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진실 알리겠다”며칠 전 한 신문이 한국사 국정 교과서 대표집필자인 신형식(76) 이화여대 명예교수를 인터뷰해 실은 기사의 제목의 일부다. 역사의 진실을 알리겠다고? 좋다.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지인(知人)들 ‘잘했다’ 거듭 전화”라는 부제를 보는 순간, 속이 뒤틀렸다. 집필자로 참여하게 된 것을 격려하는 지인이 몇몇 있었다는 이유로 자신을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격려한 사실은 침소봉대하고 반대하거나 말린 사실은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은 아닌가. 그런 식으로 사실을 호도했다면 역사의 진실을 알리겠다는 역사학자로서의 자질 또한
[오피니언타임스] 지난 1일 실시된 터키 총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끄는 정의개발당(AKP)이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두었다. AKP는 49.5%의 득표율로 550석의 의석 가운데 317석을 획득했다. AKP가 정권을 4년 더 연장하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을 한층 더 강화시키는 개헌안 추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AKP는 지난 6월 실시됐던 총선에서 15년 만에 처음으로 과반의석 획득에 실패했었다. 이는 대통령제로의 개헌을 밀어부치려는 에르도안에 대한 반발 때문이었다. 그랬던 터키에서 불과 5개월이 채
[오피니언타임스] 과거 매관매직이나 계파정치, 정치적 논공행상의 흥정물에 다름없었던 ‘전국구’와는 의미와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현행 비례대표제 역시 아직 그 비리의 뿌리가 아주 사라진 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례대표제는 정당 공천으로 선출된 직능 대표들이 현장과 직능을 대변하고 그것을 사회에 확산시키며 제도 확립과 정책 수단을 동원할 수 있는 효율적인 정치제도임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정당이 과연 그럴 만한 사람을 잘 골라냈는지와 뽑힌 후에 과연 그들의 행보가 그러한가 하는 점이다.나같은 소시민으로선 국회의원처럼 매
지난 10월 31일은 핼러윈(Holloween) 데이였다. 이태원, 강남, 홍대 클럽 등에는 핏자국 드라큘라, 마녀, 좀비 등으로 분장한 젊은이들이 수백 명씩 몰려들었다. 영어 학원 어린이들은 핼러윈 데이 분장에만 수만 원에서 수십만 원씩 썼다. 해가 갈수록 핼러윈 관련 구매시장은 증가세다. 내 기억으로 핼러윈 데이는 3~4년 전만 해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는데 어느새 커져 버렸다. 핼러윈 젊은이들은 “학업, 취업이나 결혼 같은 사회 압박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또는 “어른들 틈에 껴서 불편한 명절 때와는 달리 우리끼리 놀 수 있는
[오피니언타임스] 요즘 우국지사들은 친일파 때문에 나라걱정을 많이 하니, 거두절미하고 친일파를 깨끗이 처단해보기로 하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친일파는 누구인가를 확정하고, 다음으로 친일파를 어떻게 처벌 혹은 처단할 것인가가 문제가 되겠다. 친일파가 누구인지 다시 확인해 보면친일파란 물론 일제시대에 친일 행적을 한 자를 일컫는 것이겠으나, 구체적으로 1942년 7월2일 입법의원(立法議院)을 통과한 ‘민족반역자, 부일협력자 등에 대한 특별조례’(이하, 특별조례)는, 민족반역자로 한일보호조약, 한일합방조약 기타 한
[오피니언타임스] 제주 성읍마을은 우리나라 8대 민속마을 중 하나이다. 안동 하회마을, 경주 양동마을, 아산 외암마을, 고성 왕곡마을, 순천 낙안읍성, 성주 한개마을, 영주 무섬마을 등과 더불어 500년 이상 지속돼왔다. 성읍마을은 한라산(1947m) 동쪽지역으로 한라산에서 이어진 낮은 용맥들이 주변에 오름으로 솟았고 한라산 기슭에서 발원한 물줄기인 천미천이 감싸주는 풍수적 명당에 위치한다. 마을 어느 곳에서나 우뚝 솟아 보이는 산이 영주산(瀛洲山, 320m)인데 성읍마을 사람들은 영주산을 신령한 산으로 생각한다. 영주산을 성읍마을에 생
[오피니언타임스]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우리의 ‘균형외교’에 문제가 생겼다고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균형외교’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니 틀렸다. ‘둥근 사각형’, ‘프랑스 왕’이라는 말이 문법적으론 맞지만 내용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예를 들어보자. 경향신문 워싱턴 특파원으로 일하던 2001년 2월쯤으로 기억한다. 미국평화연구소(USIP)에서 부시 정권 출범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 세미나가 열렸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했던 웬디 셔먼 대사의 발표가 끝
