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하연] 나는 매일 실수를 하며 살아간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를 포함한 누군가에게 늘 미안함을 느낀단 얘기다. “왜 그렇게 예민해?”라고 묻는다면, “난 예민함과 잘 맞는 것 같아.”라고 대답하겠다. 데리고 가야 할 동반자이므로. 실수에 대한 과거의 내 대처법은 “도대체 왜 그랬어?”였다. 아주 민감하게 굴었다. 스스로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는 어디 한 번 해봐 식의 투. 과거를 부정하고 비난해봤자 내 손해고 시간 낭비인데. 완벽에 가까워지고 싶었던지 무리해서라도 실수를 복원했고, 안 될 일은 곧 죽어도 없다고
[오피니언타임스=하정훈] 결혼한지 어느덧 2년이 가까이 됐다. 아직 우리 부부에겐 아이가 없다. 우리는 연애 시절부터 아이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리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전제로 결혼했다. 물론 부모님에겐 누구도 사전에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지금도 생각이 딱히 변하진 않았다.다행히 우리 부모님은 2세 언급을 많이 하시진 않는다. 다만, 아이를 가지면 조금은 힘들더라도 특별한 행복이 있으니 낳아보면 어떻니? 한번 말씀하시긴 했다. 나중엔 생각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지만, 우리가 조금 더 안정적인 상황이 되면 계획해볼까? 하
[오피니언타임스=이주호] 이번 학기에 고용관계론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경영학과는 사실상 “피피티 만들어서 발표하기 학과”와 다르지 않다. 사실상 이 같은 수업 방식도 교수들의 매너리즘 중 하나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천한 학부생이 어쩌겠는가. 수업시간에 배운 것처럼 노조를 설립해서 파업할 수도 없는 일이다.이번 팀 프로젝트 과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안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다. 피피티 만들기는 백색소음과 함께 카페인이 무척이나 필요한 작업이다. 다행히 우리 집 가까이엔 카페가 있다.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스타를 꿈꾸며 춤과 연기 연습을 열심히 했던 전남중학교 3학년 학생의 앳된 얼굴.무리하게 연습을 한 탓에 코피를 흘리기도 하고, 아파서 쓰러지기도 한다.“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그만큼 좋죠. 아프더라도.”어린 학생의 입에서 나온 것 같지 않은 묵직함.고된 연습을 마치고 11시 넘어 집에 도착한 소녀. 친척집에 지내던 이 친구는 늦은 시간 혼자서 밥을 챙겨 먹곤 한다. 그러고는 사촌동생들의 잠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스탠드 불빛에 의지해 공부를 한다. 대단한 열정이다.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꿈꾸
라는 이채로운 제목의 책을 읽었다. 30년 넘게 아사히신문 기자로 살아온 저자 곤도 고타로. 그는 ‘얼터너비트 농부’를 꿈꾸며 시골로 내려간다.농사로 자신의 밥을 해결하고, 그 외 시간에는 오직 글쓰기에 몰두하겠다는 복안이다.일본 3대 일간지의 중견 언론인에서 하루아침에 초보 농부가 되는 드라마틱한 변화. 이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흥미롭다.곤도 고타로가 속한 아사히신문은 일본에서 진보 일간지로 분류된다. 그래서인지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도 곳곳에 묻어난다.인용하는 학자나 저자도 대개 진보적 지식인으로
#1일개 신입사원이 사장님의 존함을 제집 개 이름 부르듯 함부로 부른다. 그것도 꼭 예산이 부족하거나 업무의 책임 소재가 문제가 되는 난감한 상황에만. 주변 동료들은 신입의 돌발행동에 경악하지만, 정작 신입은 이런 반응을 즐기는 눈치다…. 이런 괘씸한 놈이 있나.#2신입사원의 기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근무 중에도 기분 내키는 대로 물건을 집어 던지고, 상하 고하를 막론하고 돌직구를 남발하기 일쑤다. 까마득한 선배의 지적에는 잔소리 말라며 되레 성을 낸다. 하긴 사장에게도 맞먹는 녀석인데 그깟 선배가 대수랴. 놈이
[오피니언타임스=정준기] 유년 시절 기억이다. 한 어머니가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막내아들이 갓 입대한 모양이다. 그녀는 방송 카메라를 향해 “밥 좀, 아니 밥만이라도 잘 주이소”하고 울먹였다. 기억은 여기서 끝난다. 그래서 나는 노모(老母)의 부탁이 막내아들에게 전해졌는지 잘 모르겠다. 막내아들이 밥만이라도 잘 먹고 다니는지 역시 잘 모르겠다. 어떤 결말도 모르는 이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바로 ‘밥’ 때문이다.밥은 평등하다밥은 보편적이면서도 개별적이다. 누구나 먹는 밥이지만, 제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밥만이 각자의 주린 배를
