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묘심화]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특히 정치지도자의 인사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며(부합선) 탕평인사를 해야 함이 만고불변의 진리이다.지난 정부 내내 인사문제로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세월호라는 괴물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3년여 진실게임과 국민, 정치권, 언론의 지탄 속에 종국에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민심은 바닥을 쳤고 정부와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사상 최저인 한자릿수로 떨어졌다.그럼에도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할 정부와 소위 대통령의 복심이고 목소리라고 했던 최측
[오피니언타임스=안희진] 우리에게는 IMF 구제금용으로 끔찍했던 1997년. 그해 늦여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두 여성이 일주일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 사람은 ‘빈민굴의 성녀’ 테레사 수녀(1910-1997.9.5)였고 또 한사람은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1961-1997.8.31)였다. 이 두 여인의 삶은 여러 관점에서 비교가 되며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두 여인은 말할 것도 없는 유명인사였으며 인류애를 실천하기 위해 애를 썼다는 염원에서는 같았지만, 그들의 삶과 실천방식은 사뭇 대
[오피니언타임스=유세진] 지난 1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대통령궁에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샤에스타 와이즈(29·Shaesta Waiz)라는 젊은 여성을 만났다. 가니 대통령은 와이즈에 대해 아프간 청년들, 특히 여성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고 치하했다. 와이즈는 다음날인 11일 아프간 평화대사로 임명됐다.그녀는 아프간계 미국인이다. 아프간이 옛 소련의 군사 개입으로 시달리던 지난 1987년 아프간의 한 난민수용소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출생 얼마 후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의 빈곤층에서 평범하
[오피니언타임스=서용현, Jose] 일자리 추경이 정치적인 기(氣)싸움이 되고 있다. 이제 문제는 추경(追更)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승패 문제로 변질됐다. 정치권은 이 문제를 중장기적인 국가 대계(大計)의 측면에서 차분하게 접근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토론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이슈를 보지 않고 흑백론적 관점에서 문제를 다룬다. 우린 항상 그래 왔다. 그리고 실패해 왔다.특히 “추경 말고는 대안이 없는지”의 문제는 묻혀버렸다. 그러나 내가 보기로 추경은 일자리 문제에 대한 유일한 대안도, 최선의 대안도 아니다. 추경을 찬성, 반대하는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살면서 처음으로 혼자서 자장면을 먹어본다.혼자 먹다가 체할까 두려워 잘 비빈 후, 사이다 한 병을 주문했다. 그리고 사이다 뚜껑에 병따개를 들이밀어 힘껏 들어 올리려다 다시 내려놓았다. 한 번 열어버리면 사이다 속 생명체들이 도망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이다는 이만 잠시 보관하기로 결정하고, 젓가락에 힘을 주어 최대 수용치가 넘는 면을 휘감아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몇 번의 후루릅과 이빨의 절단으로 이내 입 안은 가득 찬다. 씹기조차 불편한 많은 양이었지만 그
