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이 위기론 투성이다. 질식할 지경이다. 그런데 위기론만이 답일까?어떻게 보면 위기는 자연의 건강한 사이클인데···. 잠깐 두 개의 사이클을 보기로 하자. 하나는 사람의 인생 사이클이고 다른 하나는 브랜드 사이클이다. 사람은 태어나서 성장을 하다가 일정 나이가 되면 성숙기에 다다르게 된다. 성장기에는 몸집이 커지고 근육이 붙고 뼈가 단단해지며 목소리가 커지고 운동력이 늘어난다. 생각의 폭과 깊이도 증가하지만 기운이 사려를 압도하여 성난 말처럼 통제가 어렵다. 이때의 가치는 속도와 힘이다. 그러다가 성숙기에 접어들면 사려가 기운을
“스테판, ‘꺄뽑’[1]이 뭐야?”엑상 프로방스에 사시는 어머니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흥분된 목소리로 던진 질문이다. 그 ‘꺄뽑’ 때문에 프랑스 젊은 애들이 난리가 났다는 소식과 함께… 저녁 뉴스에서 케이팝 공연에 대한 프랑스 젊은이들의 열광을 보도한 것이었다. 이 ‘기이한 현상’에 프랑스 대중 매체들도 적지 않이 놀란 모양이었다. 프랑스 기자들은 케이팝이 순전히 상업적 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미국 음악과 극도로 서양화된 일본 문화의 중간 혼합물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국 정부가 외국에서
한·일 외교장관의 12·28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양국 정부는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고 표현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학가에서도 합의 폐기를 촉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합의 전에 용서 청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잘못보통 일본 정부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위안부 강제 동원에 대한 법적 책임과 그에 따른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든다. 박근혜 정부가 기왕에 내세웠던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어야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10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의도행을 꿈꾸는 인사들의 행렬이 가관이다. 전·현직 고위 관료와 명사들이 여의도행 열차가 지나가는 정거장 주위를 서성거리고 있다. 언론인이나 연예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방귀 깨나 뀌었거나, 뀌고 있는 명망가들을 집어삼키는 ‘여의도 블랙홀 현상’이 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특히 여당 주변 정거장에서 ‘친박’ ‘진박’ ‘가박’ 등 낯 뜨거운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서로 싸우는 모습은 한마디로 볼썽사납다. 현직인 정종섭 행자부 장관, 전직인 안대희 전 대법관, 임
지난달 28일, 자유언론실천재단 송년회에 참석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송년회처럼 웃고 떠들고 노래하는 소리로 왁자지껄하지만 속으로 들어가 보면 비장감이 바닥에 깔려 있다. 왕년의 해직 언론인들, 그리고 현재의 해직 언론인들이 다수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재단은 오늘의 언론 현실을 1974년 동아일보에서 시작한 ‘자유언론실천’ 정신으로 타개하고자 2014년 10월 설립한 단체다. 20여 회원 단체가 있다. 언론은 ‘사회적 흉기’로 변했다재단 출범식 날 김종철 이사장은 “오늘날 우리나라 언론과 정치 상
시간은 선(線)이다. 그 위에 작은 눈금으로 경계를 만들었다. 선은 흐름이고, 질서이고, 논리이다. 시간의 질서와 논리가 인류의 역사를 만들었고, 사고를 규정했다.선은 되돌릴 수 없다. 앞으로 건너뛸 수도 없다. ‘벤자민 버튼의 시계는 거꾸로 간다’나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처’처럼 미래와 현재, ‘시간을 달리는 소녀’처럼 과거와 현재를 왔다갔다 하는 시간여행은 소설이나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물론 누구도 시간을 정지시키거나, 흐름의 속도를 높이거나 늦출 수도 없다.동양에서는 시간을 원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원은 순환이고
한국과 일본이 지난 28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합의한 이후 시간이 갈수록 후폭풍이 심해지고 있다. 언론들은 일본이 법적 책임 인정을 교묘하게 빠져 나간 것에 주목하면서 일본이 원한 대로 ‘불가역적 합의’를 해준 데 대해 비판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위안부 소녀상 이전’을 두고 회담 전후로 180도 태도를 바꾸어 비난을 자초했다. 정부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 하루 전까지만 해도 소녀상 철거를 거론하는 일본 언론의 보도에 대해 ‘터무니 없다’고 일축했다. 그런데 정작 회담이 끝나자 말을 바꾸어 그 가능성을 언급했다.
