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공개한 조사 보고서의 파장이 심상치 않다.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을 놓고 ‘거래’를 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에서도 2015년 7월 양 대법원장의 박근혜 대통령 독대를 앞두고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대외비 ‘현안 관련 말씀 자료’가 눈에 띈다. 문건은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며 대법원 판결 사건 목록을 별지에 첨부했다. 통상임금, 과거사 국가배상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책상 곁에 있는 작은 국어사전. 맞춤법이 아리송할 때면 가끔 펼쳐봅니다.어느 날 평소 잘 안보이던, 글자 '내 꺼'가 눈에 들어옵니다. 큼지막하게 사전 겉면에 씌여져 있었는데도 웬일인지 그동안 눈에 잘 띄질 않았습니다. ‘내 꺼’란 단어를 보고 새삼 사전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모르는 ‘내 꺼’같기도 하고...사전 앞 뒤를 살펴봐도 주인의 이름이 안 보입니다. 그러다가 표지 안쪽에 찍힌 ‘서울 XX국민학교’라는 스탬프를 보고서야 주인을 알게 됐습니다. 아내가 초등학교 시절 부상으로 받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춘풍이 부는 만큼이나 봄꽃 박람회와 장미축제가 춘풍에 성황이더니 5월 말에는 예술축제가 한창이다. 안산 거리예술제, 수원연극축제 그리고 춘천마임축제 등에 수십만 인파가 몰려 주말을 즐겼다. 수원연극축제는 경기상상캠퍼스에서 ‘숲속의 파티’를 개최해 시민들의 호평을 끌어냈고 안산도 거리예술 축제의 참맛을 보여줬다. 나는 2018년 제30회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으로서 일반인이 모를 마임축제 이야기를 두 개 소개하고 싶다. 춘천문학공원의 요정 같던 아이춘천시 북서쪽 의암호로
[오피니언타임스=도영인] 이 세상은 어쩔 수 없이 대칭적으로 분리된 생각과 말과 느낌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표적으로 상반된 개념들로서 삶과 죽음, 인간과 신, 이성과 감성, 나와 너, 논리성과 신비성, 과학과 종교가 있다. 요즘 한국인들에게 희망과 함께 복잡하게 얽힌 불안정한 정서를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단어로서 남과 북이라는 대칭언어를 빼놓을 수 없다. 철학이나 종교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은 이런 상반된 의미를 가진 말들을 일상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풀어가느냐에 대한 고민의 연속이다.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며칠 전 판문점 통일각에서 이뤄진 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뤄진 회담”이라고 표현했다. 이렇게 말한 건 복잡한 절차와 의전을 생략하고 만났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자연스럽게 만났다는 말도 된다.사실 이념 문제를 떠나 남과 북은 ‘친구처럼’ 만날 수 있는 사이다. 가장 큰 이유는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 아닐까 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나 남북정상이 만날 때나 가끔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것이 따로 통역이 필요 없다는 사실이다. 남북한 말 사이에 이질화가 상당히 진행돼
[오피니언타임스=김호경] 죄를 저지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꼭 그럴 수밖에 없는 절실한 사연이 있다. 그래서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아주 후덕한 속담이 있다. 평범한 사람은 이 말을 어디까지 실천할 수 있을까?우리는 혐오스러운 범죄를 비난하고, 그 범인이 붙잡히면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범인이 마지막 판결을 언도받고 교도소에 갇히는 순간 ‘인권’을 들고 나온다.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속담을 실천하려는 것일까? 2015년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9세 이상의 성인 63%가 사형제에 동의한다