[오피니언타임스=김인철] 여행은 설렘입니다. 일상생활에서 보지 못하는 새로운 것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들로 꽃을 만나러 가는 여행도 설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떠날 때마다 앞선 길에서는 만나지 못한 새로운 들꽃 산꽃을 봅니다. 산에 들에 피는 꽃들이 숲을, 들판을 독차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이들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란 말로 꽃이 쉬 짐을 아쉬워하지만,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열흘이면 새로운 꽃들에 아낌없이 자리를 내주는 자연의 순리를 배우라는 뜻이 아닐까 싶습니다. 멀리 백두산으로 꽃 찾아가는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1890년대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처음 입법화된 최저임금제는 이제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다. 열악한 작업장에서 착취 당하는 노동자들을 최소한이라도 국가가 보호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 됐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경제적 발전을 이룬 많은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의 착취 여부를 떠나 저소득층에 대한 국가의 관심을 더욱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경제개발초기 최저임금제 도입이 보류되다 민주화의 문이 열리며 1988년 1
[오피니언타임스=황인선] 서울역에서 남대문시장까지 이르는 명물 길이 생겼다. 호기심과 관심 집중이던 서울로7017이 개장한 것이다. 벌써 한 달간 200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초기 효과겠지만 여름철을 감안하면 꽤 많다. 서울시는 차길에서 사람 길로 변한다고 홍보하며 로고에는 SEOULLO의 LL을 사람의 두 다리로 귀엽게 형상화했다. ‘전 구간에 걸쳐 645개의 콘크리트 원형화분에 228종 24,000그루의 수목이…’라는 만큼 한국 최초 도심 공중 수목원 길이기도 하다. ‘서울로 10리 문화길’도
지금 대한민국의 대중예술, 전통가요가 고통받고 있다. 전통 대중가요는 암울했던 시대를 대변하며 역사와 같이 해왔음에도 성장논리에 묻혀 빠르게 사라져가고 있다. 머지 않은 시기에 사라질 지도 모를, 참으로 가슴아픈 현실 앞에 망연자실해진다.대한민국의 발전에 전통 대중가요의 영향이 지대했음에도 이제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을 뿐아니라 상업적인 시청률의 인질이 돼버렸다. 이 나라 공중파와 방송들은 국가와 사회, 국민을 위한 공익추구라는 명제를 외면한 채 형평성을 잃고 대양의 난파선처럼 표류하고 있다.시청자의 요구를 뒤로 하고 그들 스스로 지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법이 가능한 가장 무거운 형벌을 내려달라”고 절규하고 있다. 무참히 살해당한 인천 초등학생, 충주 인터넷 수리기사, 창원 골프연습장 주부의 유족들 모두.초등학생 엄마는 긴 호소문을 인터넷 다음에 올렸다. “가해자들에게 보다 엄중한 처벌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달라”며 탄원에 동참해 줄 것을 눈물로 호소했다. 인터넷기사 유족도 범인을 엄중히 처벌해 달라는 탄원서를 시민 1500명의 서명을 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인터넷에서도 3만명 가까이가 서명에 동참했다. 창원 골프연습장에서 납치
[오피니언타임스=이상요]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 구성과 함께 언론인들의 정치적 성향을 분석했다. 경향신문은 2008년 1월 12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인수위가 문화관광부에 공문을 보내 언론사 간부진은 물론 언론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광고주, 산하 단체장 등 광범위한 대상을 조사대상에 포함하도록 지시했다”며 단독 입수한 정부 공문서를 공개했다. 인적 장악을 위한 준비였다.그해 3월, 이명박 대통령은 최시중 방통위원장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의 멘토라 불렸던 최측근 최시중을 언론의 독립성 보장에 앞장서야 할 방통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남녀노소가 바지나 치마를 걷어 올리고 물 위를 걸어 운하를 건넌다.(뮌스터)도심 광장에 그리스 신전 형태로 각양각색 책을 쌓아 올린다.(카셀)전시 공간에서 공연장처럼 퍼포먼스와 연주회를 펼친다.(베니스)이탈리아 베니스, 독일 뮌스터와 카셀은 2017년 여름 세계 미술인의 순례지, ‘그랜드 투어’의 명소다. 격년제 현대미술축제 ‘베니스 비엔날레’(5월 13일~11월 26일)를 비롯, 각기 5, 10년마다 열리는 ‘카셀 도큐멘타’(6월 10일~9월 17일)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6월 10일~10월 1일)가 올해 동시에 열리기 때문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시인은 노력해서 얻어지는 결과론적 ‘정적 상태(狀態)’가 아니다. 어느 특별한 순간을 경험하고, 멈출 수 없는 언어 표현의 욕구가 극에 달해 눈만 감으면 몸서리치게 종이에 손이 가고, 컴퓨터 자판에 눈길이 가는 찰나들이 모여 만들어낸 ‘동적 상황(狀況)’이다.그래서 시적 순간은 찾아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오는 것이라고 했는지 모른다. 시가 날 선택했고, 나는 거부할 수 없기에 오늘도 ‘빛나는 그림자’가 나를 따라다닌다. (*빛나는 그림자: 초현실주의 대표적인 프랑스 시인, 폴 엘뤼아르가 표현한 ‘특별한