썰렁개그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자기는 수준 높은 유머라고 주장하는데 정작 듣는 사람들은 웃지 않는다. 뭔 말인지 모르는 까닭이다. 다들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으면 답답하다는 듯 이런저런 뜻이라고 설명한다. 혼자 열을 올리면서. 사람들은 그제서야 무슨 얘기인지 알고 “아∼” 하지만 기껏해야 멋쩍은 웃음을 지을 뿐이다. 썰렁하다고 해도 그만두지 않는다. 오히려 고급 유머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 때문에 안타깝다며 가슴을 친다. 정부 정책은 유머와 마찬가지로 단박에 알아챌 수 있어야유머와 개그의 목적은
‘황성옛터’(원제목: ‘荒城의 跡’)란 노래는 1930년대 당시 식민지 백성들의 상처받고 쓰라린 가슴을 어루만지며 위로해준 기막힌 절창이었습니다. 이 노래의 작사자는 1908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왕평(본명 이응호)입니다. 작곡가는 경기도 개성 출생의 전수린, 가수는 역시 개성 출신 이애리수(본명 이음전)입니다. 왕평은 어려서 어머니 잃고 서울의 친척 댁에서 성장했지요. 배재중학 마치고 조선배우학교를 거쳐서 악극단 ‘연극사(演劇舍)’의 단장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말이 단장이지 영세하고 보잘것없는 악극단을 이끌고 전국을 구름처럼
고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 11월 26일 새로 제정된 국가장법에 따라 국립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타계한 7명의 대통령 중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등은 서울 현충원에, 최규하 대통령은 대전 현충원에 각각 안장됐다. 나머지 윤보선 노무현 대통령은 고향에 묻혔다.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 등 생존해 있는 3명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의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무수한 미래의 대통령들이 국립묘지와 선영 가운데서 자신이 묻힐 곳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현충원 선호하는 우리나라 대통령들, 윤보선 노무현만 고향에
요즘 한국 사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여러 가지 이해집단간의 첨예한 대립이라 할 수 있다. 종교에서나 정치에서나 노사관계에서 상당수 싸움의 궁극 목표가 오로지 상대편을 쓰러뜨리고 내 편이 이겨야 한다고 하는 한 가지에 집중된 것 같다. 요즘 잘 쓰는 말로 ‘진영논리’다. 좀 과격한 말을 쓰면 내가 죽느냐 네가 죽느냐하는 ‘냐냐주의’에 입각해서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이다. 요즘 한국사회 죽기 살기로 싸우는 형국인도의 성인 간디가 생각난다. 간디가 인도의 독립운동을 지도하면서 가지고 있던 두 가지 기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3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것은 개인으로서는 실패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성공에 가깝다고 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중앙일보, 리얼미터, 한겨레신문의 여론조사에서 ‘내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느 당 후보를 지지하겠는가’라는 질문에 ‘안철수 신당’이라고 답한 사람이 각각 18.6%, 16.5%, 16.4%나 됐다. 안 의원 탈당으로 존재감 확인한국갤럽이 조사한 ‘차기 대선 야권 후보 선호도’ 문항에서도 ‘존재감’이 나타났다. 새정치연합 지지층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이 각각 58%와
#1겨울비가 내린 아침,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이었습니다. 비가 말끔하게 씻어준 세상은 상쾌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걸음은 산 어귀 마을언저리까지였습니다. 연립주택들 사이 좁은 골목에 망연하게 서 있는 할머니 한 분을 봤습니다. 전날 저녁에 수거한 종이상자를 리어카에 실어뒀는데 밤새 젖어버린 모양이었습니다. 물 먹은 상자를 수집소로 가져가봐야 받아주지도 않을 테고, 그렇다고 버릴 수도 없는 일입니다. 하나씩 내려놓고 말려야겠지만 당장 다시 일을 나가야 하니 막막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노인의 그 막막한 눈길에서 막막한 우리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권력은 부패하기 쉽다. 부패한 권력은 음습한 곳으로 숨어든다. 암세포처럼 서로 결합해 덩치를 키운다. 이렇게 한번 썩은 권력은 아무리 방부재를 뿌리고 도려내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고, 원래의 상태로도 돌아오지 않는다.권력은 무기에서 나온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대선 후보인 현역 국회의원 장필우(이경영), 재벌인 미래자동차 회장 오현수(김홍파), 유력 일간지 조국일보의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의 결합. 이들은 각기 정치, 돈, 글이란 힘을 서로 빌려주고 나누면서 공생의 ‘부당거래’를 한다. 이른바 정·경·언 유착이