[오피니언타임스=박정애] 불금이다. 퇴근길에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하러 간다. 200그램 1인분에 1만 오천 원이다. 내가 쏠게, 라고 호기를 부리기엔 부담스런 가격이다. 쇠고기 수입 개방 전엔 1인분에 5천 원 정도였다. 그 땐 삼겹살에 소주 한 잔, 서로 사겠다고 야단이었다. 물론 그새 더치페이 문화가 더 굳건해진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쏘지 못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2003년 광우병 파동 이후 삼겹살 인기가 정점을 찍었다. 인기몰이에 힘입어 허브, 녹차, 와인 삼겹살처럼 다양한 맛을 입힌 삼겹살이 등장했다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3)』에서 감독은 아버지의 딜레마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가정 경제는 풍족해지지만 자녀와 교류 시간은 줄어든다. 퇴근 후 아버지는 못 다한 일을 계속해야 되며 그러다 쪽잠을 자고 다시 회사로 가서 충성을 다해야 한다.반면 아버지가 적당히 일한다면 돈은 적게 벌겠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함께 목욕하며 물총싸움도 하고 요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경제적 결핍으로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경순왕릉으로 찾아가는 길은 경주와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신라왕릉 가운데 유일하게 경주를 벗어난 왕릉이라는 점과 불과 15년 전만 해도 민통선 내에 있어 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특수한 사정에 기인한다. 물론 지금은 제한된 시간이긴 해도 상시 개방을 하고 있어, 접근성 자체는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진 편이다. 보통 신라의 왕릉이 경주에 조성되는 것에 비해 연천에 조성된 경순왕릉은 그 위치만으로도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경순왕릉은 단순한 능묘가 아닌 해당 문화재에 담긴 의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술을 안 마시고 사회생활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오십이 다 되어갈 때쯤 알게 되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외국은행에 이십여년 다니다보니 술을 마시는 회식자리도 뜸했고 또 그런 자리여도 안 마신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 주는 분위기였다.다니던 외국은행이 급작스레 철수하며 시중은행으로 옮겨가 생활한 팔년의 기간 동안 시종일관 가장 괴로웠던 시간들은 술과 씨름해야했던 자리에서였다.은행장이 마시라고 주는 술잔을 받고는 못 마신다고 버틸 때의 곤혹스러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은행장과의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좌중의 관심은
[오피니언타임스=서동철] 부처님 오신 날이다. 일주문 아래서부터 대웅전 마당까지 연등을 주렁주렁 걸어놓은 것만으로도 절 주변은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다. 개인적으로 불교에 친근감을 갖고 있지만 불교 신자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초파일이면 절을 찾아 산나물 비빔밥 한 그릇을 먹는 것이 연례행사다. 밥값으로 연등도 하나 달고….오늘은 인상 깊었던 부처님이 각각 계시는 절 세 곳을 소개한다. 우리 역사에서 불교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불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불교와 인연이 없어도 소풍삼아, 여행삼아 다녀오기에 좋다.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나에게 있어 최초의 독서, 독서다운 독서는 중학교 2학년이 돼서야 비로소 경험했다. 여름방학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문예반 선생님이던 국어과 유영근 선생님께서 영어로 된 펭귄문고 책 한권을 선물하시며 여름방학 동안 읽어보라는 것이었다.담임선생님도 아니고, 나만 문예반이 아닐진대, 또 특별히 개인적인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닌데... 하필이면 왜? 라는 의문은 개학하고 나서야 풀렸다. 나를 특별히 기억하고 있던 김 선생님(영어)은 유 선생님(국어)과 서울대 사범대학 선후배 사이로서 가장 가까웠다고 하는데, 그들 대화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필자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더 선호한다. 버스와 비교했을 때, 도로의 교통상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도착 시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선지에 따라 종종 버스에 올라타곤 한다.버스를 탈 때 퍽 자주 마주치는 불가해한 장면이 있다. 두 좌석 중 안쪽 자리에는 자신의 가방을 고이 올려두고, 바깥에 편안히 앉아 심지어 ‘자고 있는’ 사람들.시민의 발이 되어 주는 버스를 탈 때, 성숙한 민주시민끼리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가 있는 법. 바깥에 앉는 것까지는 좋다. (물론 필자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가톨릭은 평화의 종교다. 모든 가톨릭 미사에서 신도들은 “평화 인사를 나누세요”라는 사제의 말을 따라 자신의 전후좌우의 신도들을 향해 “평화를 빕니다”라고 인사를 나눈다. 그런 평화의 인사 의식이 있는 종교는 아마도 가톨릭뿐일 것이다.