숫자 1!가장 적은 수이면서 가장 큰 기대를 하게 하는 수.가장 외로운 수이면서 가장 확장성이 강한 수.가장 단순한 수이면서 가장 오지의 미로 같은 수.그 숫자 1이 사람들 사이에 있다. 사람들에게 스마트폰이 자신의 심장처럼 살아 있음의 증표가 되고 존재의 확신이 된 세상이다.이미 오래 전 ‘손전화’라는 신기한 물건이 주어지면서 처음엔 사람들의 목소리로 거리는 붕붕 날아올랐다. 어느 거리 어느 장소에서도 발신과 수신이 가능하며 더구나 주머니에 넣고 다닐 만큼 작은 이 기계를 사람들은 혹 잃어버릴세라 색색의
[오피니언타임스=김철웅] 필자의 중요 일과 가운데 하나가 산책이다. 매일 만 보 이상 걷는다는 원칙이 벌써 여러 해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길 어디에서든 눈에 띄는 개미들의 생태다. 지난 5월 어느 날 저녁 나는 휴대폰에 이런 메모를 남겨 놓았다. “개미의 사회생활을 갖고 글 하나 써 볼 만하다. 이 어두운 시간 가로등 아래서 보니 개미떼가 새까맣게 모여 뭔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 자전거 바퀴에 짓밟힐 위험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그것을 끝까지 지켜볼 용기와 끈기가 없어 그냥 갈
[오피니언타임스=신명관] 도둑비 내릴 때가 있다. 한밤 중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잠시 왔다가는 비라서 도둑비라고 한다. 기묘하게도 난 도둑비가 내리는 날 잘 깨어난다. 다른 소리는 신경도 안 쓰면서 빗소리에만 유독 예민하다. 단순히 비를 좋아해서 라고 하기엔 부족하다. 고요히 도둑비가 내릴 것 같은 날에는 편지를 쓰고 싶어져 그럴 것이다. 수신인은 없다. 그러나 가장 구구절절한 편지다. 편지는 상대방에 대한 서툰 안부인사로 운을 떼고선 나의 어정쩡한 근황을 설명한다. 내용이 구질구질해보여서 한밤중에 써야한다.
[오피니언타임스=이대현] 한 달 전쯤, 진돗개 한 마리를 입양(마음에 들지 않지만, 모두 이렇게 말하니 할 수 없이 쓴다)했다. 태어난 지 한 달 보름 밖에 안 된 강아지다. 어릴 때, 시골에서 부모님이 키운 누렁이는 있었지만, 스스로는 난생 처음이다.그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수없이 개나 고양이를 기르자고 애원해도 완강히 거부했다. “개나 고양이를 집에 들이면 내가 집을 나가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니 다른 동물은 말할 필요도 없다.유난히 동물을 싫어하거나, 알레르기가 있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반대 이유에서다. 핑계 같지만 한
띵동♬문을 열었더니 다짜고짜 현금 5만원을 건넨다.“조선일보 1년만 받아보세요”“저는 조선일보 안 보는데요”“중앙일보, 동아일보도 있습니다”“아……”내가 머뭇거리자 경향신문, 한겨례신문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것들은 사은품이 없다고 했다. 5만원을 말하는 것 같았다.“조금만 생각해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네…… 그럼 일단 알겠습니다”“안녕히 가세요”(흐리는 목소리로) “경향, 한겨레는 수준이 낮은데....”신문 유통업자는 문을 닫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매우 선명하게. 경향, 한겨
지난해 8월 2일 부산 남구 감만동 주유소 앞 사거리. 일가족 5명이 탄 현대 싼타페 차량이 굉음을 내며 질주하다가 갓길에 서있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습니다. 사고차량은 사거리에 진입하기 200~300여m 전부터 급발진 현상이 발생합니다. “차가 와 이라노? 와 이라노? 아이구!” “아기~아기~아기~~”하는 비명소리가 사고당시 블랙박스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 사고로 싼타페에 탔던 운전자 한모씨(65)의 아내(60)와 딸(33), 생후 3개월과 세 살배기 외손자 등 일가족 4명이 숨집니다. 한씨는
오래 전 개 한마리 집으로 들였다. 할매는 염소 같다 했고 부친은 시골 똥개 같다 했다. 나는 사슴 같아 데리고 왔다. 개는 유기견 때 버릇이 남아 마른 것을 온이 씹지 않고 넘겼다. 끼니때마다 밥을 줘도 저에겐 늘 기약 없는 마지막 음식처럼 허겁지겁 했다. 습관이었다.2번 찍은 할매에겐 운동권의 교정을 노닐던 아들이 있다. 개가 거실 바닥에 차진 똥을 쌀 때면 둘은 꼭 9시 뉴스로 한 마디씩 주고받았다. 더 거슬러 올라 집구석 전설을 헤아리면 이 몸뚱아리에도 좌우의 피가 두루 흘렀다. 개의치 않았다 마냥 자연이고, 습관이었다.지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