[오피니언타임스] 공개형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출범했다. 위원회는 언론사의 포털 입점 및 퇴출 결정을 위임받는다. 포털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언론사 기사로 유입되는 독자들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위원회는 언론사의 생사를 결정짓는 칼자루를 쥐는 셈이다.네이버와 카카오는 예상되는 외부 압력을 막기 위해 위원회를 비공개로 운영한다고 했지만, 위원 명단은 이미 이리저리 새어 나오고 있다. 위원 면면을 보면 시민사회단체가 일부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대다수가 기존 보수 언론사를 대표하는 단체 인사들로 구성되어
[오피니언타임스] 우리나라 국민의 실질 문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 수준이라고 한다. 글을 읽고 쓸 줄 알지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성인이 38%나 된다는 것이다. OECD 국가 평균 문해율은 22%. 복지국가의 대명사인 스웨덴과 핀란드는 6.2%와 12.6%라고 한다. 실질문해율 38%로 OECD 바닥‘성인문맹율이 0.7%(유네스코, 2015년)밖에 안되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 할 수 있지만 들여다 보면 수긍하기 어렵지 않다. 글의 뜻을 알자면 교육과 일상생활을 통해 바르고 정확한
[오피니언타임스] 이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무산을 기대하는 것은 물 건너 간 것 같다. 무엇보다도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철벽 같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박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말미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설명할 때는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 같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얼굴이 무섭게 느껴졌다는 의원들도 있었다. 박 대통령의 국정화 강행의지, 사실상 대책 없어박 대통령은 정치 투쟁을 잘하는 정치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박 대통령은 타협의 정치인이라기보다 원칙의 정치인이다. 야당으로서는 고집불통이라고
[오피니언타임스]지난 한가위 보름달은 슈퍼 문(super moon)이어서 그랬던지 유난히 크고도 밝았습니다.밤하늘에 휘영청 밝은 달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린 시절, 아버님의 품에 안겨서 배웠던 노래 하나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입으로 흥얼거렸습니다. 그 노래의 첫 소절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가을달밤의 고즈넉한 풍경과 분위기로 펼쳐집니다.바로 그 노래, 한국 최초의 창작가요였던 ‘낙화유수(落花流水)’에 대한 이야기보따리를 한번 펼쳐볼까 합니다. 낙화는 떨어지는 꽃, 유수는 말 그대로 흘러가는 물이란 뜻입니다. 떠나가는 봄, 한때 번성
[오피니언타임스]“한국에서 가장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이 금융 산업인데 급여 수준은 반대로 가장 높다”늘 들어왔던 말이긴 하나 지난 달 어느 세미나에서 금융 감독기관의 최고 책임자였던 분의 입을 통해 이 말을 듣는 느낌은 달랐다.지난 달 초 박근혜 대통령이 청년실업대책으로 희망펀드를 제안하면서 월급의 20%를 기금에 출연한다고 하자 은행지주회사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앞 다투어 연봉의 20~30%를 반납하고 있던 때였다. 금융기관들은 다른 어느 기관 단체들보다 앞장서 이 기금에 출연하고, 청년 희망펀드에 맞춘 신상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이 있다. 강의 상류가 흐린데 하류가 맑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것도 몇 백리 상류라면 흐르는 동안 흙탕물이 좀 가라 앉아 어느 정도 맑아지겠지만, 바로 한 구비 위가 흐린데 이 곳 아랫물이 어찌 흐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근본 원인이 제거되지 않으면 그야말로 백년하청(百年河淸) 아니냐는 뜻이다.이 속담은 주로 요즘 같은 한국의 암담한 정치 상황을 보면서 인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윗물 격인 정치 지도자들이 맑지 못하면 아랫물 격인 국민이 맑을 수 없다. 나라 전체가 이렇게 혼탁한
[오피니언타임스] 20·30대 사이에 번지고 있는 신조어 ‘헬조선’은 우리 사회와 기성 세대에 대한 냉소와 분노, 체념과 자조(自嘲)를 담고 있다. 헬(hell)은 지옥, 조선(朝鮮)은 대한민국이다. 청년층이 헬조선이라고 여기는 것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 지옥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그 중에서도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극심한 취업난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을 위한 공부와 스펙 쌓기에 매달리느라 연애와 결혼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해야 하는 ‘5포 세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7
