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한성규]나는 맛집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 코로나19로 오랜 유배생활 끝에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다. 뭘 먹고 싶냐고 토의가 시작되었다.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진짜 아무거나 좋은데 좀 안 기다려도 되는 곳. 인터넷 검색이 시작된다. 최소한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중에 하나는 골라야 그나마 쉬어진다. 한식당이 제일 많아 바로 식당에 들어갈 수 있을 거 같아 한식에 한 표를 날린다.이제부터 본격적인 인터넷 검색이 시작된다. 한식은 종류도 많아 또 여러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탕, 찜, 구이, 볶음 등등 서서히 짜증이 올
[청년칼럼=서은송] 욕 조는 비어 있음으로 유지된다 그건 나의 관점이지만 「을의 독백」 부분구현우의 시를 주체적으로 이끄는 화자는 삶의 주체에서 결여되어 있다. 정해져 있는 시간 속에서 조절할 수 없는 분리와 단절을 조절하고 그것을 슬픔으로 조율한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기억을 되짚어가며 누군가의 부재를 참으로도 녹녹하게 풀어쓰는 시가 시집의 주된 요소이다. 그렇다 보니, 과거형으로 이뤄져 있는 시들이 유독 넘치게 외롭다. 당신은 당신의 기억을 되짚어가고 있었다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너는 색색의 물고기들이 무섭다고 말했지 불가사리
[청년칼럼=석혜탁] 영어,스페인어,프랑스어,독일어로 인사를 건네는 M&M 캐릭터 @석혜탁 코로나 19 때문에 여행은 꿈도 못 꾸고 있는 지금. 하루 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현재의 상황을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던 몇 달 전으로 시계를 돌려보았다.여행을 못 가니, 여행 사진을 보며 위안이라도 얻을 심산이었다.작년 가을과 겨울 사이 아내와 나는 뉴욕에 있었다.그때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보니, 뉴욕에는 곳곳에 캐릭터들이 숨 쉬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제품 혹은 아이콘들이 단순한 상표의 얼굴이 아닌, 스토리를 지닌 캐릭터로 고객을
[청년칼럼=김연수]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 집 마련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있다. 왜 최선을 다하는데 좀처럼 풍요롭지 못할까. 우리를 가난하게 만드는 것은 대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에 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가 존리가 출연해 화제가 됐다. 존리, 주식 투자를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다. 그는 부자의 정의를 “돈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꼭 물질이 넘치도록 많지 않아도 돈에 관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그것 역시 부자라고 말할 수
[청년칼럼=심규진]생각이 난다 ♪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 홍시 中 -두 아이의 양육은 아내가, 돈은 내가 벌어오기로 합의한 뒤, 나는 매월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사투하고 있다. 그런데 육아 4년차가 되자 새로운 한계에 봉착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훈아는 홍시라는 곡으로 엄마의 존재성에 대해 명확히 꼬집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자녀들 가슴 속에는 아빠 대신 엄마가 새겨져 있다. 홍시가 열리면,
[청년칼럼=허서정]회의가 끝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난데없이 손을 잡혔다. 손가락 귀여우시네요, 하얗고. 나는 놓여난 손을 재빨리 있던 자리로 되돌리며 맞장구쳤다. 하하, 네에.한밤 중 인적 없는 물레방앗간이 아니다. 연하의 후임인 그는 나와 동성이라 라면 먹고 갈래? 와는 맥락도 달랐다. 한데 분위기가 말할 수 없이 미묘해졌다. 정확히는 내 기분이. 회의 내내 옆자리에 앉아서 제 손가락을 관찰하셨나요, 라는 말은 입속에서만 맴돌았다.당혹스러운 일은 순식간에 벌어진다. 화가 날수록 차분해지는 성격인데도 나는 침묵했다. 정색하면 안
[청년칼럼=김연수] 태어나서 한 번도 무언가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마치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사람처럼 할머니 손에서는 무럭무럭 자라던 화분을 학교에 가져가기만 하면 열흘을 채 못 넘기고 죽여 버리곤 했다. 무언가에 꾸준히 애정을 쏟고 들여다보는 일에는 영 소질이 없는 편이었다. 그저 혼자 책을 읽거나 친구들과 노는 게 훨씬 재밌었다. 어린 시절, 그 흔한 강아지가 키우고 싶다는 투정 한 번 부린 적이 없을 정도로 말이다. 아무리 귀여운 동물이라도 키우기 위해서는 책임감과 성실함이 필요하다
