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웹툰 작가 광진의 작품 ‘이태원 클라스’에서 주인공 박새로이는 말한다.“소신에 대가가 없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얼마 전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숲)’의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조국에서 매국노가 되었단 소리를 들었다. 난징대학살을 자행한 일본군의 실태를 일본 작가가 써놓았기 때문이었다.하루키는 논란에 대해서 긴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한 마디로 자신의 입장을 일축했다.“내가 대표해야 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나의 소신뿐이다.”우리나라에는 꽤나 많은 문학상들이 존재한다. 작은 월간지에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초등학생 독서논술 수업을 하다보면 가끔 아이들의 꿈을 물어볼 때가 있다. 꿈이 곧 희망직업은 아니지만 대부분 아이들이 희망직업을 이야기한다. 꿈이 없다는 아이들이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 중에 많은 아이가 크리에이터라고 대답한다. 크리에이터가 유튜브 동영상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흔히 유튜버라고 부르기도 한다. 수업 직전까지 휴대폰을 놓지 않는 아이들의 전화 화면을 들여다보면 보통 둘 중 하나다. 게임을 하고 있거나 게임 해설 유튜버의 방송을 보고 있거나.어떤 아이가 친구들과 찍은 영상이라며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한국의 총 전력생산량 중 석탄화력발전 비율은 48%에 달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1.1%에 불과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2016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의 절반을 화력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탈원전 문제를 두고 각계각층에서 찬반 공방을 벌이고 있지만, 이에 대해 주목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탈원전의 선결과제인 신재생에너지 문제를 선진국들은 어떻게 극복했는지 살펴봤다.70년대 한국은 낮은 단가의 화력발전에 힘입어 대대적인 산업화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다. 그로부터 약 반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주머니에 돈이 없어서 빨리 취업하고 싶었다. 지갑을 펼치면 오랫동안 묵혀둔 만원권이 찬란하게 빛나고, 반짝이는 신용카드로는 어머니의 선물을 망설임 없이 사고 싶었다. 그저 그 뿐이었다. 살육경쟁(殺戮競爭)의 취업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가가 되어 자기소개서를 썼고, 배우가 되어 면접에 임했다. 최종 합격통지를 받고는 부리나케 상경하여 지하 단칸방에서 삶을 꾸려갔다. 그렇게 6년이 지나버렸다.다들 그렇게 산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세상논리에도 기계적으로 공감의 고개를 끄덕이며, 쓴웃음으로 맥주잔을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여자도 군대 가라!’는 주장은 성평등을 주장하는 듯 보이지만 ‘나만 고생할 수 없으니깐 너도 고생해봐라’는 논리에 가깝다. 얼마 전 밝혀진 ‘공관병 갑질’사건만 보더라도 군대는 마음만 먹으면 사병의 인격을 무시하고 복무기간동안 무제한의 인력, 노동력으로 악용할 수 있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이 군 복무를 하게 된다면 상명하복 및 권력관계에 의한 성폭력 문제가 발생할 여지도 다분하다. 그러므로 성평등을 위한 여성 복무 주장은 최소한 군대의 부조리한 구조 및 군인에 대한 예우와 인식이 변화된 후여야 한다.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시 창작 동아리를 오랜만에 찾아갔다. 1년만의 방문이었다. 두 편의 자작시를 들고 찾아갔고, 나는 내가 예상했던 것처럼 대차게 까였다. '시라기 보다는 다른 장르의 글을 보는 느낌이다', '서로의 연들이 따로 노는 느낌이다', ‘제목이 이해되지 않는다’, ‘호흡이 너무 길다’, ‘랩 가사같다’는 지적들이 연달아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오랫동안 쉬었고, 두 편의 시는 모두 내가 평소에 쓰던 작법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모든 지적을 다 듣고 나서 내 합평이 끝났을 때 찾아오는 것은