[오피니언타임스]이 땅, 어느 계절인들 아름답지 않을까요. 하지만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은 조금씩 다르기 마련입니다. 저는 가을을 유난히 사랑합니다. 저만치 물러나 유리처럼 맑고 투명해지는 하늘과 짙푸르게 여위어가는 강물, 그리고 이별을 앞둔 나무들이 보여주는 처연한 아름다움은 오로지 가을에만 누릴 수 있는 풍경이기 때문입니다.하지만 가을에 가장 아름다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대지 위에 집 위에, 그리고 사람 위에 체로 친 듯 곱게 내리는 햇살입니다. 마치 비단실이 나풀거리며 내려오듯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는 황금빛 향연. 그 속으로 걸어
[오피니언타임스]경제회생의 관건인 노동개혁이 강성 정규직 노조의 반발에 부딪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최근 여러 청년단체들이 줄어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동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하는 모임을 잇따라 가져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모임은 보수성향의 청년단체들 뿐만 아니라 진보성향의 청년단체들도 참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청년단체들은 국회와 대기업 정규직 노조가 노동개혁을 반대하며 청년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최고의 임금수준에도 오직 기득권 수호만을 위해 임금피크제와 고용해고 유연성을 거부하며
[오피니언타임스]안동 하회(河回)마을은 조선시대 영남의 4대 길지였고, 오늘날에는 경주 양동마을과 더불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이곳은 미국 부시대통령 부자와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문하기도 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이곳은 서애 류성룡(1542~1607)이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류성룡의 9대조 류난옥은 자손 대대로 뿌리를 내리고 설만한 땅을 구하기 위하여 풍수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에 터를 정하고 3대에 걸쳐 적선을 한 후 서애의 6대조 류종해 공이 이곳에 집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 그 후 600여년을 이어오면서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최근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이 심상찮다. 정부는 이념적 갈등을 조장하고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현행 검정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명분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려 한다. 이에 대해 다수의 역사학자들과 역사를 가르치는 많은 교사들 그리고 역사학을 전공하는 상당수의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주로 보수적 성향의 개인이나 단체들이 정부의 국정화 방안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국정화 문제는 사회 전반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함으로써 과
[오피니언타임스=이영환]1960년대 경제개발정책이 실시된 이래 우리가 자주 접했던 단어 중 하나가 ‘경쟁’이다.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한국인 대부분은 어려서부터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하게 학우들과 경쟁해야 했으며, 이런 풍토는 대학진학을 위한 입시경쟁에서 절정을 이루었다.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는 각종 공채시험을 통해 직장을 구하는 과정에서 또래의 다른 사람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으며, 이런 추세는 직장을 구한 후에도 승진을 위한 경쟁으로 이어졌다. 한국인에게 경쟁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행위로 자리 잡았다.개인적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오피니언타임스]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유난히 돈에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재(理財)에 밝고 돈 냄새를 잘 맡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을 얘기할 때 장사 수완이 뛰어나고 돈을 밝힌다고 하는데 나의 경험으로도 지나치게 과장된 말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마카오의 카지노에서 어느 초라한 할머니가 손을 떨며 베팅하던 모습은 아직도 나에게는 충격으로 남아 있다. 증권 거래소가 개설되고 주식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이 돈 냄새 나는 곳을 지나칠 중국 사람들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증권회사 객장에는 사람들로 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