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칼럼=김연수]삶을 사계절로 나눈다면 나는 지금 분명 겨울일 것이다.해가 바뀌고 꽃이 피며 햇살이 가득한 시기가 왔다. 창밖처럼 몸과 마음도 그런 시기라면 좋으련만 놀랍게도 난 기나긴 겨울을 이어가고 있었다. 내게 내리는 비를 가려준다고 믿었던 사람이 결국 나를 젖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알았을 때는 ‘아~ 이번에도 아니구나’ 싶었다. 이제는 조금 사람 보는 눈이 생겼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구나'하며 새롭게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갔다. 가족, 연인, 친구라는 존재는 가까운데 왜 계속 서로를 잘 모르고 하지
[청년칼럼=김봉성]어린 왕자를 만났다. 녀석은 내 최근 10년 사(史)를 듣더니 ‘아저씨는 바보구나’라며 비웃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을 보지 못해서가 아니다. 보아뱀이 삼킨 게 뭔지 모르기 때문이다. 보아뱀은 나다. 내 속에 있는 건 뭔가? 이것은 연애 없는 연애 이야기다.연애를 안/못 하는 사람은 바보 정도가 아니라 찌질하다. 감정싸움 없는 혼자가 편하다는 방어 논리가 얼마나 빈약한지는 스스로가 알고 있을 것이다. 연애 상대가 차은우나 수지라면 연애를 안/못 한 이유를 철회할 테니까. 그러므로 ‘혼자의 자유로움’은 차은우나 수
[청년칼럼=이광호]노동자는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다. 노동자가 일을 못하면 소비도 자연 줄어든다. 위축된 경제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성장을 어렴풋이나마 기대했다. 비정규직에게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정규직에게는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혹은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사회는 유지되어 왔다.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체가 멈출지 모른다는 위협은 '성장'이라는 환상을 걷어냈다. 동시에 세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집단 감염이라는 위험은 분야를
[청년칼럼=한성규]코로나 19사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과 개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한다. 길거리에서 담배연기 뿌리고, 담배꽁초 무단 발사하는 아저씨들은 포기하자. 바이러스가 아니라 온 나라에 뱀을 풀어놓는다고 해도 자기마음대로 할 테니까.나는 외국에 갔다 와서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무사히 끝내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친구들은 물론 친척들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보자고 했다. 오해하지 말라고 하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청년칼럼=서은송]문예창작학과에서 학부생이던 시절, 학과 모임에서 늘 빼먹지 않고 나오던 주제가 있었다.“하상욱은 시인인가, 아닌가.”소설과 동화, 비평과 희곡 등 다양한 분야의 글을 작성하는 친구들 모임에서 시를 전공하는 나에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마치 ‘답을 내놓아라’ 이런 분위기였다고 해야 하나. 그럴 때마다 나는 늘 이렇게 말하곤 했다.“시인(詩人)의 정의는 시를 전문적으로 짓는 사람이며, 이에 하상욱의 글은 전문적인 시라고 해야 할지는 정확하게 답을 내리기 어렵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글을 창조해내어 사람들에게 시와
[청년칼럼=시언]나는 ‘그’ 학과 출신이다. 학과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가업 물려받기’가 유망 직종이라며 자학글을 써댄다는 바로 그 학과. ‘군자가 무엇인지 논하라’는 시험 문제에 “소인이 어찌 군자의 도를 논하리오” 한 문장 써갈겨 내면 교수님이 무릎을 치며 A+를 수여한다던 전설의 꿀(?)전공. 미국 유명 코미디언이 여러분의 자녀들이 정식으로 취업할 수 있는 곳은 고대 그리스뿐이라고 디스했다던 바로 그곳. 철.학.과. (방금의 ‘썰’들을 실제 철학과 출신들에게 실습하는 우를 범하진 않길 권장한다. 자학 개그는 본인이 할 때만 개