[청년칼럼=윤유진]태어나서 지금까지 궁금해하지 않았던 질문이 요즈음에서야 떠오르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바로, 이제는 부르기도 무섭다는 코로나이다. 코로나는 물에서 발병하는 질병도 아닌데 물고기와 당최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할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필자의 갈 데 잃은 상상력과 추론이 오늘 칼럼의 주제이다.물고기는 처음부터 아가미가 있었을까? 물고기라는 생명체가 지구에 처음 등장한 태초의 그 순간부터 아가미가 있었느냐는 물음이다. 어쩌면, 원숭이가 인간으로 진화한 것이라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 그리고 자연에서
[청년칼럼=김우성]10여 년 전, 중학생이었던 나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를 했다. 바닥에 손을 대고 엎드려 수십 번씩 팔을 굽혔다가 폈고, 소파 아래의 틈 사이로 발을 집어넣고 상체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했다. 체육 수행평가를 볼 것도 아닌데 왜 그리도 열심히 했던지. 그냥 운동이 좋아서 했다. 그 뿐이었다.시간이 흘러 고등학교 생활이 이어졌다. 고교 3년 동안에도 개인 운동을 꾸준히 지속했다. 어느새 팔굽혀펴기와 윗몸일으키기는 숨 쉬는 것만큼이나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 되었다.20대 청년이 되었다. 군
[청년칼럼=시언]‘뇌는 상상의 감정과 실제 감정을 구분하지 못한다’주말 오후 3시 13분, 6km 지점을 통과할 즈음이었다. 러닝화 밑창이 화끈거리기 시작할 무렵, 엊그제 읽은 뇌과학 책 속 문장 하나가 헬륨 풍선처럼 뇌리에 떠올랐다. 요컨대 우리가 강렬한 감정을 수반하는 특정 상상을 할 때 –이를테면 한강 다리가 무너져 내 위로 쏟아지는 상상 등 – 뇌는 찰나일지언정 실제로 그 사건이 눈앞에 들이닥친 것처럼 긴장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이다. 설령 우리가 그 감정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해도 해당 감정은 무의식의 어딘
[청년칼럼=고라니]여자친구가 물었다. "오빠도 결혼하면 남의편 될 거야?" 장난스런 말투였지만 가볍게 넘길 말은 아니었다. 서로 세상에 하나뿐인 '내 편'이 되어주자며 결혼을 약속했는데 남의 편이라니. 있어선 안 될 일 아닌가. 문제는 있어선 안 될, 그 일이 자연스레 내 일이 될 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남의편'은 험난한 시월드 안에서 아내를 보호하지 못하고 시부모에게 휘둘리는 줏대 없는 남편을 뜻한다. 시월드는 옛말이라지만 형태를 달리해 여전히 번영하고 있는 현실 속 세계다. 20년 전 며느리가
[청년칼럼=박시형]누구나 생존을 위해 매일같이 해야 하는 일이 있다. 우리가 일상이라 부르는 것이다. 일상은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밥을 먹고, 밥을 벌고, 다음 밥벌이를 위해 잠시 쉬는 일. 심히 간추린 것 같지만 실상이다. 꿈 없인 생존할 수 있지만 밥 없인 살아갈 수 없다. 생명체로서 별 수 없는 숙명이다. ‘인간과 짐승이 다를 게 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두 손과 두 발은 나란히 땅을 짚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그렇다면 우리의 삶이 별 탈 없이, 좋을 것도 싫을 것도 없이 단순한 일상으
[청년칼럼=한성규]공포가 다시 몰아쳤다. 다수의 SNS채널에서 이태원 클럽 확진자 뉴스가 돌아다니기 시작하더니 매일 뉴스에서 실시간으로 이태원 클럽 확진자 소식이 속보로 떴다. 신규 확진자 수가 4월 12일 32명 이후 28일 만에 다시 30명대로 치솟았다. 일주일 넘게 10명 이하로 확진자가 발생해 겨우 안심을 하려던 참이었다.초기 발병자로 추정되는 용인 66번 확진자가 서울 이태원 클럽을 방문하면서 벌어진 집단감염이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사방팔방으로 퍼졌다. 첫 주에만 서울 12명, 대구 2명, 인천 4명 경기 6명, 충북 2
[청년칼럼=방제일]한때 인터넷 댓글을 수놓았던 말과 같이 이 모든 것이 '노무현 때문'일지 모르겠다. 내가 글을 쓰게 된 것도 '노무현 때문'이고, 이렇게 삐뚤어진 어른이 된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 내가 요 모양 요 꼴로 살고 있는 것도 '노무현 때문'이다.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나는 이 소식을 경상북도 이름도 모를 산 아래 지휘 통제실 야간 근무를 하면서 들었다. 거짓말이길 바랐다. 라디오를 타고 흘러나오는 앵커의 음울한 음성과 나와 교대
[청년칼럼=서은송]번역은 노후한다 - 왜 그런가? 번역한 텍스트가 노후하지 않는 곳에서,-왜 그런 가? 또한 우리는 텍스트를 다시 번역한다. -왜 그런가?앙리 메쇼닉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번역의 중요성에 대해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중심으로 말해보고자 한다. 어쩌면 ‘채식주의자’의 번역은 창작적 번역이자 의사번역이었지 않았을까.‘의사번역’이란 “타자가 연출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임의로 글의 주인을 바꾸어 한 번 더, 글쓰기의 주체를 역전하는 일종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이미 번역된 텍스트를 다시 번역하는 행위’에도 해당된다.
