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고라니] 요즘 팀장들을 보면 가끔 짠할 때가 있다. 온갖 더러운 꼴 다 보고 그 자리까지 갔는데, 막상 대접 받을 때가 되니 요즘 것들은 단체로 미쳐 돌아간다. 6시가 되면 팀장이 남아 있든 말든 쌩 까고 퇴근하고, 해외여행 간다며 연차를 대여섯 개씩 연달아 낸다. 조금만 지적해도 갑질한다고 블라인드에 글을 올려대니 환장할 지경이다.이들은 조직의 악습을 개선해 왔다고 나름 자부했다. 회식은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이고, 노래방 뒤풀이도 없앴다.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직원들의 의견도 경청했다. 점심도 자주 사줬다. 박봉에 인
“그럼, 대학 나와서는 쭉 논 거네?”모 유명 스포츠웨어 브랜드의 매장 알바 면접이었다. 가자미 눈을 뜬 채 내 이력서를 노려보던 사장은 분명 그렇게 물었다. ‘놀다’라는 단어의 실질적 의미를 나는 잠시 숙고했다. 내가 아무리 뽀로로마냥 노는 게 제일 좋은 인간이긴 해도 만난지 30분 된 초면의 사장이 그걸 알리 만무했다. 여기다 ‘~거네?’라는 반말까지 조합하면 그가 사용한 ‘놀다’의 의미는 명확했다. 나는 쓰게 미소 지었다. 사장님은 면접에서 ‘탈락’이었다.돌이켜보면 그와의 첫 접촉은 쎄한 구석이 있었다. 밤 10시 30분, 그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게으른 자는 굶주리게 된다.하염없이 놀고 있는 누군가에게 우리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들이다. 위 문구들은 성서에서 인용했지만, 비슷한 말들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숱한 성인들의 입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말 일을 하지 않으면 꼭 먹지도 말아야 하는 걸까. 그리고 하필이면 왜,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못한다’가 아니라 ‘먹지도 말라’일까. 이 근원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판 노동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농경이 시작되기 전 수렵 사회에서는 누구에게나 그랬다. 우리 몸은 그때에도 일정량의 에너지
결혼하면 과연 행복할까? 안 행복할까?주변에서 많이 물어본다."행복하시죠?..."살짝은 안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물어보는 듯하다. 또 어떨 땐 조금 내 표정이라도 안좋을라치면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싸우셨어요?"라고 물어보기도 한다.근데 왜 웃냐? 너!혼자 상상하고 혼자 웃는다.아니 그런 게 아니라, 돈 벌러 나오면 당연히 표정이 썩지 이 사람아! 일하기 싫어 죽겠는데! 이유를 자꾸 딴 데서 찾는다. 본인들이 듣고 싶은 답을 가지고 나한테 물어본다. 그래서 불만이 좀 많다. TV 매체든 언론이든 어디든, '결혼
1.영화를 보면서 타인의 삶에 공감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영화의 순기능일 것이다. 대부분 영화는 자신이 만들어낸 이야기에 관객이 공감하기를 원하고, 그 만들어낸 이야기가 보통 타인의 삶이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렇다.먼저, 영화 속 타인들이 우리와는 다른 삶을 산다는 점에서 우리는 그들에게 흥미를 가진다. 그리고 그 흥미가 직접적인 동일시로 이어지면서, 타인을 위하는 게 곧 자신을 위하는 게 된다. 말하자면 이야기는 개인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결국 공감한다는 것은 타인을 통해 나를 돌아보는 것과도 같다.물론 복병은
[청년칼럼=방제일] 21세기 대중문화의 단상은 아이돌 문화와 돌아이 문화로 대변된다. 먼저 1990년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아이돌은 H.O.T, 젝스키스, 핑클, S.E.S를 시작으로 소녀시대, 동방신기를 넘어 블랙핑크, 방탄소년단까지 대중문화와 유리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가 아이돌의 홍수라면 서브컬처 쪽은 '대 돌아이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다. 아프리카를 필두로 유튜브, 트위치 등 스트리밍 서비스 기반 플랫폼의 등장은 새로운 시대의 인플루언서들을 양산하고 있다.따라서 21세기 오늘날,
[오피니언타임스=윤유진] 에르난 꼬르데스(Hernan Cortes)는 스페인의 탐험가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 바깥에 한창 관심이 쏟아지던 그 시절, 꼬르데스는 스페인에서 내세운 탐험가였다. 미국에 콜럼버스가 있다면, 스페인에는 꼬르데스가 있는 것이다. 이 꼬르데스가 왜 돌아갈 곳을 남겨두지 않았는고 하니, 바로 그는 정복할 멕시코 땅을 밟자마자 부하들에게 “우리는 멕시코를 반드시 정복할 것이다”라고 밝힌 뒤 자신과 부하들이 타고 온 스페인 함대를 불살라 버린 것이다. 돌아갈 곳이 없도록 만들어 부하들의 정복 의지를 더욱 불타게 만든