[청년칼럼=하정훈]전례 없는 세상이 됐다. 진짜 역사책에나 나올 법한 상황이 됐다. 그렇다. 우린 후대에 역사책의 한 페이지에 수록될 만한 상황 속에 놓인 것이다. 의도치 않게 주인공이 될법한 상황. 근데 이건 바라지 않았다. 정말.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시대, 우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내 일도 정통으로 날아갔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진로강의를 하는 나는 바이러스로 인해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특수근로계층, 즉 취약 계층이 되었다. 실업급여도 없다. 국가에서 프리랜서 재난지원금이라고 준다고 하는데, 쥐꼬리
[청년칼럼=신영준]그 어느 나라보다 한국에서 잘 발달된 문화를 꼽자면 언제 어디서나 자장면을 비비고 치킨을 뜯을 수 있는 민족, 바로 배달문화라고 생각한다. 배달의 민족(이하 ‘배민’)이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만해도 전화주문이 당연했고 현장에서 현금결제가 당연한 일이었다. 듣기로는 15년도쯤 어머니는 떡볶이 집을 하셨는데 배민은 수수료도 요구하지 않았고 그냥 리스트에 올려주겠다는 것으로 시작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어플 내 바로결제의 편리함은 손님은 물론 배달업계의 패러다임을 아예 바꿔놓았다. 그렇게 착한기업이라는 칭호를 받고 거대하
[청년칼럼=이루나]봄이다. 집 앞 중랑천 뚝방길에 벚꽃이 흐드러졌다. 하늘거리는 벚꽃 잎들의 자태가 아찔하고, 벚꽃 내음도 바람을 타고 너풀너풀 넘어온다. 23층 베란다에서도 단내가 나는 듯하다. 하지만 벚꽃 구경 가는 것이 주저된다. 아버지를 차마 아버지라 부르지 못한 홍길동의 서러움처럼, 봄을 오롯이 봄이라고 느낄 수가 없다. 코로나가 앗아간 우리네 봄의 모습이다.6살 딸은 2개월 넘게 집에 갇혀 있다. 한두 개씩 사 모은 보드게임도 질려서 책장 구석에 쌓여 있다. 밖에 나가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 대지만 먼저 나가자고 조르지
[청년칼럼=지은성]“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실 적에, 하나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었고, 빛이 당신 보시기에 좋아 빛과 어둠을 나누사 그렇게 밤과 낮이 생겼노라. (창세기 1장)”어른이 된다는 것도 결국 하늘 아래 한 개체의 사회적·정신적 홀로서기일 뿐 아닌가. 그래서 비록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성경의 이 몇 구절만은 믿으며 안도했다. 밤과 낮이 말 몇 마디에 생기고 사라지는 판에 그깟 어른이 뭐 그리 대수겠냐고. 나이만 차면 나도 어엿한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모든 능력과 역할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믿었다.하지
[청년칼럼=심규진]작가의 옷을 입은지 어언 4년차. 한창 글을 쓸 때는 키보드 소리가 화음을 이루어 오케스트라가 될 정도였는데 요즘은 한 문장 쓰기도 어렵다. 어설픈 책 세 권 낸 주제에 벌써 슬럼프라고 말하는 건 가당치도 않기에 입 다물고 책을 읽기로 작정했다.그래서 네이버에 ‘독서법’을 검색해보니 수백 가지의 독서법이 존재했고 내 눈에 들어온 건 ‘하루 한권 독서법’이었다. 미쳤다. 하루 한권이라니... 이게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이참에 직접 도전해보기로 했다!하루 한권 독서법의 골자는 이랬다.첫째, (접근) 목차를 보고 구성
[청년칼럼=허승화]인류의 첫 경험2020년대를 맞이한 인류에게 첫 재앙이 닥쳤다. 무엇에 대해 쓸까, 이번처럼 고민 안 해본 것은 처음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외에는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우리 모두의 일상을 어떤 식으로든 바꿔놓았으니 당연한 일이다.인류에게는 늘 환상이 있었다. 재난도 영화 속 환상에 가까웠다. 영화관에서, 공항에서, 여행지에서, 환상은 사고 팔렸다. 전세계는 지구촌이며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인류의 믿음은 코로나-19가 가장 먼저 깨 준 환상이다. 세계가 서로를 향해 열었던 문들은 닫혔다.