가톨릭이 평화를 강조하는 것에서 인간이 본성적으로 불화하고 갈등하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성서의 구약시대는 전쟁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의 상징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땅으로 남아 있는 이스라엘이다.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간의 4·27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 최근 필자가 살고 있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에서 모처럼 신규 아파트를 분양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양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분양 계획이 연기되었다고 한다. 분당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것과 관련 있는 것 같았다. 필자는 분당 소재의 현 아파트에서 20년 넘게 살았으며 30여 년 전에 아파트 청약예금에 가입했지만 한 번도 아파트를 분양 받은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의 원리에 비추어볼 때 한국 사회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타입이다. 부동산 투기과열로 자고나면 아파트
내 사부님 중 한 분(전 주UN대사)은 나에게 “클럽이 있으면 들어가라. 특히 공짜면 무조건 들어가라”고 하셨다.“나이트클럽에 가란 얘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공식, 비공식 모임에 끼어들란 얘기다. 하지만 끼리끼리 모이는 데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 배울 게 없고, 시간 낭비다.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편한 한국어로 수다 떠는 데에 가지 말라. 가급적 생소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껴들라. 그래서 다양한 친구도 만들고, 한국인들이 모르는 정보도 수집하라”“클럽에서 꼭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항상 웃는 얼굴로 바보
혼자서 산길을 헤매다가 나도 모르게 음습한 골짜기로 들어가게 되었다. 서늘하면서도 달콤한, 진하면서도 고상한, 환각이 아닌가 싶게 비현실적인 향기에 이끌려서였다. 그늘진 평평한 골짜기에 그림으로만 본 은방울꽃이 쫙 깔려 있었다.5월의 숲은 ‘계절의 여왕’이란 말답게 더없이 싱그럽습니다. 이따금 봄비까지 내렸기 때문인지 신록은 더욱 푸르고, 온갖 야생화는 제철을 잊지 않고 풍성하게 피어납니다. 지난 13일 강원도 철원의 야트막한 산에 오르자 끝물의 연분홍 철쭉꽃과, 순백의 매화말발도리꽃과 고추나무꽃이 번갈아 나타나, 가는 봄을 후회
승부는 결국 네마조네스가 내야했다. 네마조네스는 유모리몬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네마조네스가 마지막 힘을 내기 시작했다. 사이베르 세상 모든 창에 ‘기억해, 우리들의 메모리’ 메시지를 띄웠다. 네마조네스는 유모리몬 제거보다 먼저 나쁜 메모리를 청소하는데 집중했다. 바퀴벌레가 습한 곳을 좋아하는 것처럼 유모리몬도 나쁜 기록에 의존하며 세력을 키워왔기 때문이다. 부키와 노타모레는 네마조네스에게서 진실의 페르푸메를 느낀다고 말해줬다. 그것은 사실 과장이었지만 네마조네스에게는 힘이 되어줬다. 어느 날 네마조네스는 신성한 나무의 위대한 원령의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 양국 간 역사적 대립에 기름 부운 격미 탈퇴 결정에 고무된 이스라엘, 좀더 대담한 이란 공격에 나설 전망[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지난 10일 시리아 내 이란의 군사시설 대부분을 겨냥해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러시아에 따르면 28대의 이스라엘 전투기들이 공습에 나서 60기의 공대지 미사일들을 시리아 내 이란 군사시설을 향해 발사했다. 이스라엘로부터 10기 이상의 지대지 미사일들도 직접 시리아를 향해 발사됐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9일 밤 시리아 남부 군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사자성어 중에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말이 있다. ‘우공이 산을 옮긴다’라는 이 고사는 중국 춘추 시대 사상가인 열자(列子)의 제자들이, 열자의 철학 사상을 기술한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실려 있다.어떤 일이던 간에 우직하게 꾸준히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라는 좋은 의미로 사용되는 고사이다. 그러나 근자에 들어 이 말은 일의 효율성을 무시하는, 좋지 않은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한 사람의 무모한 고집과 집착으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고생과 희생이 부각되기도 한다. 천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