[청년칼럼=이하연]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가 생겼다. 아빠는 병상에서 내게 중고차를 덥석 사주더니 며칠 후 돌아가셨다. 누군가한텐 자동차가 시야와 지평을 넓혀주는 도구가 된다던데, 나에겐 그저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면허가 없으니까. 내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므로 어쩌면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아니었다. 오히려 짐만 됐던 것이 사실이다.직장인이 연차를 마구 쓰면서까지 운전면허를 따기란 쉽지 않다. 연차뿐만 아니라 주말까지 반납해야 하는데,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심지어 나는 자동차를 끌
[오피니언타임스=문예찬] 크고 동그란 안경, 큰 코에, 결코 잘생겼다고 할 수 없는 울퉁불퉁한 얼굴, 그 시대 사람답지 않은 190에 육박하는 큰 키, 정치인이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어눌하고 느릿느릿한 말투를 가진 사람. 그는 대한민국임시정부의 주석인 백범 김구 선생이다.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다 보면 수많은 인물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주몽, 선덕여왕, 왕건, 이성계, 조광조 등등. 이들의 이름을 말할 때 나는 가급적이면 호칭을 붙이거나 호(呼)로 부르는 것을 피한다. 학생들에게 어렵게 느껴지기도 할 뿐더러 역사적 인물들의 이름을 그대로
[오피니언타임스=앤디] 두물머리를 처음 가본 건 6년 전 겨울이었다. (기억이 정확한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당시 이 장소가 어떤 드라마에 나오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던 것 같다.그때의 나는 뭐가 그리 심각했는지, 연차를 낸 어느 평일에 홀로 차를 끌고 이곳을 방문했다. 잔뜩 기대를 안고 도착했건만 두물머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도 휑하고 휑하였다. 내가 맞게 잘 찾아온 건가 어리둥절할 정도였다. 처음 갔던 그때의 날씨도 제법 잘 기억하고 있는 편인데, 그 날은 계절도 겨울인데 비까지 내려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가득한 날이었다
[청년칼럼=김봉성] N포 세대 이전에 삼포 세대가 있었다. 삼포 세대 직전에 88만 원 세대가 있었다. 10여 년 전 내 꿈은 월 88만 원을 무사히 버는 것이었다. 적정 취업 시기를 놓쳐버린 내게 제대로 된 밥벌이는 보이지 않았다. 나와 엇비슷한 눈높이를 살아낸 7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중반생들은 신개념을 개척했다. 우리 삶은 88만 원, 삼포, N포를 규정했다. 부모보다 잘 살기 힘든 첫 세대로서, 희망을 포기하고 사는 것을 몸으로 서술한 것이다.우리의 유산이 시대를 점령한 사이, 88만 원 세대는 중년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청년칼럼=방제일] 몇 해 전 일이다. 엄마가 주말에 서울로 올라와 종로를 구경하고 싶다고 말했다. 당시 외부 일정이 있어 서둘러 종로 세운상가에 엄마를 모셔다 드리는 중이었다. 을지로 역에 내려 좀 걷자 횡단보도 맞은편 세운상가가 보였다.횡단보도 앞에서 엄마가 가방을 슬그머니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설마,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틀리지 않았다. 엄마는 지갑을 꺼내더니 내 주머니에 오만원을 넣었다.나는 분명 회사에 다니고 있고 월급도 받는다. 박봉이다. 박봉인 건 시대가 어렵고 취업이 힘들어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다. 가장
[청년칼럼=신영준] 책상 위에 족히 1500장은 되어 보이는 A4용지 더미가 놓여있다.“단 한명에 대한 악플을 모아서 단순 출력한 분량입니다. 이런 감정의 쓰레기더미가 매일 온몸에 끼얹어진다고 생각해 보세요...(중략)...당사자는 수 천, 수 만 번의 쓰레기 세례를 언제 그칠지 기약도 없이 견뎌야 하는 겁니다.”한 변호사가 악플에 상처받았을 피해자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체감할 수 있는 사진 한 장과 글을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했다. 이달 14일, 꽃다운 청춘이 스스로 졌다는 참담한 비보에 대한민국이 악플에 대한 경각심과 분노로 들끓고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대역사적 흐름 속에 문명의 발달과 정보전달속도의 발전을 환영한다. 스마트폰, 공기청정기, 벽걸이 에어컨의 발명을 환영한다. 여러 정보 플랫폼들의 발명을 환영한다. 유튜브, 카카오톡, 블로그의 발명을 환영한다.단체 카톡창 발명을 환영 안한다. 그냥 최악이다.옛날이 좋았다. 옛날엔 보기 싫은 사람들 있으면 그래도 일과 이후엔 볼 일이 없었다. 일과 관련해서도 6시 이후엔 문자 서로 주고 받는 것도 계속적으로 이어지기는, 전화를 계속 주고 받는 것도 어느 정도는 한계가 있기에 6시땡, 일과 이후엔 자연스레 빠이빠이 하
