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준범] 국방부가 ‘2018 국방백서’에서 ‘북한은 적(敵)’이라는 종전의 표현을 다른 말로 바꿨다고 15일 발표하자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에서는 기다렸다는 듯 ‘안보포기’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가 이번 백서에서 주적 표현을 삭제한 것처럼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기존의 용어를 달리 표현했을 뿐이다.‘북한=주적(主敵)’ 표현은 이미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4년부터 없어졌다. 이에 앞서 2000년 6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부터는 주적 표현이 적절치 않다는 여론이 많아 용어 사용을 중단한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대학을 졸업한 재미교포 진모씨(32·여)는 2014년 취업비자로 한국에 왔다. 영어 강사로 일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뜻밖에도 어학원 측은 고급반 수업을 맡기지 않았다. 그는 “학원이 수업 경력이나 강사의 학력수준에 앞서 먼저 ‘백인’인지를 물었다”고 말했다. 학원 영어강사 구인 광고엔 “백인들만(Whites Only)”이란 조건이 붙은 것도 있다.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있는 백인우월주의의 모습이다. 한국 경제구조에서 최상층을 차지하는 외국인은 거의 백인 전문직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문재인 대통령이 외국 주요 인사에게 연하장을 보냈다고 청와대가 발표했다.“새해 대한민국의 꿈은 평화로운 에서 함께 잘사는 것으로….”문 대통령은 제73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밝혔다.“의 항구적 평화와 비핵화를 향한 길, 평화로운 세계를 향한 여정에….”문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국빈 만찬에서도 말했다.“…프랑스의 성원과 지지가 함께 한다면 는 평화를 이루고 동북아시아의 통합과 번영에….”이렇게 외국과 세계를 향해서
[오피니언타임스=이동순] 때로 한 편의 시작품보다 유행가 가사가 더욱 절실한 느낌으로 가슴속에 다가올 때가 있습니다. 그 까닭은 무엇에 기인한 것일까요?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오늘도 안간힘을 쓰며 땀 흘리는 인간의 삶은 온갖 힘겨운 부담과 피로가 덧쌓여서 한날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습니다. 우리의 지난 시절은 험난했습니다. 봉건 왕조의 우울한 속박으로부터 벗어나려던 시점에서 우리 겨레는 제국주의 침탈이라는 새로운 질곡에 신음해야만 했습니다. 그 제국주의는 고무신과 안경, 혹은 석유와 스스로 시간을 알려주는 자명종(自鳴鐘)의 얼굴로 우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특별한 날이 아닐 때는 편지를 잘 쓰지 않는다. 각자의 삶이 바빠진 요즘은 생일마저도 손편지보다는 메시지나 기프티콘으로 축하를 전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그것을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나는 편지를 쓰는 게 좋다. 그리고 편지를 받는 것은 더 좋다. 사춘기 시절에는 내가 쓴 편지를 읽고 누군가 울 때 무언가 해냈다고 느꼈다. 누군가를 감동하게 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글재주가 없는 친구들은 편지쓰기를 꺼렸지만 나는 종종 그들에게
[오피니언타임스=이호준] 제가 어렸을 적에는 지금보다 눈이 흔했습니다. 기억이 흔히 저지르는 과장 탓인지는 몰라도, 겨우내 눈이 내렸던 것 같습니다. 제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곳에 살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강원도에는 눈이 지붕까지 덮었다더라”, “산골에서는 집집마다 동아줄을 연결해 놓았다가 눈이 많이 내리면 굴을 뚫어 왕래한다더라”고 들었던 이야기들이 전부 거짓이 아니라면 지금보다 눈이 많았던 건 분명합니다.강원도하고도 깊은 골짜기라고 할 수 있는 인제의 산골에 들어와서 첫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눈이 거
