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요즘 들어 비혼이 많아지고 있다. 비혼이란 결혼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결혼하지 않으려는 사람들과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대립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과연 결혼하면 좋을까? 기성세대들은 결혼생활이 진심으로 행복해서 우리에게 결혼을 권하는 것일까.나는 12살 때부터 독신주의를 주장하며 결혼하지 않겠다고 입이 닳도록 말해왔다. 성장 과정에서 할머니와 엄마를 보며 결혼하면 고생한다는 인식이 박혀버렸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비혼이라는 말이 없었고 친구들끼리 미래 계획을 말할 때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영어는 왜 항상 어려울까. 영어 공부를 해온 12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내 영어 실력은 애매한 수준이다. 한국 사람들이 그렇듯 어릴 적부터 오래 공부했기에 영어를 못한다는 사실이 더 민망한 것 같다. 외국어를 완벽한 수준으로 잘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말이다. 영어를 읽고 쓰는 것보다 듣고 말하기에 더 자신이 있었지만 내가 치른 모든 시험은 독해 또는 영작 형식이었다. 그래서 나는 신년계획으로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영어 회화 부분을 공략해보기로 했다. 영어 회화를 공부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첫 번째로 미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기말고사가 끝난 후 기숙사 퇴사 마지막 날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연말도 아닌 어느 금요일에 편지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편지를 받았다는 사실은 알아차렸지만, 생각보다 늦잠을 자서 바로 편지를 읽지 못했다. 대신 다이어리 사이에 편지를 끼워 가방에 챙겨 넣었다.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편지는 1년을 함께 한 그녀의 마지막 인사였다. 맞은편 책상과 침대에는 주인의 짐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해가 지나면 우리는 아마 이전처럼 얼굴을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기숙사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매주 수요일 18시 30분이면 독서클럽에 간다. 미리 정한 책을 읽어온 10명의 학생이 모여 함께 토론한다. 사회적 문제와 자신의 견해에 대해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단순히 장학금에 눈이 멀어 시작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아주 재밌는 책을 한 권 발견했다.소설 ‘편의점 인간’은 사회 규격에 맞춰지기 위한 두 사람의 기묘한 선택을 담은 이야기이다. 연애와 결혼, 그리고 출산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웃픈(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이말 삼초라는 말이 있다. ‘2학년 말, 3학년 초’의 줄임말로, 그 사이에 애인이 없으면 졸업 때까지도 이성 교제가 어렵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뜻이 바뀌어 2학년 말, 3학년 초에 정확한 꿈, 구체적인 진로와 목표가 없으면 앞으로의 미래가 어렵다는 말로도 쓰이곤 한다. 그런데 나는 현재 2학년 말도, 3학년 초도 아닌 3학년 말에 있다. 마냥 영원할 것 같았던 20대는 어느새 중반을 코앞에 두고 있다는 뜻이었다.아마 해가 바뀌면 고인물(학번이 높은 사람을 오래 고여 있는 물에 비유해서 부르는 말), 화석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예쁘다는 말은 참 좋다.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빈말일지라도 꽤 가치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이름 모를 누군가에게 예쁨을 평가당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예쁨에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각자가 예쁘다고 느끼는 부분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시대에 따라 마른 몸매, 쌍꺼풀이 있는 큰 눈, 하얀 피부 등등 사람들이 예쁘다고 느끼는 외적 요소는 쉬지 않고 바뀌어 왔다. 예쁨의 유행에 우리는 계속해서 탈바꿈해야 했다. 그게 자의인지 타의인지도 모른 채로 말이다. 어린시절 나는 있는 그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말에는 힘이 있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처럼 말은 생각보다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아무리 좋은 의미로 한 말이라 해도 쓴소리가 반복되면 듣는 사람은 어느 순간 불편함을 느낀다. 반대로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을 한다면 더욱 그렇다. 