[오피니언타임스=우디] 단기직으로 잠시 공공기관에서 일을 했었다.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은 어느 날, 퇴근하고 친구를 만나러 번화가로 나갔다. 버스에 내려서 약속장소로 걸어가는 순간이었다.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나를 툭 치고 갔고, 교복을 입은 몇몇 아이들이 꺄르르 웃으며 내 옆을 지나갔다. 어떤 아저씨는 통화를 하며 걸었고, 운동복 입은 여자는 빠른 걸음으로 나를 아주 살짝 스쳤다.일상적이고 아주 평범한 스침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웅성거리는 소리에 한쪽 손을 들어서 귀를 막고, 어깨에 멘 가방 줄을 부여잡으면서 몸을 움츠렸다.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유리구슬이 있다. 이 구슬에 뜨거운 물이 가득 차서 깨져버리면 유리조각이 마음을 찌른다. 마음의 병은 몸의 병으로 옮겨간다. 몸과 마음을 지독한 열기가 지배하지만 폭염주의보는 뒤늦게 전달된다. 화산이 폭발해야만 알 수 있다. 지구온난화에 많은 생명이 멸종 위기에 놓이지만 프레온 가스를 유발하는 제품 사용량은 줄지 않는 것처럼, 대부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유리구슬이 깨져 마음에 병이 생긴 상태가 우울증이다. 이 병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서 여러 오해들을 부른다. 사람들은 일단 눈에 보이는
[오피니언타임스=이수진] 난생 처음 보았다. 이런 동물병원은. 그때까지 내가 알았던 모든 병원은 깨끗했다. 수의사들은 앞 순서 강아지의 진료가 끝나면 소독약을 가져다 진료대가 있는 책상 위를 닦았다. 냄새도 없고 더러움도 없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기도 했다.A동물병원은 유별났다. 입구부터 유기견이 들어있는 케이지들이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애초에 손님을 위한 대기석이었을 법한 소파들과 테이블은 이미 벽 끝까지 밀려나 소형 유기견 케이지들을 지탱하고 있었다. 청결하고 세련된 동물병원을 만들어 수입을 극대화하겠노라는 노력은 전혀, 모
충격적인 첫 장면, 그리고 기발한 설정[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수업종이 울리고, 반장은 담임에게 인사할 준비를 한다. ‘기립’ 소리에 모두가 총을 꺼내고, ‘차렷’ 소리에 조준한다. ‘경례’ 신호에 맞추어 모두가 담임에게 난사를 가한다. 담임 선생님은 마하 2의 속도로 움직이는 초생물(괴물), 졸업 전 목표는 담임 선생님의 암살. 바로 애니메이션 ‘암살교실’의 첫 장면이다.암살교실은 동명의 원작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일본의 후지TV에서 방영됐던 작품이다. 후에는 영화로도 제작됐다. 만화책도 큰 주목을 받았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언젠가 회식 자리에서 동료와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에 대해 작은 실랑이를 벌인 적 있다. 과태료 10만원에 속 쓰려 하는 동료의 푸념이 그 시작이었다.“같은 아파트 주민끼리 신고까지 해야 했을까. 관리사무소에 말해서 경고조치를 부탁하든지 아니면 나한테 빼 달라고 전화를 하지. 처음으로 잠깐 댄 건데.”“근데 당사자는 한두 번 겪은 게 아닐 거야.”“무슨 말이야?”“처음에 그분도 신고 대신 차주에게 전화하거나 다른 방법을 썼을 거야. 그 이후론 조심하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개중에는 반복해서 주차하는 사람도 많지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어느 순간 인터넷에서 혐오표현이 자주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혐오의 대상이 벌레나 음식같은 것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사람까지 그 범위가 넓어졌다. 이 대상의 확대에 따른 문제는 혐오표현이 사회적 약자를 상대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또한 일부 개념 없는 여성을 비하하는 ‘김치녀’가 점차 여성을 비하하는 단어로 의미가 변화하듯이 대상이 일부에서 집단으로 바뀐다는 것이다.특히 일베 사이트에서 이 혐오표현의 정도는 심각하다. 분명 민주주의 사회에서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싫어할 자유는 있다. 하지만 호남인들을 ‘홍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루쉰(魯迅)이 자신의 단편소설 중 가장 좋아한다고 밝힌 작품 에서 쿵이지는 함형주점의 주인과 손님들에게 늘 조롱당한다. 그런데 주점에 오는 손님들은 대부분 노동자들이라 쿵이지와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평범한 노동자 손님들은 ‘장삼(長衫)을 입은 손님들’에게는 반항할 생각이 전혀 없는 듯하다. 그저 만만한 쿵이지를 조소하고 멸시한다.에 대해 “몰락한 전통 지식인의 삶을 그려냈다”거나 “변화된 시대상을 수용하지 못하는 하층 지식인의 위선을 꼬집었다”는 비평은 어딘지 부족한 감이 있다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작은 엄마네는 아들만 셋이다. 모두 나보다 어린 남동생들인데 첫째가 고등학교 3학년, 둘째가 고1, 그리고 막내가 13살로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이다. 왜 13살인데 초등학교 5학년이냐고 묻는다면 그 이유는 우리 현수가 조금 특별하기 때문이다.