[오피니언타임스=최재황] 폴란드 검찰이 지난 1월 8일 화웨이 중국인 직원을 스파이 혐의로 체포했다. 미·중간의 기술절도와 스파이 논란이 점차 다른 나라로까지 확산되는 듯하다. 이전에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체포 되었을 때는 강력 항의했던 중국정부와 화웨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해당 직원을 즉각 해고하고 꼬리자르기에 나섰다.이번 미중 무역전쟁은 트럼프 미 대통령에 의해서 시작됐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제조 2025’를 부르짖으며 2025년에는 세계 제일의 기술국가가 되겠다고 발표한 것이 결국 그동안 쌓였던 미국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김인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이 있던가요. ‘꿈은 이루어진다’고도 합니다. 삶의 지혜, 내지는 교훈을 담은 이런 경구가 야생화 세계에도 그대로 통용된다고 할까. 눈 속에서 피는 꽃 ‘설중화(雪中花)’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너무도 간절한 때문인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일이 가끔 기적처럼 일어나곤 합니다. 흰 눈이 가득 쌓인 계곡에서 복수초가 노란색 꽃잎을 활짝 여는가 하면, 너도바람꽃이 꽝꽝 언 빙판 사이로 가냘픈 꽃대를 밀어 올려 하얀 꽃을 피웁니다. 일정한 온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야만 꽃을 피우는 식
[오피니언타임스=황진선] 인간 세계 밖 시공간과 초자연적 존재를 소환하는 판타지 소설과 영화는 인간의 실존과는 거리감이 있다. 보통 인간의 꿈과 사랑과 선악을 담아 위안을 주지만 현실의 아픔이나 자유롭고 평등한 세상에 대한 갈망과는 동떨어졌다는 느낌을 주기 쉽다. 그러나 판타지가 현실과 제대로 결합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만큼 흡인력이 클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 소설 ‘피와 뼈의 아이들’미국의 신예 작가 토미 아데예미의 판타지 소설 ‘피와 뼈의 아이들’(Children of Blood and Bone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고교시절이었다. 개학이 얼마 남지 않은 여름방학 때였다.나는 모처럼 책가방을 꾸려서 아침에 집을 나섰다. 학교 도서관에서 밀린 공부 좀 할 참이었다.그러나 공부는 제쳐둬야 했다. 도서관에서 같은 반 친구와 마주쳤기 때문이다.그 친구가 제안했다.“우리 반 아무개 있잖아. 그 자식 집이 시골이잖아. 근데 방학 때 집에 갔다가 그저께 올라왔대. 그 친구 하숙집이 학교 뒷문 근처에 있거든. 만나자고 연락 왔는데 같이 가서 볼래?”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책이 머릿속으로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다. 날씨가 좋아서 도서관이 갑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프랑스와 인접한 스페인의 포르부(Portbou)는 일반 지도에서 그 이름을 찾기 힘든 작은 마을이다. 스페인 여행 일정 중 생소한 이름의 포르부를 찾아간 것은 그 마을에 남아 있는 특정 인물의 흔적, 그를 기리는 조형물을 보기 위함이었다.그 ‘한 사람’은 20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사상가 문예비평가 발터 벤야민(1892~1940)이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으로 철학 미학 등에 걸쳐 활발하게 저술 활동을 펼쳤던 그는 나치를 피해 오랜 도피 생활 끝에 스페인, 포르투갈을 거쳐 미국 행을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생
[오피니언타임스=김희태] 여러분들은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어떤 것을 가장 중점에 두시는지?같은 내용이지만 보는 사람의 시각에 따라 역사는 전혀 다른 평가가 내려지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평가들이 맞고, 틀리고의 문제는 아니다. 역사란 해석의 학문이기에 오늘 우리가 평가하는 현상이 먼 미래에는 다르게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역사는 좀 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실체로서 우리에게 다가오게 되는 것이다.이런 의미에서 영국의 역사학자 E.H 카는 를 통해 '역사는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새해가 밝았는데 생각보다 새로운 느낌이 아니다. 학생 때처럼 학기가 끝나는 것도 아니고, 이렇다 하면서 세웠던 작년의 새해 목표 같은 것도 없었고, 그저 내 일을 계속하게 되겠지란 생각만 들었다. 어머니는 그 말을 듣자 “니가 늙어서 그래”라고 대답하셨다. 그거 스물일곱 살에게 할 소린가요 어머니!1월 1일, 올해 첫 날의 나는 거리를 지나가면서 불이 켜진 가게들에게 눈이 갔다. 연초 성수기를 잡으려는 성형외과나 여행사, 헬스장이 아니어도 열려있는 가게들은 더러 있었다. 조그마한 음식점이나 편의점, 문구점들을 운
