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우디] 42일간 도쿄 여행을 왔다. 도쿄는 1월에 한 번 여행을 다녀갔기에, 이번에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았다. 도쿄에 취직한 친구 집에서 한 달 동안 지내며 도쿄로 워킹홀리데이를 온 동생과 쉬는 날 만나고 있다. 한국에서 놀듯이 하라주쿠, 신주쿠, 이케부쿠로를 쏘다니다 보니 도쿄인지 미니 한국인지 분간이 안 갈 때가 많다.이리저리 구경하고 여행을 다니는 게 현재의 일상인 나는 한국에 있을 때보다 쉬는 시간이 정말 많아졌다. 친구가 출근하면 미숫가루를 타서 마시고, 같이 사는 고양이에게 밥을 준다. 이불을 정리하고 빨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최근 잇달아 청소년 범죄소식이 들려온다. 8세 여아를 잔혹하게 살인해 충격을 준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부터 철골자재, 소주병 등으로 후배를 1시간 40분가량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까지. 이로 인해 소년법 폐지 청원으로 청와대 홈페이지가 마비되었을 정도로 여론은 뜨겁게 달아올랐다.소년법은 반사회성이 있는 19세 미만의 소년에게 보호처분, 형사처분을 함으로써 소년이 건전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문제는 과거에 비해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의 연령이 낮아지고 강력범죄가 더 많아졌다는 점이다.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나는 당신과 대화한다. 나는 당신을 좋아한다. 누군가 좋아하는 것은 꽤나 위험한 일이다. 너무나도 많은 마음의 불안을 낳기 때문이다.내가 말하는 단어가 적절한 단어일까. 나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단어 선택이나, 뉘앙스가 당신에게 괜찮게 들렸을까. 당신이 기분나빠하면 어쩌지. 당신이 기뻐한다면 어느 부분에서 그랬을까. 질문이 끝없이 이어진다. 누군가를 순수하게 좋아하지 못하고 이런 것들을 일일이 알아보려는 나는 나쁜 걸까? 나의 메시지가 담긴 수많은 종이비행기를 당신에게 날려보내고 싶지만, 시간이 흐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필자는 잠실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유치원부터 중학교까지 잠실에 있는 곳을 다녔고, 고등학교는 강남구에 위치한 사립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 송파, 강남이 주된 생활권이었던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서는 가족 전체가 강북으로 이사를 와서 지금까지 살아가고 있다. 아무 문제없이.본격적으로 논의를 전개하기에 앞서 ‘강남’의 범위를 설정하는 게 좋을 듯하다. 의 공저자 한종수와 강희용은 “‘강남’의 범위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며 강남을 규정하는 범위에는 여러 층위가 있을 수 있지만 ‘
[오피니언타임스=김채린] 커피와 술 대신 차(茶)를 마시기 시작한지는 꽤 오래 되었다. 탄산도 커피도 안 마시고 온갖 차에만 관심을 두는 내게 사람들은 왜 삶의 즐거움을 외면하는지 의아해하지만, 단지 취향 차이일 뿐 차를 편애하는 별다른 이유는 없다.이번 가을엔 ‘찻잎책갈피’라는 이름의 작은 차 모임을 알게 됐다. 평균 연령 약 21세, 술을 마시며 열정을 외치는 동년배의 청춘들 사이에서 차를 마시며 냉정을 추구하는 독특한 사람들의 모임이다. 얼마 전 3명의 멤버들과 함께 첫 번째 차회를 가졌다. 멤버들끼리 찻집에서 만나 다양한 차들을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이따금 초등학생 사촌동생이 집에 놀러온다. 학습지나 방과 후 학교 숙제를 가지고 우리집에 들어선다. 순돌이라는 짧은 시도 혼자 숙제를 하다가 모르는 게 있어 내게 물어보는 바람에 읽게 되었다. 나는 동생에게 변소, 돌담, 초가집 등 어려운 단어들을 설명해주었다. 동생은 아직 어려서 시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했다. 시를 읽는 내내 홀로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순돌이의 모습이 계속해서 그려졌다. 예쁘고 자연친화적인 단어들로 말을 꾸민다한들 순돌이가 혼자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화자는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썼을