[청년칼럼=앤디]이십 대 후반, 취업전선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한 공공기관에서 인턴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지금이나 10년 전이나 청년실업은 항상 문제였고, 졸업만 하고 붕 떠버린 나 역시 마냥 놀 수만은 없어 청년인턴이라는 이름의 임시직으로 6개월 정도 그 기관에 출퇴근했다.그러던 어느 날, 회사가 매년 하는 행사로 추정되는 봉사활동에 함께 참여하게 됐다. 한 나절 동안 배를 재배하는 과수원에 가서 일손을 돕는 것이었는데 그때 내게 주어진 일은 배를 솎아내는 작업이었다. '솎아내기'란 말을 사전에서 찾으면 "밀
[청년칼럼=곽예지]우리 모두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글들을 여러 편 쓰게 된다. 내 또래의 대학생들 중 자발적으로 글을 쓰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가끔 마음 가는대로 적는 일기 몇 편과 더 가끔 쓰게 되는 편지 몇 통을 빼고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를 책상 앞에 앉아 연필을 쥐게 하는 글은 대부분 ‘써야 해서’ 쓰는 것들로 구겨지듯 남는다. 나도 다르지 않다. 글 쓰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과는 별개의 모습이라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내향적으로 파고드는 일기나 때때로 자폐적인 글들을 남들에게 안보이게 블로그에 끄적이는 게 전부
[청년칼럼=하정훈]나는 '고자'다. 운전 못하는 '고자'다.'운전 못하는 남자면 남자지 고자일께 뭐냐'고 한다면 왠지 운전이라는 영역은 남성성을 대표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기보다 다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다. 어떤 남자가 매력적인 남자인가에 대해 TV프로그램에서 여자 패널들이 언급하는 걸 보면 운전 잘하는 남자, 후진 잘하는 남자, 주차 잘하는 남자, 자동차 뚜껑 여는 남자 등을 이야기한다.나는 사실 운전면허증이 있다. 그러나 장롱면
[청년칼럼=석혜탁] 연휴를 맞아 김소영, 오상진 커플이 운영한다고 하는 서점에 가봤다. ‘책발전소’라는 이채로운 이름을 가진 곳이다. 워낙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최근 김소영의 책을 읽었던 탓도 있다. 사회학을 공부하고 아나운서로 활동하던 그가 돌연 책방 주인이 된 기묘한 이야기, 그리고 책에 대한 그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긴 .“나는 남편이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사람인 것이 그가 책을 읽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소영, 中누군가의 남편이 된 지
[청년칼럼=심규진]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금의 회사를 너무 탈출하고 싶어서 이직을 결심했다고. 그래서 벌써 몇 군데 회사에 입사원서를 제출했다며 면접 합격 전략을 알려달라고 했다. 과거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정규직에 모두 합격하고 원하는 곳에 철새처럼 떠돌았던 나의 이력을 알고 있던 지인은 간절함으로 호소했다. 평소 SNS를 통해 무료취업상담을 하고 있던 나는, 이참에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공개적인 조언을 해보기로 했다. 하나. 조급하면 모든 것을 망친다.이직을 결심한 사람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