[오피니언타임스=허승화] 나는 현재 결혼을 주제로 극을 한 편 쓰고 있다. 글을 쓰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인식과 천차만별인 결혼관들의 중간을 찾는 것이었다. 취재하면서 수많은 사람에게 결혼에 대해 물었지만 의견은 천차만별이었다.기본적으로 세대에 따라 결혼관이 많이 갈리기는 한다. 인터넷을 보면 비혼 주의자들이 대다수인 것 같지만 현실에서는 찾기 힘들고, 주말 결혼을 알리는 청첩장은 자꾸만 날아온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이혼을 하고, 재혼을 하며, 졸혼을 하고 비혼을 외친다. 유퉁 씨는 얼마 전 여덟 번째 결혼생활
“제 메시지는 대통령님! 오로지 하나만 하시면 됩니다. AI. AI. AI.”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지난 7월 청와대에서 한 말이다. 손정의는 국가 수뇌부들에게 자신의 안목을 믿고 AI에 투자해달라고 강조했다. 그가 아니더라도 이미 대부분의 기업들이 하나같이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를 외치고 있다.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은 머나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3년 전 전 세계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결투를 넘어, 지금은 스타크래프트에도 AI.
[오피니언타임스=양재현] 좋지 않은 소식이 들려온다. 악플에 상처받은 사람들의 소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는다. 이렇게 원색적인 비난이라니.놀라운 것은 그 다음이다. 이런 상황에선 악플에 대한 자성이 일어나고 이를 자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들에게 악플을 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악플을 쏟아낸다. 원색적이고 충격적인 비난 또한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 뒤로도 다른 악플이 이어진다. 그렇게 악플은 대상만 바뀐 채 계속된다.절대 끝나지 않는 무한의 굴레. 대체 우리 사회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많은
[오피니언타임스=숲속의참치] 게임 원작의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름은 으로 게임 제목을 그대로 옮겼다. 원작을 존중하는 의미도 있지만 본래의 제목이 적절하기에 손댈 이유가 없기도 하다. 반교(返校)는 ‘학교로 돌아오다’라는 뜻이고 디텐션(Detention)은 ‘구류(교도소 또는 경찰서 유치장에 구치하는 형벌)’라는 뜻인데, 제목처럼 학교에 구류되는 게 작품의 줄거리이다. 작품을 관람한 이들의 반응이 대체로 좋아서 게임 원작의 다른 영화와 비교되는 모양이다. 만화나 소설을 원작으로 크게 성공
[오피니언타임스=이루나] 어린이집 행사에 다녀왔다. 아빠들만 참여하는 특이한 프로그램이었다. 평일 저녁 5시라는 애매한 시간대에도 불구하고, 4~7세 자녀들의 아빠들이 30명 넘게 모였다. 어렵게 연차를 쓰거나, 급하게 일을 마무리하고 달려왔을 터이다. 드레스 코드는 흰색 티와 청바지이다. 예비군도 끝난 30~40대 남자들이 같은 옷을 입고 모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아빠끼리도 아직 낯설고 데면데면하다.이윽고 행사가 시작되었다. 아빠와 자녀 간의 친밀감을 높일 수 있는 놀이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었다. 아빠들은 슈퍼맨 복장을 하고 아이들의
‘민주주의는 지극히 합법적으로 무너진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서든 그러했다.’20년 넘게 민주주의가 붕괴한 나라들의 공통점을 연구한 하버드의 스티븐 래비츠키 교수가 저서 에서 내린 결론이다. 그는 1900년대 초중반의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 그 후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아르헨티나의 페론 부부, 21세기의 푸틴과 도널드 트럼프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포퓰리스트들의 공통점을 연구했고 그들의 연설 속에서 몇 가지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 민주주의 선거와 언론에 대한 불만, 정치적 경쟁자에 대한 부정,
