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선거로 시끄러웠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21대 국회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양당의 원내대표도 새 인물로 바뀌었다.21대 국회 당선인들은 유세 때 목이 쉬어가며 외쳤던 다짐, 유권자의 한 명 한 명의 눈을 쳐다보고 약속했던 공약을 잊지 말기 바란다.임기를 앞두고 있는 지금,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유수 대학의 정치학자가 쓴 것도 아니고, 다선의 원로 정치인이 쓴 것도 아니다. 국회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실무를 현장에서 살뜰히 챙기는 보좌진의 시각에서 서술한 책이다. 귀담아 들을 내
Ⓒ픽사베이[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의 을 폈다.조지 오웰의 , 올더스 헉슬리의 와 같은 불세출의 명작보다 앞서 나왔던 작품이다.“스스로가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번호는 누구나 단일제국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관해 논문, 서사시, 선언문, 송시 및 그 밖의 다른 작문을 쓸 의무가 있다.”- 예브게니 이바노비치 자먀찐, 中때는 29세기.‘모든 번호’라는 말을 다시 읽어보자.개인은 없다. 누구든 번호화되어 ‘등록’된다.“나, D-503은 인쩨그랄의 조선 담당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제목을 보고 흠칫했다.이 책은 독일의 저명한 심리학자 에바 블로다레크(Eva Wlodarek)가 ‘외로움’에 착목하여 쓴 결과물이다.텅 빈 지하철 역 Ⓒ석혜탁“외롭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고백하기는 무척 어렵다. 그래서 혼자 박물관에 가서도 머리를 꼿꼿이 세우고는 예술품을 감상하는 데 푹 빠진 척한다. 주말에 뭘 했는지 캐묻는 귀찮은 질문들도 요령껏 피한다. 우리는 왜 이런 ‘숨바꼭질’을 하는 걸까? 외로움에 굳이 자격지심을 느끼는 이유가 뭘까?”- 에바 블로다레크,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4살이 된 아들. 이제는 친구도 사귀고 다양한 경험을 하라고 어린이집에 보내려 했건만,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한편으로 가정보육을 더 할 수 있어서 좋았지만 아들이 집에만 틀어박혀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해야 하니 내 마음이 답답했다.집에 있는 미끄럼틀을 타다 병원놀이, 주방놀이도 지겨워 공룡 피규어를 꺼내어 싸움을 부쳐보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전동 자동차를 타고 거실을 누비는 것도 10분. TV 속 뽀로로도 아들의 마음을 오래 붙잡아 두지 못했다. 그렇게 아들은 부엌으로 가서 각종 냄비, 후라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글쓰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늘 어려운 과제다.대개 이런 말을 사족처럼 붙인다.“내가 글솜씨가 없어서...”놀랍게도 글쓰기와 공부를 연결 짓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글쓰기 실력과 글쓴이의 학력을 등치시키기도 한다.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가령 ‘A 작가는 OO대를 나와서 글솜씨가 남다르다’ 같은 말들이 그렇다. 그런데 진짜 그럴까?글 잘 쓰기로 유명한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말을 들어보자.“행복은 성적순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우리는 늘 계획을 세우곤 한다. 거창하고 원대하게 말이다.돌이켜보면 계획은 우리의 삶과 항상 함께였다. 초등학생 때 방학을 맞이한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했던 것은 일일 계획표 짜기!둥그런 테두리를 그리고, 그 안에 시간대 별로 세분화해 해야 할 일을 차곡차곡 욱여넣었다취침, 휴식, 게임, 운동, 친구랑 놀기 등의 크기를 늘리고자 하는 아이들과 숙제 및 독서 시간의 분량을 많이 확보하려는 부모님 사이의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지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도 연말연시에 우린 늘 서로의 계획을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요즘 최대의 고민이자 관심사는 ‘4살 아들 밥먹이기’다. 아내가 리조또, 잡채, 맛탕, 옥수수버터 등 어떠한 요리를 해줘도 아들은 무관심하다. 