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유랑’이란 단어를 들으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평생을 유랑하였던 ‘남미의 예수’ 체 게바라다.(체 게바라에 대한 긍부(肯否), 훼예포폄(毁譽褒貶)이 엇갈리는 것을 모르지 않다. 그저 이 글에서는 유랑과 여행에 방점을 찍고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한다.)물론 목적 지향성이 뚜렷한 유랑이었다. ‘맹우’ 카스트로와 함께 바티스타를 축출하기까지의 지난한 여정! 영화가 따로 없다.그 후 중앙은행 총재와 장관직까지 미련 없이 던지고 다시 한 명의 전사가 되어 콩고와 볼리비아로 향했던 불세출의 혁명가 체 게바라.
‘작가님이세요?’‘우아, 책도 출간하셨구나!’‘인세는 얼마나 받으세요?’책을 출간한 뒤 사람들은 나를 작가라 호칭한다. 어설픈 글 솜씨로 막무가내로 출간한 책이 과연 작가를 증명하는 인증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출간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출간 경험기를 바탕으로 작가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서이다. 물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김훈 작가나 유시민 작가처럼 될 순 없지만 내가 쓴 문장이 책이 되는 과정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일주일만에
[청년칼럼=허서정] “오늘 숙제하셨어요?” 옆자리 동료에게 묻자 겸연쩍은 웃음이 돌아왔다. 5개월 전 30대 직장인 A씨는 친한 동기 한 명과 함께 어학원을 방문했다. 영어로 말하고 싶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었다. 회화 수업 등록은 자격제였다. 먼저 문법 강좌를 수강하고 시험에 합격해야만 했다. 문법은 지루하고 어려웠다. 삼 개월 과정이 엿가락처럼 늘어났다. 어쩌다 한번 학원을 빠지고 나니 두세 번은 쉬웠다. 집으로 퇴근해서 외투를 벗어던지며 치킨 주문하던 때가 그리웠다. 어느새 2020년이 코앞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는 발
[오피니언타임스=윤유진] 요즘 가장 뜨는 플랫폼은 아마도 유튜브(YouTube)일 것이다. 이 안에서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유튜버’라고 부른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수많은 유튜버들을 구독하고 있다.요즘 들어 눈에 들어온 한 유튜버가 있는데, 그녀는 거침없이 수많은 명품을 사들이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콘텐츠를 보여준다. 그 모습이 나빠 보였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유튜버의 ‘돈의 원천’이다. 그가 소비하는 천문학적인 돈은 어디서 나왔는가?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질문을 했는지,
‘삼성도 까딱하면 10년 전 구멍가게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9년 전, 이건희 삼성 회장의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이다. 당시로서도 글로벌 브랜드 가치 19위를 기록하던 삼성이었기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2019년 현재, 삼성은 브랜드 가치 531억 달러(약 63조 원)를 달성하며, 포브스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7위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고 있다.그렇다면 이 회장의 지난 발언은 단순한 기우에 불과했던 것일까. 우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지 않다.실제로 기업들의 수명은 점차 짧아지고 있다. 글로벌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다른 사람의 행동 중 이해 안 되는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읽지 않은 카톡을 쌓아두는 행위’다.누군가로부터 카톡이 오면 어플에 빨간 표시가 뜬다. 메시지를 읽고 나서야 붉은 표시가 사라진다. 나는 그 빨간색을 되도록 보자마자 바로 없애버린다. 몹시 바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 ‘칼답’을 하는 편이다.사람들은 말한다. 바빠서 메시지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그렇다. 휴대폰에 손 못 댈 정도로 무언가에 몰두해 있을 수 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과 씨름하거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운동을 하