을 얼마전에 읽었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된 책이고 한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못보고 있던 차였다. 잠깐 짬이 나서 들렀던 도서관 문학 코너에서 우연히 그 책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서 한시간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술술 읽혔다. 주인공 이름을 왜 김지영이라 지었는지 단박에 이해갈만큼 꽤 보편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남편을 비롯해서 김지영 주변의 인물들이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악인으로 묘사되지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핏 보기에 김지영은 꽤 운이 좋은 사람같았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그런
[청년칼럼=허서정] ‘미쳤습니까 휴먼?’ 관자놀이에 갖다 댄 두 개의 손가락과 45도 각도로 미묘하게 내리깐 시선. 아는 사람은 알 만한 찰진 드립과 어우러진 로봇 사진 한 장이 유행처럼 번진 지 오래다. AI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커뮤니티에 돌기 시작한 이 ‘짤방’은 태초에 낚인 사람을 놀리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이를테면 매우 강력한 혐오성 또는 어그로성 제목이 붙은 게시물을 클릭하면 해당 사진이 드립과 함께 노출되는 식이다. 아뿔싸, 당했다! 라는 인지 작용이 일어남과 동시에 로봇의 비웃는 표정과 뇌는 있
[청년칼럼=윤유진] 우리가 흔히들 “실험” 하면 떠올리는 그 이미지, 가령 시험관에다 각종 색깔의 액체를 넣고 가열하면서 뭔가를 측정하는 자연과학적 연구 방법이 사회과학에도 존재한다. 하지만 사회과학 연구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연구 대상이 “사회”이기 때문에, 자연과학 연구와 달리 사회를 이루는 인간이 끊임없이 변하고 실험값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이다.이렇듯 실험값의 타당성을 저해시키는 요인 중에는 “실험집단의 오염”이라는 것이 있다. 모든 실험이 그렇듯 실험에는 실험적 처리를 가하는 ‘실험집단’과 실험적 처리를 통
[오피니언타임스=방제일] ‘자신이 평생 해온 경기에 대해 우리는 놀랄 만큼 무지하다’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스위치히터인 미키 맨틀의 명언으로 시작하는 은 2002년 메이저리그 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흥망성쇠’를 다룬 영화다. 오클랜드는 월드 시리즈 챔피언십을 9회나 차지한 명문 구단으로 현재는 1990년 이후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채 챔피언십과는 거리가 먼 팀이 됐다. 이유는 하나다. 대표적 스몰마켓인 애스레틱스의 ‘규모의 경제’가 대형 마켓을 가진 구단과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뉴욕이나 LA, 보스턴과 시카고로 대
[청년칼럼=김우성]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테니스 대회 ‘윔블던’. 매년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까다로운 규정으로 유명하다. 관중이 다리를 꼬고 경기를 관람하면 덩치 큰 보안 요원이 손짓으로 경고한다는 점. 로얄 박스(저명한 인사들을 위한 특별석)에 앉는 사람은 한여름 낮에도 무조건 정장을 입어야 한다는 점. 경기장 내에서 상업 광고 게시는 금지되어 있다는 점.다른 대회와 달리 윔블던은 왜 이렇게 엄격한 잣대를 내세우는지.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다른 대회가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이, 또는 아이돌 그룹을 보
[청년칼럼=곽예지] 집. 우리는 집에 ‘머문다’. 언젠가 떠날 수도 있겠지만, 살고 있는 그 동안은. 집에 들어오면 밖에서 잔뜩 웅크리던 내 마음이 가장 먼저 풀썩 누워 머물고, 떠오르는 생각들도 집에서만큼은 조금씩 더 머무르고, 맛보는 음식조차도 휙휙 움직이는 식당의 접시들과는 다르게 느긋이 머금어지다 사라진다. 한 철학자는 그런 집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집이란 풍경보다도 ‘한 영혼의 상태’이다.”눈을 돌리자마자 야속하게 슥슥 지나가는 풍경과 다르게, 영혼이 머무는 곳도 결국, 집이다.1인 가구 비율이 늘고 있다는 말은, 이젠
[청년칼럼=앤디] 수능에 관한 기사가 등장하는 걸 보고 11월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헤아려보니 내가 수능시험을 본 게 벌써 19년 전의 일이었다.2000년 11월 15일은 상당 부분 내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그 날 아침의 긴장된 마음, 그 날의 온도, 낯설었던 고사장, 유독 구두 소리가 심했던 감독관, 소화가 안 돼서 엄마가 도시락으로 싸주신 닭죽 등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들도 있었다.학창 시절 내내 성적을 의식하며, 모범생으로 살았던 그때.수능은 내게 있어 12년의 세월을 하루아침에 평가받는 어마 무시한 날이었다.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