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김동진]그런 시대가 왔다운전하다 가끔 공기청정 기능을 쓸 때가 있다. 에어컨이 같이 작동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많이 사용했는데, 날이 차가워지면서 그 기능을 거의 쓰지 않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청정기능을 써보려고 운전 중에 눈으로 버튼을 살펴보는데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내 기억으로는 공기청정 버튼을 누르면 작동했던 것 같은데 아무리 살펴봐도 그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한참 뒤에야 버튼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하나의 버튼을 오래 눌러야 그 기능이 작동된다는 것이 생각났다. 불과 몇 달 전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사용했었
[청년칼럼=김동진] 2011년 봄, 트위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우연히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이 크레인 위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는 김진숙이라는 이름도 낯설었고 한진중공업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다만, 무엇이 한 사람을 그 높은 곳까지 올라가게 만들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그 절박한 마음이 대체 뭘까 궁금했다. 정부는, 사람들은 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 볼 생각조차 안 하는 지에 대해서도.그러다가 희망버스 이야기를 들었다. 한진중공업 해고 노동자들과 크레인 위의 김 지
을 얼마전에 읽었다. 오래전부터 화제가 된 책이고 한번 봐야지~ 봐야지~ 하면서 못보고 있던 차였다. 잠깐 짬이 나서 들렀던 도서관 문학 코너에서 우연히 그 책을 발견하고 앉은 자리에서 한시간만에 다 읽었다. 그만큼 술술 읽혔다. 주인공 이름을 왜 김지영이라 지었는지 단박에 이해갈만큼 꽤 보편적이고 공감가는 이야기였다. 남편을 비롯해서 김지영 주변의 인물들이 폭력적이고 비상식적인 악인으로 묘사되지 않고 평범한 사람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적이었다. 얼핏 보기에 김지영은 꽤 운이 좋은 사람같았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그런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에 끌려갔다 돌아온 여자들을 환향녀라 부르며 멸시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를 비하하는, 심한 욕인 화냥년이라는 말의 어원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실제 근거는 없다. 병자호란 당시에 환향녀라는 말이 쓰였다는 역사적 근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환향녀라는 말이 실제로 당시에 쓰였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성들을 조선 사회가 반갑게 맞이하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당시 사대부가에서는 청나라에서 돌아온 여자들을 쫓아내거나, 아녀자들이 친정으로 되돌아갔다가 친정에서도 쫓겨
살다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그런 일을 많이 겪는다. 나는 그 사람에게 나름대로 잘해줬다 생각했는데 나에게 무례한 행동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이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난 그렇게 호감을 표시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 이유 없이 잘 대해주는 사람도 있다. 그럴 땐 그 사람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이유 없이 나에게 무례한 사람을 보면 일단 불쾌한 기분이 들지만, 대체 이 사람이 나한테 왜 그럴까 이유를 찾아본다. 사람은
[청년칼럼=김동진]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지난 1995년 검찰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다며 내세운 논리였다. 이 말은 아무리 불법을 저질러도, 심지어 국가에 반역 행위를 해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말처럼 들린다. 지금까지의 우리 사회는 실제로 그랬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건 상식 수준이었지만 그는 대통령이었고 검찰은 면죄부를 줬다.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정권 교체가 되자 그는 똑같은 혐의로 구속됐다. 그때의 검찰은 틀렸고 지금의 검찰은 맞는 것인가.성공한, 혹은 성공할 가능성이
[청년칼럼=김동진] 트위터에서 어떤 글을 보았다. 남편과 함께 시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하러 감자탕집에 갔는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는 순간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화장실 좀 같이 가자고 하더란다. 굳이 같이 갈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따라가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데 이번에는 어머니가 잠깐 이야기를 하자며 빈 테이블에 앉아서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으셨다. 긴 이야기가 끝나고 자리로 돌아가니, 이미 시아버지와 남편은 식사를 끝낸 상태였다. 화가 난 며느리가 추가 주문을 하려고 하자 시어머니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냐고, 남은 거 먹고
[청년칼럼=김동진] 영화 의 주인공으로 브리 라슨이 낙점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일부 남성들이 불만을 쏟아냈다. 사각턱에 저렇게 못생긴(?) 여자가 히어로물의 주인공이라니! 보통 히어로 무비의 여성 캐릭터들은 몸매를 강조하는 의상을 입고 섹시함을 무기로 내세울 때가 많다. 그러나 예고편으로 드러난 영화 속 브리 라슨의 모습은 섹시함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강인한 전사에 가까웠다. 무표정한 얼굴도 인상적이었다. 역시나 웃지 않는 여성 히어로에 대한 조롱 섞인 글이 올라왔고 이에 브리 라슨은 과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얼마 전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임 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자신의 우울증 증세와 그로 인한 자살 충동까지 스스로 고백하며 헌신적으로 환자를 돌보고 평소 자살 예방에 힘써와, 환자들과 동료들의 존경과 사랑을 두루 받아왔던 터라 그 충격은 더했다. 사건 당시 간호사들을 보호하려 하다 변을 당했단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기도 했다.강력 범죄가 발생하면 늘 벌어지는 일련의 흐름이 있다. 피의자는 평소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거나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친구들과 같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친구들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체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나보다 일찍 결혼한 친구들은 대부분 체벌에 찬성하는 편이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매를 들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나는 어떤 이유든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 나를 보고 친구들은 피식 웃으며 지금은 아이가 어려서 그렇지 키우다보면 마음대로 안 될 거라고 했다.아이는 이제 6살이 됐고 고백하자면 나는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몇 번 아이를 때린 적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아이가 아파서 차를 몰고 병원에 가는 길이었다. 