국민이 요구합니다.청년들이 분노합니다.여기서 말하는 국민과 청년은 누구일까. 사전적 정의를 따른다면 나는 두 집단 모두 포함된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국민인 동시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청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목에 뭐라도 걸린 듯 찜찜함이 남는다. 국민, 청년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호출하는 건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예를 하나 들어보자. 조국 전 장관의 사퇴가 국민의 요구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동의해야 한다는, 혹은 국민의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이다. 이 문
[청년칼럼=지은성] 8월은 인내의 계절이다. 강렬한 볕이 온몸을 태우고, 무더위는 숨을 조인다. 그저 위안이라면 에어컨 바람과 아이스 아메리카노뿐. 그래도 누군가는 이 잔인한 계절에 성취를 맛본다. 코스모스 졸업, 그렇다. 8월은 유이(唯二)한 졸업의 계절인 것이다. ‘코스모스’라는 별칭은 같은 시기를 대표하는 꽃 이름에서 따왔다. 코스모스는 6~10월이면 만발한다. 애써 돌보는 사람 없이도 코스모스는 때를 맞춰 봉우리를 피운다. 장소의 구애도 없다. 이 무렵이면 산과 들은 온통 코스모스 천지다. 그래서 사람들은 코스모스를 보며 계
[청년칼럼=한성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면 가장 먼저 듣는 말이 상담원에게 폭언을 하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형법 제 311조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상담사분과 말을 할 때 특별히 조심을 했더니 상담사분이 나에게 폭언을 했다.인터넷 쇼핑의 정보제공 동의직장을 그만두고 전혀 단음식이 당기지 않는 나는 최근 캐쉬너츠의 매력에 빠졌다. 나도 100세 무병장수를 노려볼까하고 1일 1너츠를 실행 중이다. 캐쉬너츠는 매장에서 사면 고가이기
첫 만남은『칼의 노?뼁눼? ‘버려진 섬마다 꽃이 피었다’로 책머리가 시작했다. 문장이 아름답다. 『남한산성』으로 향했다. 담백하게 다가와 무겁게 읽혔다. 눈길이 갔다. 그의 글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그는 묘사에 능하다. 인물의 감정과 행동, 시·공간 배경을 설명하지 않는다. 그려낼 뿐이다. 조선 군사 5천이 진주성에서 몰살됐다는 전보를 접한 이순신을 그는 『칼의 노?뼁【?이렇게 묘사한다. ‘진주성이 깨졌다. 닭 한 마리 돼지 한 마리 남지 않았다. 나는 밤새 혼자 앉아 있었다. 아침에 바람이 불었다’ 형용사 하나 없음에도 생생하다.그
[청년칼럼=허승화] 설리가, 고인이 되었다. 믿기 어렵지만 우려는 예상보다 더 끔찍한 현재가 되었다. 그녀의 우울증은 너무나 예상 가능했다. 악플이라는 원인과 한 젊은 여성의 죽음이라는 결과 앞에 나는 커다란 무력감을 느낀다.시선과 평가, 폭력개인적 친분이나 접점이 없는 인물임에도 그녀의 죽음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 이유는, 더 악질인 것이 분명한 사람은 멀쩡히 살고 착하고 여린 사람이 못 견디고 삶을 마감하는 장면이 또 다시 재연되었기 때문이다.거의 모든 대중은 그녀의 내면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너무 모질게 굴었다. 나는 그녀가
[오피니언타임스=유재욱] 청년의 사전적 의미가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했을 때, 이는 폭력적인 선언처럼 왜곡되어 들린다. ‘너희들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성장하였고 무르익었다. 그러니 너희에게 닥친 모든 수난과 고통을 달갑게 받아들여라. 그로부터 너희들을 지켜주는 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너희들은 이미 충분히 강하다. 어떻게든 무너지지 말고 현실을 견뎌라.’ 이렇게 바꾸어 말한다면 뒤틀린 자아의 지나친 청년 왜곡일까.‘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한국의 청년 사회를 물들이며 통용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