주위를 둘러보면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이때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인데, 악의 없이 하는 말이라는 점과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꽤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내가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너무 말랐다”, “많이 좀 먹어야겠다”, “살 좀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몇 해 전 세계 102개국 4만 명의 사람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1등으로 Mother가 뽑혔다. 어머니, 엄마는 지칭하는 이가 분명하지만 단어에 담긴 의미는 가늠하기 어렵다. 자비에 돌란의 영화 마미(Mommy)는 엄마라는 역할이 얼마나 무거운지에 대해 보여주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아들 스티브와 누구보다 아들을 사랑하지만 제대로 보살필 수 없는 디아가 등장한다. 마미는 단순한 가족영화 혹은 평범한 모성애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부모의 모습을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연락과 애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감정을 깊게 나누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는 연락이 늦는 내게 묻곤 했다. “너는 내가 뭐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연락을 꼭 자주 해야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현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얼마 가지 못해 사귀던 남자친구와는 여러 성격 차이로 인해 이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락문제는 그저 연인 사이에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함께 졸업한 친구들이 있다. 크게 싸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한 아이가 자퇴하고 꿈을 향해 제대로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아무도 그 아이에게 귀를 기울이지 않아서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빠르게 앞서 나가는 것을 중요시한다.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말은 몇 해 전부터 수없이 되풀이되고 있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부를 평균보다 못하면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 등 학교 내에서는 어떤 조치를 취하곤 했다. 하지만 반대로 공부를 지나치게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칭찬이 쏟아졌다.잘한다고 해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훈련된 완벽은 가장 큰 문제가 되어 내면 한구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몇 해 전 대입 자기소개서를 스무 번이 넘게 고쳐 썼다. 자기소개서를 쓰고 선생님께 첨삭을 받아 다시 고쳐 쓰며 숙달된 거짓말쟁이가 되어갔다. 위기를 기회로 얼마나 극적으로 바꾸었는지 그 과정이 생생하게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서술했다. 리더십, 협동력 등 일상생활에서 한 번도 신경 쓰지 않았던 것들을 잔뜩 미화시켜서 써 내려갔다. 이렇게 거짓말 가득한 글을 사람들이 곧이곧대로 믿을까 싶었지만 당시 그것이 최선이었다. 열심히 고쳐 쓴 자기소개서로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2차 면접을 준비했다. 내가 쓴 자기소개서를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이번 4월 16일에는 비가 오지 않았다. 비의 부재는 어쩌면 이제 조금 괜찮아졌다는 대답처럼 들리기도 했다. 아니 아마도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벌써 4년’이라는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같은 나이였는데 나는 어느새 그들보다 한 뼘은 더 자라서 보이지 않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이렇듯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잊힐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지내고 있었다.울음으로 가득했던 날이 지나고 이듬해 봄 전국 대학교들에서 열리는 수많은 백일장에 참가했다. 이름 모를 대학교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새롭게 방영중인 드라마 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들이 존재한다. 부정적이고 우울한 소재와 이야기, 주인공들의 나이 차가 자주 거론된다. 한창 미투 운동이 들끓다보니 시청자들은 나이 차이가 많은 남녀주인공을 좀처럼 곱지 않게 바라본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다른 데 있다.우선 둘의 러브라인이 없을뿐더러 오가는 대화에도 냉기가 흐른다. 무당벌레를 감정 없이 죽이는 모습을 보고 남자는 여자에게 대체 어디까지 죽여 봤느냐고 묻는다. 잔정이 많은 남자에 비해 여자는 무미건조하다. 여자가 높낮이 없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작년 이맘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교육봉사를 했다. 보통 교육봉사에 자원한 사람들은 교사를 꿈꾸거나 아이들에게 관심이 많은 경우다. 나는 둘 다 아니었다. 아이라고는 말 못하고 누워 있을 때가 제일 예쁘다고 여기며 살아왔다. 난 자발적으로 봉사를 할 만큼 사교성 있고 밝은 성격도 아니었다. 