[오피니언타임스=박영균] 서울 남산의 북쪽 산책길은 언제나 아름답습니다.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백범광장과 남산도서관에 이르는 길은 봄에는 꽃이 만발하고, 여름에는 녹음이 짙어져 시원한 그늘을 제공합니다. 가을 단풍과 한 겨울의 설경도 일품입니다. 경치를 즐기며 천천히 걸어도 한 시간쯤 지나면 어느새 백범광장에 도착하게 됩니다. 예전에는 산책하는 시민들이 많지 않았으나 지금은 휴일은 물론 평일에도 산책하는 사람들로 붐빕니다.국립극장을 출발하자마자 왼쪽으로 소나무 숲을 지나면 오른편에 활터 석호정을 만나게 됩니다. 석호정은 생긴지 385년이나
[오피니언타임스=함기수] 바야흐로 세계가 한 마을처럼 된다는 지구촌(Global Village)시대다. 우리나라도 이제 상주 외국인이 15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3%에 이른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이제 한겨레, 단일민족의 개념은 내려놓을 때가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각국의 사회과학자들이 2010~2014년에 한국인 1200명을 포함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진행한 ‘세계가치관조사(World Value Survey)’에 따르면 한국인의 34%는 다른 인종과 이웃이 되는 것에 부정적이라고 답했고, 44%는 이주노동자와
세계에서 가장 큰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기업인 미국의 브릿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의 최고경영자인 레이 달리오(Ray Dalio)는 금융시장에서 발군의 실적을 올려왔으며 다보스 포럼을 포함해 여러 국제적인 컨퍼런스에도 단골로 출현하는 유명인사다. 그는 1975년 설립한 이 회사를 특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적 금융회사로 키웠다. 개인적으로는 그에 대해 별로 아는 바가 없었으나, 유튜브(YouTube)에서 미국 CBS방송의 유명 앵커이자 자신의 이름을 딴 인터뷰 쇼의 진행자인 찰리 로즈(Ch
올해부터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말이 점점 많아지고 남을 훈계하려드는 자신을 자주 발견한다. “내가 보는 세상은 이렇다.… 지금 정치판은 이런 점이 틀렸다.… 이렇게 살아야 된다.…” 표현은 점잖다 치더라도 나는 학생들에게 내 견해와 주장을 거침없이 피력하고 있다.비단 학생들만이 아니다. 이제 60이 다 된 나이라, 만나는 사람 상당 수가 손아래이다 보니 “내가 겪어봐서 아는데…”라며 주절주절 말을 늘어놓게 된다. 옛말에 ‘늙으면 말이 많아진다’고 했는데 지금 내가 꼭 그런
사법시험 존치를 둘러싼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3일 법무부가 사시 폐지 시한을 4년 더 연장해 2021년까지 유예하겠다고 발표해 타오르는 갈등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들은 법조인 양성 단일화 약속을 깨고 ‘떼법’을 용인한 것이라며 수업을 거부하고 전원 자퇴를 결의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서울지방변호사회,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4년 유예안은 미봉책이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해 사시를 영구적으로 존치토록 해야 한다고 맞섰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지하철이 완전히 운행을 중단했다고 가정해 보자. 출퇴근 세대는 교통체증을 감수하고서라도 버스 정류장으로 발걸음을 돌릴 것이다. 지하철역 가까이에 어렵게 장만한 집을 팔고 교통이 편한 동네로 이사갈 고민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불편할 뿐 삶 자체가 바뀌지는 않는다. 노인 복지 외면하다간 부작용과 악영향 더 커져‘지공거사’라면 어떨까.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65세 이상 세대 말이다. 서울과 경기도는 물론 멀리는 충청권의 어르신까지 서울 시내 한복판 탑골공원을 어렵지 않게 찾는 것은 순전히 지하철을 무료로 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