심지어 국수, 짜장면과 같은 특식을 대령하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답답한 마음에 tv를 틀어놓고 놀아주며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용을 쓰지만 결국 용(龍)이 되어 승리하는 것은 아들이다. 아들이 언제나 승리하는, 불합리한 이 전쟁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까, 백종원 레시피도 찾아보고 유아백과사전을 뒤적거려보지만 뒷목만 땅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다. 한 쪽에서는 기성 언론을 싸잡아 매도하기도 한다. 이때 자주 운위되는 단어가 ‘레거시 미디어’ 혹은 ‘올드 미디어’다. 의미 규정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범박하게 보자면 역사가 오래된 신문과 방송을 떠올리면 얼추 맞지 않을까 싶다.또 다른 쪽에서는 뉴미디어가 아직까지 대세가 되기엔 이르다고 주장한다. 콘텐츠의 재기발랄함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의 사회적 의미와 신뢰도에는 박한 점수를 준다.사실 ‘올드’와 ‘뉴’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우리가 흔히 올드미디어라 부르는 것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끌었다.‘전업주부’를 제목에 내세운 책.집안일을 화두로 삼았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의 의미는 남다르다.“집안일은 끝이 없다. 종류도 많고 시간도 품도 많이 든다. 매일 하는 일이지만 건너뛰기가 안 되는 일이다. 큰맘 먹고 손을 놓으면 그다음 날에 정확히 두 배의 일거리로 되돌아온다. 식탁에 차려진 건 접시 두어 개에 불과해도 그걸 만들기 위해서는 그 서너 배의 그릇과 도구가 필요하고 만든 음식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물 쓰레기가 남는다. 매일 정리해도 매일 어질러지고 매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아들)저번 주부터 아빠가 데리러 온다 / 지금 아빠 야근할 시간인데 / 며칠전 공개수업 때도 아빠가 왔었어 /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거야 / 혹시 아빠...회사 잘렸어?(아빠)뭐? / 아빠 승진했는데?(아들)오.... / 이제 시간관리 좀 되나(마지막 문구)2020 성공에 관하여 낡은 성공 공식을 앞세운 현대자동차 그랜저 CF. 회사에서 승진하고 여유 있는 삶을 누리는 사람들은 그랜저를 타고 다닌단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성공한 삶 = 그랜저’라는 공식을 어필하는 지극히 일상적인 기법이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 제목부터 벌써 호기심을 자아낸다.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조선일보 기자로 10년을 일한 후 기업으로 적을 옮긴 이 책의 저자 김남인.기자에서 대기업 과장, 차장, 부장으로 변신한 그녀가 직장의 언어에 대해 탐구한 결과물이 바로 다.“당신이 만약 조직의 꼭대기에 올라서고 싶다면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 김남인, 中스피치 능력이 주목받는 이 시대에 말하기보다 ‘듣기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말한다.“경영 구루 램 차란(Ram Charan) 하버드대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한국일보 신년특집 Z세대(1995년 이후 태어난 19세 미만의 청소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76%가 자녀를 원하지 않는단다. 특히 여성은 89%가 출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는데 결혼과 출산보다는 차라리 동거를 하고 싶다는 응답.나는 세상을 살면서 두 가지 종류의 사랑을 맛보았다. 첫 번째는 평생 나누어도 아깝지 않은 친구를 만나 ‘우정이라는 사랑’을 경험했고, 두 번째는 지금 아내를 만나 이성을 향한 ‘뜨거운 사랑’을 경험했다. 이게 끝인 줄 알았다. 새로운 사랑의 경험이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누구에게든 익숙한 향이 있기 마련이다. 어린 시절 엄마가 쓰던 화장품 냄새, 목욕 후 즐겨 바르던 베이비 로션, 잔향이 오래 남던 섬유유연제 등의 향은 빛바랜 추억을 꺼내보게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만큼 기억 속 향을 다시 만나기 어렵다. 우연히 길거리를 걷다가 스친 향기에 발걸음을 멈추지만 출처를 알 수 없기에 또다시 발걸음을 돌리고 만다.과거 인기가 없어 단종된 상품들도 마찬가지다. 섣부른 단종에 아쉬움을 토로하는 소비자가 얼마나 많은지 많은 기업들은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도시 에세이를 접했다.