[오피니언타임스=조요섭] 조진웅, 송승헌 주연의 라는 영화가 다음달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창수는 백범 김구 선생이 수차례 개명을 하는 과정에서 사용했던 옛 이름이다. 배우 조진웅이 김구 선생의 역할을 맡았다. 김구(金九)는 김창암, 김창수, 김구(金龜)에 이은 선생의 마지막 이름이기도 하다.지금껏 숱한 시대극이 나왔건만, 김구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는 없었다. 그는 한국 근대사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1876년 개항과 함께 출생하여 1948년 단독정부 수립과 1950년 한국전쟁 발발의 딱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세계적인 영화제, 칸 국제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2번이나 수상한 벨기에의 거장 감독 다르덴 형제의 영화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에 놓인 개인의 윤리적인 선택을 담담하게 담아낸다. 그들의 카메라는 인물들을 앞서가는 법이 없이,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묵묵히 그들의 행적을 따라간다.다르덴 형제의 2014년 작품 의 주인공 산드라는 우울증 치료를 위한 휴직을 끝내고 복직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사장이 직원들에
[오피니언타임스=송채연] 서울 강서구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지역주민과 장애인 학부모간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 5일 열린 ‘강서 지역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교육감과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학생 부모들이 무릎을 꿇고 지역주민들에게 특수학교 설립 찬성을 호소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여론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이기주의와 님비(NIMBY)현상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설립 반대 주민들을 비난했다. 그러나 본질적인 원인제공자는 김성태 의원(서울 강서구 을)이다.김성태 의원은 과거 총선을 앞두고 ‘강서 르네상스’ 공약을 통해 특수학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얼마 전, 한 언론사가 올린 소셜 영상이 화제가 됐다. 지하철 경찰대가 이른바 ‘몰카범’을 현장에서 체포하는 영상인데, 정작 문제가 된 것은 범인이 아니라 경찰관의 태도였다. 영상 속 경찰관은 “남자가 실수를 했으면 반성하라”, “남자답지 못하다”며 범인을 면박 주었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면서 “그렇게 아세요잉”, “목격자가 좀 많아요잉”이라며 장난스런 말투를 썼다. 익살스런 편집방식을 보건대, 제작자 또한 당시 상황에 무감각한 것 같다. 하지만 수천 개의 댓글들은 ‘경찰의 태도가 마치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MBC와 KBS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파업에 들어갔다. 언론 자유와 공영방송의 독립을 위함이다. 이에 KBS 고대영 사장, MBC 김장겸 사장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이들이 아닌, 파업을 하든 말든, 정상화가 되든 말든 어차피 공영방송은 안 볼 거라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파업 끝에 공영방송 정상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시청자들이 떠난 공영방송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영방송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와버리게 된 걸까. 공영방송 내우외환(內憂外患)내우(內憂) - 정부의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어느 순간부터 물건의 값어치를 매기듯 사람을 평가하는 버릇이 생겼다. 저 사람은 월급 대비 어떤 성과를 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머릿속에서 VR(Virtual Reality) 시뮬레이션이 구현된다. 기대에 못 미치는 직원을 바라볼 때면 괜스레 불만도 쌓인다. 그러다 급기야 미워하게 되고, 어느덧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버린다. 교육공학이라는 학문을 공부하면서 HR(Human Resource)의 정의는 더 이상 인적자원이 아닌 인간관계(Human Relationship)라고 부르짖었지만, 지금은
[오피니언타임스=이수진] 김유신이 대의를 위해 소중한 말의 목을 벤 일화는 유명하다. 그는 신을 모시는 신녀, 혹은 기생이었다고 전해지는 천관녀를 사랑하여 자주 그녀를 찾아갔다. 그러나 이제 막 화랑들을 이끄는 낭도가 되어 집안을 번성의 길로 이끌 것이라 여겼던 아들의 일탈을 걱정한 어머니 만명부인이 이를 만류하자 결국 큰 결단을 내리게 된다.어느 달 밝은 밤, 김유신은 술에 취한 그를 천관녀의 집으로 데려갈 만큼 제 주인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던 애마의 목을 쳐내고야 만다. 그것도 문만 열면 버선발로 달려 나와 저를 반겨줄 바로 그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에 연재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됐다. 지난 3개월 동안 최저임금을 떼인 청년들의 제보를 받고, 노동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 돈을 되찾아주는 기획이었다. 증거확보를 위해 녹음기를 켜고 직접 ‘악덕사장’과 대치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도 있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제보자는 피씨방 알바 재현(가명)이었다. 그는 월 매출 2000만원을 찍는 큰 피씨방에서 지각 한 번 없이 일했는데, 사장으로부터 게으르다, 태도가 불량하다는 구실로 80만원 넘는 월급을 못