[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라는 책을 읽으며 내게 딱 꽂혔던 문장이 있다. ‘인간이 단정하려면 아무런 것도 없는 상태에서는 어렵다’는 주인공의 발언이다. 가난한 사람이 맨몸으로 단정해지기란 어려우며, 옷을 살 여유와 씻을 수 있는 조건 등이 갖춰져야만 비로소 단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김원영 작가는 장애인과 같은 ‘실격당한 자’들이 비장애인 중심의 세상에서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들이 필요한지 나열했다. 예컨대 커피를 한 손으로 잡고 어깨를 펴고 걸어가거
[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어김없이 12월이 찾아왔다. 사실 12월이 되면 뭔가 끝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매일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11월이 지났으니 12월이 됐을 뿐이다. 12월이 지나면 다음 달은 13월이 되어야 하지만 이렇게 되면 벌써 1935328월 같이 부르기 어려운 달이 되기 때문에 편의상 1월로 넘기기로 한 것일 수도 있다.12월 31일이라고 해도 어제와 거의 비슷한 삶을 매일 만나는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12와 31이라는 숫자가 1과 1이라는 깔끔한 숫자로 넘어갔을 뿐이지, 사실 뭐, 특별
“안녕하세요~ OOO입니다~ 오늘은 요리잘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볼건데요. 요리 잘하는 방법. 저도 참 궁금하네요. 그럼 여러분 안녕~”블로그가 만들어낸 폐혜를 극단적 사례로 만들어놓은 드립이 화제다. 제목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끈 뒤 막상 클릭해서 들어가보면 내용이 별 게 없다. 하지만 이미 클릭을 해버렸고 트래픽이 올라갔다면 포탈에서 계속해서 상위권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블로그가 상위권에 노출되었단 사실 자체만으로는 솔직히 좋을 건 없다. 하지만 그 블로그가 광고를 받아 수입을 버는 공간이고, 왜곡된 정보로 혼란을 야기했다면
[오피니언타임스=고라니] 신혼집 정보를 얻으려고 부동산 단톡방에 들어와 있다. 관심 있는 세 지역의 커뮤니티인데, 각각 1000명 정도의 대규모다. 지역 정보, 부동산 정책 기사, 심지어 맛집 추천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한 시간 정도 관심을 끄고 있으면 수백 개가 넘는 톡이 쌓여 있다. 재야의 고수들이 많아서, 처음 집을 구하는 나 같은 초짜들에게 유용한 조언을 주기도 한다.어느 저녁에도 단톡방을 보고 있었는데, 링크 하나가 공유됐다. 유명 연예인이 자살했다는 기사였다. 그걸 보고 누가 이렇게 말했다. "청담동엔 악재네요.
를 즐겨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2020년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숫자인 줄 알았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어른들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나이가 들면 시간이 더욱 빠르게 흐를 것이라는 조언이 서른이 넘어서야 실감이 난다.2020년을 앞두고 한 광고 카피가 눈에 띄었다. 현대자동차에서 그랜저를 위해 만든 광고 카피다. 다양한 버전으로 제작된 광고는 강렬한 문구로 마무리된다.“2020 성공에 대하여”성공한 사람들은 그랜저를 타야 한다. 그랜저는 성공의 척도다. 광고의 주제이자 요점이 그렇다. 자각
[오피니언타임스=숲속의참치] 인기 영화들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장면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리고 이런 명장면들은 온라인에서 유쾌한 ‘짤’로 만들어져 새 생명을 얻는다. 이를테면 에 나온 주인공의 저질댄스, 의 계단 장면에서 아서 플렉의 춤 추는 모습 등이다.‘영화 짤방’을 보며 우리는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감정을 나타냈는지와 같은 전후사정을 따지지 않는다. 앞뒤 잘라놓고 해당 장면을 클립(Clip)의 형태로 만들어놓으면, 예상 못한 유머코드가 생기고 이를 자연스럽게 SNS로 공유하는 것이다.