우린 자주 대학 시절을 떠올린다.자유, 열정, 꿈, 낭만, 설렘, 그리고 약간의 막연함으로 가득 찼던 그때!유현준 교수는 대학 시절이 건축학적으로도 가장 좋은 시절이라고 말한다. “대학생 때만큼 자연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없다. (...) 대한민국에서 공원을 제외하고 건폐율이 가장 낮은 곳이 대학 캠퍼스다. 그만큼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유현준, 中동네 놀이터도 그의 눈에는 예사롭게 보이지 않나 보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는 엄청난 강제를 낳으며 성과주체를 심각하게 망가뜨린다. 성과주체는 자가 발전된 강제를 자유라고 여기며 강제를 강제로 인식하는데 실패한다.「에로스의 종말」(한병철, 2015), 31쪽한병철 교수에 따르면 나는 범죄자이다. 청년들에게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를 자주 외치며 그들을 선동하고 그들을 오바스럽게 응원하기 때문이다. 나는 청년들이 삶에 희망을 가지고 다양한 도전을 하기 바랬다. 그 뿐이었다.그.런.데. ‘넌 할 수 있어’라는 구호는 오히려 성과주체를 파괴시킨단다. 그에 따르면 강제를 강제로 인식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김동식. 김민섭이 찾아낸 보물 같은 작가.“인간이란 존재가 밑바닥까지 추락했을 때, 그들에게 있어 문화란 하등 쓸모없는 것이었다.”- 김동식, 中문화도 교육도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는 시대다.밑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우리 사회.“사람들은 모두 마치, 회색이 된 듯했다.그것이 흩날리는 돌가루 때문인지, 암울한 현실 때문인지는 몰라도, 사람들은 무표정한 회색 얼굴로 하루하루를 억지로 살아가고 있었다.”- 김동식, 中우리가 매일 접하는 ‘무표정한 회색 얼굴’.지하철에서, 사무실에서, 휴대
[오피니언타임스=하늘은] 오랜만에 보는 얼굴.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그에게 팔씨름을 이기는 것이 꿈이었는데, 지금 그는 내 부축이 필요하다. 당뇨에 중풍이 겹쳐 다리는 절고 양쪽 뺨가죽이 말라붙었다. 얼마 전 환갑이었는데 고희는 족히 되어 보인다.아버지와 친구처럼 지냈을 때가 있었는가 하면 연을 끊고 살아간 날도 있다. 그렇게 나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버지는 골방의 나그네가 되었다. 술잔을 기울이며 과거를 회상하고 오늘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힘없는 그의 웃음에 내 심장의 맥이 풀려버렸다. 세월은 어쩔 수 없는 것일까. 아니, 함께
의 저자 이희은은 “혼자 하는 여행은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우선 모든 결정에 대한 책임과 결과는 나 혼자의 몫이다. 나의 결정에 반대하는 사람도 없고 아쉬운 결과가 생겨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즉흥적인 결정을 내리기에 부담이 없다. 괜찮아 보여서 들어간 식당의 음식이 생각보다 별로여도 여길 가자고 우긴 사람을 원망할 필요도, 눈치 볼 필요도 없다. 책임의 무게가 가벼운 유연한 여행인 셈이다.”- 이희은, 《교토 수집》 中여행뿐 아니라 영화, 식사까지.차례대로 혼행, 혼영, 혼밥으로 줄여서 말하고 하
평일 낮에 찾아간 아파트 인근 카페.대부분 여성이고 일부 아기들이 있다. 대부분 미소를 띠고 있고 일부 이어폰을 꽂고 있는 이가 있다. 평온 그 자체. 나도 모르게 그들의 여유 속에 내 몸을 맡겨버렸다. 쌓여 있는 일을 하려고 분잡스럽게 타자를 두드렸지만 이내 손가락 운동을 멈추었다.그리고 관찰, 또 관찰.알 수 없는 팝송이 흘러나온다. ‘fly away from here ♬’영어를 하기에 부족한 귀를 타고 났지만 ‘날아간다’ 는 이상적 동사(verb)는 귀에 박힌다.이곳에 있는 이들은 어디로부터 날아왔을까. 나는 앞으로 어디로 날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배려가 일상인 된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대개 착한 사람들이다.섬세한 성정을 타고난, 하지만 상처도 쉬이 받는 그런 캐릭터.다들 생각나는 사람이 몇몇 있지 않나.‘헤아림 능력’이 유독 뛰어난 사람들은 상대의 어투, 표정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상태를 보통 사람들보다 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간파한다.대단한 능력임에 틀림없다.하지만 동시에 본인을 굉장히 피곤하게 하기도 한다. 분위기가 원치 않게 흘러가거나, 상대로부터 긍정적이지 않은 피드백을 받으면 마음에 상처를 입곤하는 것이다.책을 읽다가 이런 사람들에게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