[오피니언타임스=임종건] 19대 대선 후보들이 내건 공약 가운데 나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문재인 후보의 ‘광화문대통령 시대’였다. 청와대를 시민공원으로 만들고, 자신은 광화문의 정부제1종합청사에서 집무하겠다는 그의 공약은 2012년 대선 때에 이어 두 번씩이나 내건 공약이었다.대통령이 되고나면 맘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이 없지는 않았지만, 실천할 수만 있다면 그는 그것만으로도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고, 국민들 사이에서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 준 대통령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불길한 예감일수록 맞는다고 했던가, 너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만주 벌판에 엄청나게 넓은 숲이 있었다. 그곳에는 온통 나무뿐이었다. 며칠 동안을 걸어도 나무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것도 도끼 자국조차 없는 ‘처녀림’이었다.중국 사람들은 이 삼림을 ‘수해(樹海)’라고 불렀다. 글자 그대로 ‘나무바다’라는 뜻이다. 삼림이 너무 넓고 깊어서 마치 바다처럼 푸르기 때문에 ‘수해’였다.수해는 대낮에도 어두컴컴했다. 우거진 숲이 햇빛마저 차단했기 때문이다. 수해 속을 걸으면 마치 바다 속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욱 ‘나무바다’였다.중국 사람들은 수해라고 불렀지만, 원래는 다
변혁에 짓밟혀진 고통의 100년세계 역사를 객관적으로 살펴보면 근현대기에 가장 복잡한 역사를 거치면서 처참한 꼴을 당한 나라는 유럽에서는 폴란드이고, 동양에서는 중국(청~중화민국)이다. 물론 나치 독일에게 정복당한 프랑스나 독소전쟁을 치르느라 엄청난 피해를 입은 소련도 처참한 상황에 처하기는 했어도 그 시기는 짧았다. 반면 폴란드는 한때 강국이었으나 약소국으로 전락하여 오랜 세월 극심한 억압과 수탈을 입었다. 온전한 주권국이 된 것은 사실상 1980년대 후반이라 할 수 있다.1616년 건립된 청나라는 강희제·옹정제·건륭제의 이른바
[오피니언타임스=도영인] 새로운 것들을 배워서 변화하고 적응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다!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회적 관계망을 통해 서로에게서 배움으로써 크고 작은 정보와 지식을 후대 사람들에게까지 전수할 수 있다는데 있다. 동물과는 달리 사람들은 당장 먹고 사는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크고 사회적 소속욕구도 매우 강하다. 예컨대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대로 머리스타일 유행을 따라하려는 소소한 욕망뿐아니라 보다 정의로운 사회관계망에 속하고자 하는 거시사회적 욕구가 있다. 사람들끼리의 상생적인 관계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2018년 10월 30일, 강호의 큰 별이 졌다. ‘영웅문’과 ‘녹정기’, ‘소오강호’ 등으로 전 세계 3억 명 이상의 가슴을 뛰게 했던 사람이다. 그의 무협소설 ‘천룡팔부’와 ‘설산비호’는 중국 고교 교과서에 수록되었다. ‘사조영웅전’은 베이징 초등학생 필독 도서 명단에 포함되기도 하였다. 타이완에는 그의 소설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우리에게도 그는 1980년대 무협지 열풍을 불러일으킨 사람이다. 그의 주요 작품인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는 ‘영웅문 3부작’으로 번역돼 100만부
[오피니언타임스=신세미] 대서양 연안의 휴양지,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은 미식의 도시다. 산세바스티안에는 미슐랭 ‘별 셋’ 식당 3곳을 포함해 미슐랭 스타 식당만 10곳이 넘는다. 4년제 대학 과정의 요리학교 바스크 컬티너리 센터(BCC)는 쉐프 지망자들의 꿈이다. 9월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7월 재즈페스티발로도 유명하다. 아름다운 해변 도시답게 태양의 계절이면 서퍼들로 붐빈다.그러나 지난 11월 초 북 스페인 여행 중 산세바스티안에서 1박2일은 소문난 미식 영화 음악 체험보다 이 도시와 연이 있는 두 미술가의 흔적을 쫓는 순례였다. 스페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바닐라크림이 입가에 묻었다. 손으로 닦아내고 싶었지만 그마저 아까워 혀로 핥아낸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추운 나머지 핫팩까지 지급됐다. 녀석의 발열 기능이 금세 달아날까 두 손을 모아 꼬옥 안았다. 지나가는 누군가 날 본다면 빵으로 끼니를 때우며 금식 기도하는 사람인 줄 알겠지. 야윈 몸 덕분에 청바지가 갈수록 헐렁해진다. 양말은 두 겹을 신었지만 추위가 발가락 사이를 파고들어 좀처럼 움직여지지 않는다. 추위가 내 몸을 좀먹는 느낌이다. 이런 날 재수 없게 다치면 며칠은 일을 쉬어야 할텐데. 그래서 위험한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