현수는 자폐와 발달장애의 경계에 있다. 그래서 말이 조금 느리고 발음도 아주 명확한 편이 아니다. 나를 ‘연수누나’라고 부르지만 ‘연두누나’로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수가 내 이름을 불러주기까지 현수만의 많은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알기에 나는 ‘연두누나’가 너무나 값지다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3~4년 전 알바를 하던 때였다. 고등학교 동창 하나가 뷔페에서 생일파티를 가졌다. 친구들과 신나게 먹은 뒤 아이스크림을 먹으려고 셀프바 가장 뒤쪽에 있던 냉동고로 가 딸기맛을 푸고 있는데, 능숙한 동작에 나를 직원으로 알았는지 한 아저씨가 자기 것도 퍼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그리고 나는 정말 아무렇지 않게, 너무도 자연스럽게 ‘네 알겠습니다~’라는 서비스 마인드로 대답한 뒤 아저씨의 손에 아이스크림 그릇을 쥐어주었다. 그것도 퍼달라는 초코맛으로. 스스로가 어처구니없어서 헛웃음을 지었었다.나중에 친구들에게 얘기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애국이란 개념이 희미해진 요즘이다. 현충일 등 각종 기념일에 태극기 건 집들을 찾아보기 어렵고 역사란 것은 이력서에 한 줄 더 채워 넣기 위해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 나라에 대한 애정이 없는 국민들이 늘면서 의식은 죽어가고 있다. 역사적 가치가 큰 구국의 현장들도 조상의 호국정신을 담아낸다는 본래적 취지를 벗어나 영리 추구의 관광지로 전락한지 오래다.역사란 과거의 사실에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투영시키고 해답을 찾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잘못된 선택과 행동을 되풀이하지 않는데 의미가 있다. 문득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나는 ‘적당히’라는 말을 좋아한다. 평소에 ‘적당히’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하고 어찌 보면 내 삶의 모토 중의 하나이기도 한 것 같다. 적당히 벌고, 적당히 놀고, 그저 적당히, 가히 넘치지도 않고 그렇게 부족하지도 않게 살 수 있다면 그 삶도 꽤 괜찮아 보인다. 어떤 사람에겐 적당히가 마뜩찮을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 대충하는 것 같기도 하고 더 잘 할 수 있는데 왠지 최선을 다하지 않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예전에 노인복지관협회 산하에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영상제 사무국에서 일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두 달 만에 찾은 고향은 아늑했다. 그리웠던 부모님과 함께 등산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짧은 대화였지만 그동안 서로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아빠와 엄마의 순조로운 인생2모작 이야기, 그리고 스타트업 창업 준비를 착착 해나가는 나의 이야기가 오가며 웃음꽃이 피었다.그런데 서울로 떠나기 바로 전날이 문제였다. ‘꽃중년’ 엄마가 갑자기 ‘아침드라마’ 속 낡은 어머니로 돌변했다. 혼자 사는 아들이 걱정된다며 새벽3시까지 반찬을 한가득 요리하고, 그 고단한 가사노동 속에서도 틈틈이 ‘차 조심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라이브 무대의 뜨거운 열기는 음악과 일 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를 계속하는 밴드들이 있기에 유지되고 있다. 2014년 문체부가 발표한 ‘대중음악산업 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프리랜스 뮤지션 중 음악 활동으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67.3%) 음악 외의 일로 돈 버는 사람(76.9%)이 더 많았다. 음악으로 돈을 벌더라도 그중 71.7%는 월 수입이 100만원 미만에 그쳤다. 오히려 음악 외 활동으로 100만원 이상을 버는 뮤지션이 72.4%나 됐다.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악에만 전념할 수 있는 밴드는 얼마 되지
[오피니언타임스=이수진] 나는 조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 애는 아주 희귀한 무엇이다. 세상에 반짝하고 등장한 것이 겨우 만 사년이 넘었을 뿐이지만 벌써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는지 모른다.식사 장면을 보자. 먼저 밥을 다 먹고 거실에서 만화영화를 보던 조카가 신비의 사이렌을 에~엥 울려대자마자 식탁에 있던 아빠가 구르듯 달려나간다. 이리저리 달래서 금방 헤헤 웃게 하는 것이 여간 재주가 아니다. 참 용한 재주로구나! 하고 들여다보는데 미식축구 파이널에서 뛰다온 것 같은 나의 남동생은 터치다운을 해낸 아주 흐뭇한 표정으로 돌아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