유라시아가 ‘하나의 대륙’이라는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지구상에서 가장 큰 땅덩어리인 유라시아는 너무 크기에 오히려 그 존재가 헷갈려서 실종된 느낌마저 없지 않다.‘유라시아’는 유럽과 아시아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지만 한국 외교통상부에는 유라시아 1과(러시아 담당)와 2과(중앙아시아 담당)가 있는 식이다. 많은 기록에서 중앙아시아를 ‘유라시아’라고 표기하기도 한다.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에는 소련이 유럽을 병합한 ‘유라시아’와 미국이 영국을 병합한 ‘ 오세아니아’에다 ‘동아시
유난히 무더운 올 여름 서아프리카의 니제르에서 일어난 쿠데타는 세계를 한층 더 뜨겁게 달궜다.하지만 그것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볼거리이기도 하다.니제르가 대단한 나라여서가 아니다. 아니, 니제르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류에게 가장 보잘 것 없는 나라의 하나였다.국토면적이 126만㎢로 남북한 면적의 6배 가까이 큰 나라지만 그 나라가 아프리카에서 가장 넓은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드물다. 아니, 니제르라는 나라 이름 자체를 아는 이도 많지 않을 것 같다.이 가난한 나라에서 오늘날의 한국인들이 부러워 할 만 한 것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바그너 용병이 벌인 반란은 ‘한 여름 밤의 꿈’처럼 너무 빨리 잠잠해져 놀라웠다. 반란군이 모스크바로부터 200㎞까지 접근해서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군대의 러시아 침략을 떠올리게 했던 사건치고는 너무 쉽게 진정돼서다.그럼에도 21세기에 세계 매스컴을 요란하게 장식한 ‘용병’이란 말의 여운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기 어렵다. 특히 한국인들의 경우는 그렇다.아직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러시아는 ‘공산국가’ 같은 존재다. 6.25의 후유증 때문이리라. 그래서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나자 이를 냉전시대의 연장선상에
수단 군벌들의 싸움이 점입가경이다. 이제 내전으로 치닫는 그 사태가 싸움구경을 즐기는 호사가들에게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젖히고 올해의 볼거리로 자리 잡으려 한다.전화를 피해 수단을 빠져나오려는 외국인들의 모습은 2차 대전의 서막을 장식했던 덩케르크 철수작전을 떠오르게도 했다.그러나 올해 ‘아프리카 전쟁’은 수단 내전보다 훨씬 먼저 시작된 셈이다.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세계의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에서 전에 보기 힘든 유형의 싸움을 벌였던 것이다.그 싸움은 ‘미소(smile)전쟁’이라는 특이한 이름을 붙일 만하다. 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강대국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세계 역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그 전쟁의 승부는커녕 언제 쯤 끝날 것인지도 안개 속이어서 지구촌이 어둠속을 헤매고만 있는 것 같다.하지만 그런 가운데도 역사는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심한 홍수가 강산을 휩쓸고 가면 그 뒤바뀐 지형 속에서 전에 없던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것 아닌가.동과 서가 건곤일척의 싸움을 벌이다보니 거기서 새로운 공간이 생기고 거기서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우크라이나 전쟁의 포연에 가려진 역사의 현장을 살펴본다.(1) 21 세기 판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지난달 30일의 브라질 대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와중에 열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 셈이었다.하지만 그 선거결과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에게 남미 좌파의 대부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가 승리한 것은 국토 면적 세계 5위, 인구 세계 7위, 경제규모 세계 12위 국가인 브라질에 좌파정권이 들어서게 된 것 이상의 파장이 예상된다.그것으로 라틴아메리카에서 굵직한 나라들이 모두 좌경화한 셈이 됐다.그 비슷한 ‘핑크 타이드’가 전에도 없지는 않았다.1990년대에 베네수엘라와 도미니카공화국 등을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보는 눈에 따라 여러 가지 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필자의 경우는 ’윤석열의 15시간‘에 시선이 끌리다보니 8년 전의 ‘박근혜의 7시간’이 떠올랐다.박근혜의 7시간이란 잘 알려져 있듯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가 7시간 동안 의문의 실종상태 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다.‘윤석열의 15시간‘이란 그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비속어로 막말을 한 것으로 보도된 지 15시간이 지나서야 김은혜 홍보수석이 그 말의 ‘바이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양 평]국민의힘 내분은 보기에 따라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언론은 물가고와 국제사태가 험난한 상황에서 집권당이 집안싸움에 정신이 없다고 비난하만 우리 역사에서 언제 평화로운 시대가 있었으며 정파 싸움이 없었던 때가 있었던가?우리는 6.25로 쫓겨 간 피난 수도 부산에서도 정치파동을 겪어야 했다.임진왜란으로 나라가 초토화된 상황에서도 당파싸움은 그치지 않았다. 이순신과 원균의 다툼에도 그 당파싸움이 작용해 나라가 뒤집힐 뻔도 했다.그런 바탕에서 정치싸움을 살펴보면 유익한 데가 없지 않다. 그것은 ‘세비’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