오르막길에서 갑자기 속도가 나지 않았다. 전에도 한 번씩 이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정비소에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아도 부웅~ 하는 소리만 날 뿐 속도가 붙지 않는 차를 끌고 겨우 겨우 병원에 도착했다. 아이를 입원시키라는 의사의 말에 수속을 밟고...병실 침대에 누운 아이는 링거를 맞고 이내 잠들었다.아내가 아이를 보는 동안 나는 차를 맡기러 나왔다. 평소 가는 정비소가 있었지만 거리가 조금 있어서 혹시라도 차가 멈추는 불상사가 생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예전에 내가 사는 동네에 해상 케이블카가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가족과 함께 찾아갔다. 그동안 국립공원이나 다른 관광지를 갈 때마다 그 지역 주민들에게만 주어지는 가격 할인 혜택을 은근히 부러워했던 나와 아내는 드디어 우리에게도 그런 기회가 찾아왔다며 기뻐했다. 막상 가보니 지역주민에게는 1000원이 할인되었다. (얼마 후 2000원 할인으로 변경되었고 지금은 조조, 심야 시간대에 한해 더 많은 금액이 할인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는 더 많이 할인되는 곳도 있던데 할인율을 보고 적잖이 실망했지만, 줄을 서서 탑승권을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정부에서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요동을 친다. 9월 13일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강화와 다주택자 주택 구매용도 대출제한을 골자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발표된 이후 여론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세금폭탄으로 안그래도 힘든 경제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고 종부세를 내야 될 정도의 자기소유 주택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종부세를 내는 것이 소원이라는 사람들도 있다. 새로운 부동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나라 전체가 출렁이는 느낌을 받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정치인, 연예인, 사회적 저명인사 등 셀럽(유명인사)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폭로가 일어날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상이 있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셀럽의 비도덕적인(대부분 범죄에 가까운) 행위가 드러난다. 주로 성과 관련된 문제이고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이다. 가해자는 하루아침에 자신의 자리에서 내려가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물론 있다) 사람들은 반으로 갈라져 가해자를 비난하거나 피해자의 폭로에 대한 숨은 의도를 묻는다.많은 경우 정작 당사자는 잠적하거나 침묵을 지킬 때, 셀럽의 지인이 등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대학시절, 과방에 방명록이 있었다. 방명록보다는 공용노트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겠다. 암튼 적당한 두께의 스프링 노트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그 노트에는 과방에 들어오는 사람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었고, 그 안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 ‘나 오늘 미팅 감. 예감이 좋다‘ ’000 교수님 수업 너무 지루해요. 인간 수면제‘ ’오늘 비도 오는데 수업 째고(?) 낮술 할 사람??‘ 등 주로 개인적이고 가볍고 짧은 글들이었다.그런데 그 중 유난히 일기 쓰듯 길게 글을 쓰는 후배가 있었다. 노트에 쓴 글은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6.13 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총 17석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단 2석만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 다음날,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6선의 중진 김무성 의원은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던 정진석 의원은 당이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의 상황을 세월호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선거에 참패한 당의 상황이 완전히 침몰한 배와 같다는 절망감을 말하고 싶었을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2015년, 캐나다의 저스틴 트뤼도 총리는 취임 후 남녀 동수의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내각을 남녀 동수로 구성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그는 간단히 답했다. “지금은 2015년이니까요.”그로부터 3년 후, 대한민국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집권여당의 광역시장, 도지사 후보에는 여성이 한명도 없다. 1995년에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광역자치단체장에 여성이 당선된 적도 없다. 2017년 대선에서 내각의 30%를 여성으로 임명하겠다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상당히 진보적인 정책으로 대접받았다. 취임 후에도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어렸을 때 나에게 ‘한오백년’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사람이 한번 태어났으면 한오백년은 살아야 되지 않겠냐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나를 보고 가족들이 놀리듯 붙여준 이름이다. 그때 나의 좌우명은 ‘반짇고리처럼 살자’였는데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오는 색색들이 실처럼 가늘게 아주 오래 오래 살고 싶다는 뜻으로 지은 것이었다.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오래 살고 싶어 했는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오래 살고 싶다는 것 보다는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더 컸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것이 너무 무서웠다. 죽는다는 게 정확히 어떤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이름이 흘러나온다. 초반에는 아니 저 사람도 하며 놀라고 역시 사람은 쉽게 알 수 없는 복잡한 존재라고 생각하다 안희정 충남지사 이름까지 나오니 충격을 넘어 오히려 담담해졌다. 이제 어떤 이름이 나와도 그러려니 하는 마음이 들것 같다. (글을 쓰는 지금도 새로운 이름들과 기존 인물들에 대한 추가 폭로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법조계와 문화 예술계, 정치계를 넘어 나라 전체로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학창시절 무수히 많은 교사들에게 겪었던 일상적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얼마 전 30년 가까이 선수들을 상습 성폭행, 성추행한 전 미국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징역 175년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이제 살아서 감옥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30년에 이르는 긴 범죄기간이나 피해자 수, 주치의라는 권력으로 어린 선수들에게 성폭력을 휘두른 점 등으로 볼 때 중형 선고는 당연한 결과겠지만 175년이란 숫자는 놀랍고 새로웠다.반면 우리 재판부는 8살 여자아이를 납치, 성폭행하여 성기와 항문기능의 80%를 손상시키고 평생 인공항문을 달고 사는 고통을 준 조두순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