[오피니언타임스=우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앞에는 치킨집이 하나 있다. 치킨 배달을 시키면 20분이 채 안 되서 배달되는 경이로운 즐거움이 있기도 하지만, 사실 불편함이 더 크다. 동네 치킨 집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곳에서는 매일 술판이 벌여진다. 만취한 사람들은 즐거우면 즐거운 대로 목소리가 커지고 화가 나면 화가 난 대로 소리를 지른다. 테이블을 두드리고, 플라스틱 의자를 집어던지기 일쑤이다. 새벽 2시정도가 되면 꼭 쩌렁쩌렁하게 자기 자랑을 하는 아저씨들이 나타난다. 창문을 열어놓고 선풍기를 켜고 방안에서 굴러다니던 나도 이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몸도 마음도 춥기만 했던 훈련소에서의 겨울. 각다분한 하루의 훈련이 끝나고 얼어버린 몸을 녹여주는 건 따뜻한 편지 한 통이었다. 엄혹한 유격훈련이 있었던 그날, 전투복은 흙먼지 범벅이었고 세찬 바람으로 모래를 많이 마셔서인지 잔기침은 당최 멎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돌아오니 편지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삐뚤삐뚤하고 못생긴 글씨, 그것도 연필로 큼직하게 쓴 보내는 사람 ‘이세훈.’열한 살 배기 꼬맹이 세훈이가 훈련소에 있는 형을 생각해 직접 편지를 쓴 것이다. 짧은 일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비정규직노동자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특별한 사람,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통계청이 2016년 실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은 874만명으로 임금노동자의 ‘44.5%’를 차지한다. 그저 남의 일이라 치부해버릴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말해서 내가 비정규직이 될 확률이 50%인 셈이다. 또한 현재 정규직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 비정규직보다 임금이 높은 정규직도 구조조정을 피해갈 수 없기 때문이다. 원래 비정규직노동자는 비상시 필요한 업
[오피니언타임스=최선희] 1945년 8월 22일, 전쟁에서 패배한 일본은 조선인 강제징용자들을 부산항으로 돌려보내기로 결정한다. 3일 후 부산항에 도착했어야 할 제1호 귀국선 우키시마호는 24일 대한해협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수면 아래 침몰했다. 광복 후 사랑하는 가족들을 떠올리며 고향으로 돌아오던 수많은 조선인들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우키시마호 침몰 사건이다. 당시 일본 정부는 사망자가 500여 명이라고만 밝혔을 뿐 정확한 탑승자 명단과 사고 경위를 공개하지 않았다. 사고 후 수년 동안
[오피니언타임스=이성훈] 2017년 7월 28일 오전 8시. 인천공항의 D게이트를 통과하며 그녀가 손을 흔들었다. 1년 장거리 연애가 마침내 끝나는 순간이었다. 딱히 그녀를 보고 싶은 건 아니었다. 영상통화로 매일 봤으니까. 다만 우리는 서로를 ‘만지고’ 싶었다. 나는 꽃다발을 건네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 풍성한 흑발은 밝은 금발로 물들었고, 품에 쏙 들어오는 걸 보니 한국에 있을 때보다 살이 빠졌다. 어쩐지 낯설었지만 익숙한 이 체취만큼은 그녀의 것이 틀림없었다.연인의 군입대, 유학, 지방발령 등이 잦은 2030세대에게 장거리 연애는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현대인들이 “욜로”(YOLO, ‘인생은 한 번뿐’이라며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를 외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걸음마를 떼고 책가방을 등에 진 이후부터 쉴 틈 없이 달려왔기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대부분이 등 떠밀려서 혹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기 위해 숨 가쁘게 살아왔다.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본 적 없이 말이다. 교육열이 대단한 우리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대학에 입학한다. 정확한 목표를 정해두고 진학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많은 이들은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