[오피니언타임스=이루나] 대학교 때 친하게 지낸 친구 A와 B가 있다. 살아온 배경도 다르고 그저 같은 학과에 같은 동아리에 참여하게 된 우연이 겹친 인연이다. 사범대라는 특성상 남자 수도 적고, 미래에 대한 청사진도 뚜렷하지 않았다. 교사라는 장밋빛 꿈은 임용고시라는 벽 앞에 완고했고,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쌓아야 할 스펙은 가보지 않은 험난한 길이었다. 그저 물 위에 뜬 튜브처럼 부유하며, 4년의 커리큘럼을 차곡차곡 지워나가고 있었다.A는 인기가 많고 매력이 넘쳤다. 고등학교부터 힙합에 빠져 랩도 잘하고 주변 동료들과의 친화력도 좋
[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이런 허무감에 휩싸일 줄은 몰랐다. 통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뚱뚱해지던 어느 날, 논술을 가르치던 학생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왜 꿈이 있어야 하나요. 필요한 건 돈 아닌가요?”요즘 중·고등학생들의 꿈은 건물주라고 한다. 통계에 잡히지 않지만, 주변에서 들은 솔직한 이야기다. 통계에 잡히는 수준에서는 유튜버다. 몇 년 전만 해도 자신이 꿈이 없는 것을 죄책감처럼 받아들이던 학생들이 최근에는 ‘돈만 있으면 꿈은 필요없다’고 반문한다.학생들의 당돌한 발언에 나는 어쭙잖은 실존철학을 가져와 기투(企投)하는
‘우리오파(于里烏播)/개귀여어(凱歸蠡魚)/하고풍거(河鼓風去)/삭다해라(削多海蘿)’‘언니는 경마장 출입금지라면서요? 언니 미모에 말이 안 나와서....’위와 같은 ‘주접’이 밈(meme)이 되어 퍼져나가고 있다. 인터넷을 조금만 유심히 둘러보면 연예인·유명인·인플루언서들의 sns나 유튜브 댓글창에 주르륵 달린 ‘주접 댓글’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다. 너무 오바스러운 건 아닌가 싶다가도, 다양한 언어유희와 재치들을 보고 있자면 결국 웃음이 피식 새어나온다. 이런 댓글들은 악플을 정화하는 효과를 내기도 하며, 셀럽들이
[오피니언타임스=앤디] 평화로운 주말 오전,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열어 요즘 한창 꽂혀 있는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엄마 나는 요즘 이 가수 노래가 그렇게 좋더라. 거의 매일 듣고 있어” 하고 말을 건넸다. 노래는 ‘낭만에 대하여’였고, 가수는 ‘최백호’였다. 노래를 틀면서 반응을 살피려고 엄마를 스윽 쳐다봤더니 표정이 복잡 미묘해 보였다. 우리 딸이 벌써 이 노래를 이해하고 좋아할 만큼의 연식이 된 건가 하는 다소 슬픈 표정이셨고, 실제로 세월의 야속함을
[오피니언타임스=신영준] 저는 1991년 겨울 한 여인에게서 태어났습니다. 예쁘고 커다란 물고기처럼 거침없이 주변을 헤엄쳐다녔죠. 건강하게 돌아다닌 덕에 별 탈 없이 유년시절을 보냈습니다. 청년이 된 뒤에는 청춘이라는 바다에 뛰어들어 미친 듯이 팔딱대며 온몸이 펄펄 끓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휘젓고 다녔지요.한때 용암 속을 유영한다거나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얼음을 깨부수며 사는 전설 속 용들처럼 살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맞지 않는 신발이 뒤꿈치에 상처를 내는 것처럼, 맞지 않는 삶을 살아가다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도망치듯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세상의 속도에 맞춰야만 했다. 그 사실은 교복을 입기 전부터 너무나 자명하게 다가왔다. 어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매일 집을 나섰다 때가 되면 돌아왔는데, 그들은 하루 종일 세상에 맞춰 구르느라 온 세상에 널린 피곤과 우울과 좌절을 온몸에 덕지덕지 묻히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세탁기에 넣어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나에게도 얼룩을 남겼다. 미래에 존재할 나의 삶이 너무나 두려웠다. 아아. 어른은 죄인이구나. 나도 어른이 되면 같은 벌을 받겠지. 그런 생각이 내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어른들
[오피니언타임스=이주호] 자본주의라는 서사는 경쟁을 메인 테마로 삼는다. 더 좋은 서비스, 더 낮은 가격을 위한 경쟁, 대중들에게 더 알리기 위한 경쟁이 그렇다. 적자생존이 그러하듯 이 게임에 패배자는 도태된다. 오늘날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유수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경쟁을 견뎌왔고, 견뎌내는 중이다. 그들이 우수했기에 경쟁을 이기고 대기업이 됐는지, 대기업이기에 쉽게 경쟁을 이겼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정도의 논란일 뿐이다. 꼭 자본주의 세계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쟁은 자연의 법칙이다. 세계는 제로섬 게임
[청년칼럼=한성규] 서울 마포 경의선 숲길에서 동물을 잔인하게 죽인 30대가 21일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범행을 저지른 남성은 고양이에게 다가가 사료를 주면서 먹으라고 했지만 거부당해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매우 잔혹하고 생명 존중의 태도를 찾아볼 수 없다. 거부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에게 해를 가하지 않은 고양이를 학대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반면 최근 5년간 사람이 동물에게 물리는 사고도 1만 600여 건이나 발생했다. 2019년이다. 호랑이도 사자도, 아니 코끼리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