돈 되지 않는 일에 시간을 투자한 적은 거의 없었다. 때때로 친구들은 나를 보며 찌르면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교육봉사에 임하기 전 일정기간의 교육을 받을 동안 다양한 전공을 지닌 언니, 오빠들과 친분을 쌓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슬픈 영화를 보았는데 눈물이 나지 않았다. 많은 관객들이 울음을 터뜨렸고 몇몇은 조용히 눈물을 훔쳤다. 꼭 나만 울고 있지 않은 듯 했다. 지금보다 어렸더라면 분명 울었을 것 같았다. 문득 내가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울었던 게 언제였는지 궁금해졌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계속 생각해보았지만 좀처럼 기억나지 않았다. 울어야 할 때 울지 못하는 내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어쩌면 나는 긴 시간 동안 감정을 억누르고 참아왔는지도 모른다. 바쁜 부모님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동생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꽤나 어른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요즘 뉴스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사회적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심각한 일이지만 타인이 겪은 일이기에 큰 두려움을 느끼지 못했다. 정말 안일하게도 나를 비롯한 내 주변인이 모두 안전하다고 믿고 지냈다. 한 친구가 힘겹게 진실을 털어놓기 전까지는 말이다.친구K의 전 남자친구는 연애초반 그녀에게 한없이 잘해주었지만 연애기간이 길어질수록 틈만 나면 외모비하를 하며 K의 자존감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머지않아 그는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K의 목을 조르는 등 폭력을 행사했다. 나는 K에게 왜 주변에 알리고 신고하지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늦은 저녁 집으로 오는 길에 아빠를 봤다. 집 앞에 주차된 차 안에서였다. 아빠는 가만히 팔짱을 낀 채 운전석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 날씨에 굳이 집밖에 나와 차 안에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묻고 싶었지만 창문을 두드릴 수 없었다. 내가 말을 걸면 아빠의 공간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잠시 동안 창문 너머 아빠를 들여다보았다. 가까운 거리였지만 흔한 라디오 노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아, 어쩌면 낮은 클래식 음악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는 클래식을 좋아했지만 동생과 내가 있을 때는 최신 가요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님이 반 아이들 모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한 여자가 노출이 있는 의상을 입고 밤길을 걷다가 괴한에게 변을 당했다. 이때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가. 노출 있는 옷을 입고 밤에 돌아다닌 여성을 비난해야 하는가.”그때 난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답했다. “여자는 입고 싶은 옷을 입은 것뿐이고 그런 행동을 한 괴한이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님은 좋은 대답이었다며 나를 칭찬했다.그랬던 내가 요즘은 짧은 치마나 바지 입는 것을 삼가고 있다. 2년째 하고 있는 호프집 알바 영향이 컸다.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우리는 때때로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놓인다. 나는 그럴 때마다 지나치게 가슴이 떨리고 선택의 결과가 어떨지 겁이 나고 두렵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선택의 책임은 내게 있기 때문이다.몇 해 전 방영했던 드라마 ‘피노키오’에서도 이런 사례가 등장했다. 드라마 여주인공이 빙판길 사고사건 취재를 나서게 된다. 그녀는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사람들이 넘어지는 장면을 지켜보며 카메라에 담아내야 했다. 그러나 그것을 두고 볼 수 만은 없었고 빙판 위 연탄을 깨서 길을 미끄럽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로 인해 그녀는 빙판 사고를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많은 이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예능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예전에는 남을 속이고 서로 구박하며 억지웃음을 짜내는 코너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문화체험과 경험 및 추억 쌓기를 통한 힐링 예능이 대세가 됐다. 어느새 우리 삶으로 들어온 예능의 변화를 되짚어봤다.드라마는 박수를 받으면서 아름답게 종영되지만 예능은 그렇지 않다. 높은 시청률로 황금기를 누리지만 그 시기는 영원하지 않은 법이다. 아무리 인기있는 예능이라도 비슷한 포맷이 반복되면 질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박수칠 때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적절한 작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