[청년칼럼=신명관]주문을 받아온 누나가 짜증을 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야끼니꾸(‘야끼’는 굽는 것을, ‘니꾸’는 고기를 뜻하는 일본어. 다시 말해 고기구이다)를 손님이 주문하는데 뭐냐고 물었다는 거다.단박에 귀찮은 진상임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달랑 ‘야끼니꾸’라고만 메뉴판에 표기되어 있으면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겠지만, 우리는 옆에다가 메뉴에 대한 설명을 모두 집어넣은 상태였다. 고기 부위는 뭐고, 어떤 소스가 나오고, 어떻게 먹으면 되는지까지.고기가 무슨 맛이냐고 물었다는데 애매하다. 삽겹살 구이는 무슨 맛이 납니까. 삼겹살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본 인상적인 문구 Ⓒ석혜탁 촬영 [청년칼럼=석혜탁] WORLD’S MOST FAMOUS BUILDING(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 갔을 때 본 문구이다.1930년대에 완공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40년 가까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으로 군림했었다.지금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전역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보다 높은 마천루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빌딩’이라는 수식을 붙이기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전혀 부족함이 없다.물리적인 높이보
[청년칼럼=최미주]한 때 ‘당연하지!’ 게임이 유행한 적 있다. 상대가 ‘너 나 좋아하지?’와 같은 곤란한 질문을 던지면 이에 ‘당연하지’라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혹 당황스러운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면 게임에서 지게 된다. 어떻게 할지 우물쭈물 고민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곤 했다.우리말에는 선인들의 말 문화가 담긴 속담들이 많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등만 봐도 같은 말도 가급적 상대가 듣기 좋게 하는 편이 말을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이로움을 짐작할 수 있다.이
[청년칼럼=양재현]아무 것도 모르면서 인싸가 되는 법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홍진호가 한창 현역으로 활동하던 때의 이야기다. 홍진호 선수에 대한 글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라오면 댓글창에는 항상 같은 댓글이 두 개씩 달리곤 했다. 시스템의 오류나 특별한 html 태그 때문은 아니었다. 홍진호 선수가 중요한 경기마다 2등을 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가 있었던 것에 빗대어 네티즌들이 같은 댓글을 꼭 두 번씩 다는, 일종의 놀이문화였을 뿐이다.당시 나는 스타크래프트에 별 관심도 없었고 그의 경기를 본 적도 없었지만, 게임 커뮤니티에 어렵지 않
[청년칼럼=김연수]취업이 유독 어려워져서일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늘었다. 적당히 성적에 맞춰서 대학에 진학했거나 해당 학과에 비전이 없다고 느낀 친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공무원 시험을 장기적으로 대비할 형편이 안 되는 경우는 공기업 입사로 진로를 바꾸기도 했다. 고루하고 따분한 직업으로 여겨질지라도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다는 것만큼 큰 메리트가 없는 것 같았다. 평생 글을 쓰고 살 줄 알았던 언니도 공기업 입사를 위해 자격증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그녀가 각종
[청년칼럼=한성규]코로나 바이러스 확산방지를 세계 최고로 관리하고 있다고? 웃기고(?) 있네.이 칼럼은 정말 욕먹을 각오로 쓴다. 내가 직접 경험하고 담당자를 만나서 들은 사실대로 썼으니 욕을 하려면 여기에 등장하는 개개인은 욕하지 말고 시스템을 욕하기 바란다. 나는 자신의 돈벌이를 접고 대구까지 가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들을 정말 존경한다. 그 분들은 컵라면을 먹으며 목숨걸고 환자들을 돌본다고 한다.이번 사태를 관리하는 시스템은 정말 어이없지만 나와 접촉한 공무원들 하나하나가 다 나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청년칼럼=시언]모든 인간 관계는 나와 당신을 실망시킵니다. 최소한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모든 인간의 행위 뒤에는 이기심이라는 음험한 동기가 도사리고 있다’는 식의 비관주의나 성악설을 펼치려는 건 아닙니다. 다만,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누군가를 필요로 할 때, 휴대폰 속 수많은 인맥들이 생각보다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다소 비관적으로 보이나요?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저의 믿음은 제가 ‘자발적 자가고립의 시대’에, 의외로 잘 지내는 비결이기도 합니다.먼저 제 얘기를 좀 해야겠군요. 자타가 공히
[청년칼럼=허서정] 강원도 농수특산물 진품센터의 ‘핵감자 판매’가 성황리에 종료됐다. 3월 24일이 마지막 판매일이었다. 오전 9시 59분 59초에 페이지를 새로고침했다. 판매중인 상품을 구매할 수 없었다. 접속자는 1초마다 백 단위로 늘었다. F5 키를 연타하던 도중 구매하기 버튼을 다섯 번이나 봤다. 물론 보기만 했다.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말은 진리였다.마스크 판매 사이트는 오전에 열렸다. 고지된 시각 2, 3분 전부터 사이트가 눈에 띄게 느려졌다. 새로고침할 때마다 증가한 접속자가 1,500만 명에 달했다. 이번에는 구매 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