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아침부터 울리는 사이렌 소리. 출동한 경찰이 집 앞에 주차한 뒤 노크를 한다. 정신없이 눈을 뜨고 정면을 바라보니 아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얼마 전 사준 장난감 경찰차를 유독 좋아하는 아이는 쉴 새 없이 사이렌 버튼을 누른다. 사실은 내가 의도한 것이다. 아이의 첫 장난감이 캐릭터 경찰차인 것도, 사이렌 소리가 나는 모형차를 사준 것도.“오빠, 경찰차는 있는데 또 사줘?”“응, 다양한 종류의 경찰차를 사주고 싶어”처음에 아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지금은 이런 나를 내버려둔다. 고등학생 시절 3년간 장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연휴 이후 첫 출근’, ‘새해 첫 출근’ 등과 같은 표현을 자주 하곤 한다. 언론에서도 사진기사 제목으로 왕왕 쓰기도 한다.딱히 큰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런 표현은 연휴에도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현실을 놓치고 있다. 우리가 연휴 기간에 휴식을 취하고, 쇼핑과 외식을 즐기고, 영화를 볼 수 있는 것은 그 기간 노동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유통업계, 엔터테인먼트 및 관광업계는 ‘빨간날’이 대목이라 이런 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은 남들 쉴 때 못 쉬는 경우가 허다하다. 당신이 즐겁게 여유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미국의 42대 대통령을 지낸 빌 클린턴이 ‘지금까지 내가 만나본 기업가들 중 가장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표현했던 탐스(Toms, Tomorrow’s Shoes)의 설립자 블레이크 마이코스키(Blake Mycoskie).그를 수식하는 ‘CSG’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의아했던 기억이 있다.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들어봤어도 CSG는 처음 접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CDO(최고다양성책임자·Chief Diversity Officer)라는 직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최근 쇼핑을 하다 보면 여러 형태의 매장을 접하게 된다. 오락실처럼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는가 하면, 카페와 결합되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의류매장도 볼 수 있다. VR콘텐츠를 체험해보기도 하고, 장난감 가게가 아닌데도 다양한 장난감을 마련해 키덜트(kidult) 감성을 건드리는 곳도 있다. 온라인 시장의 경쟁력이 날이 갈수록 커지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 이런 치열한 경쟁을 지켜보는 건 딱히 나쁠 게 없다. 내가 자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이사를 준비하면서 아예 본토 지역을 떠나 멀리 타향생활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 후 가구도 처분하고 책도 버리고 아기 장난감도 팔아버렸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집에 있는 고양이 녀석까지 입양 보낼 작정이었다. 막상 보내기로 결심하니 속이 후련했다. 매달 그에게 들어가는 돈은 저금할 수 있을 것이고 더 이상 녀석의 냄새나는 화장실을 치워주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온라인 공간에 입양정보를 올리는 순간 문의가 들어왔다. 당장 내일 자신의 딸과 함께 고양이를 보러 온단다. 아무 생각 없이 시간 약속을 잡고 녀석을 바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무더운 날씨의 연속이다. ‘서프리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서울과 아프리카를 합친 조어란다. 햇볕이 뜨거워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은 자해행위에 다름 아니다. 덥다고 여기저기서 짜증 섞인 목소리도 많이 들린다.그래도 밤에는 한 번쯤 하늘을 쳐다보길 권한다. 열대야 현상이 암만 심해도, 밤하늘은 낮처럼 그리 매섭지 않다.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이어폰을 귀에 꽂고, 몸도 마음도 식히며 여유를 만끽해보자. 그때 짧게 읽어볼 만한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이다.잘 지냈소?난 잘 지내오그냥 밤하늘의
1. 연민의 출처연민은 어디에서 오는 감정일까. 인간이 가진 본능이라고만 치부하기엔 왠지 궁금하다. 우리는 한 사람을 증오하다가도 가엾게 여길 수 있다. 일면식이 전혀 없는 사람에게도 눈물을 선뜻 내어줄 수 있다. 그 강력한 힘의 출처는 과연 어디일까. 본능이기에 강력한 건지, 너무 강력해서 원인을 찾을 수 없는 건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말로 설명될 수 없는 다양한 관계들이 연민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2. 정밥밥은 정이다. “밥 한 번 먹자”는 “우리 대화를 좀 할까?” 혹은 “시간
“바늘 같은 걱정을 베고서 오지 않는 잠을 청하고”- 휘성 가사의 일부 구절이다. 다양한 형태의 ‘바늘 같은 걱정’ 때문에 현대인들은 잠을 설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작년에 5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수면장애로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푹 잘 자는 것도 능력인 시대다. 똑같은 시간을 자도 어떻게 잠들었는지에 따라 다음날 컨디션이 달라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꿀잠’을 위해 돈을 쓴다. 경추를 지지해주는 기능성 베개를 사고, 숙면을 유도하는 아로마를 구입한다. 매트리스, 토퍼를 고르는 데에도
[오피니언타임스=서은송]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열심히 먹는다는 게 그만 입 속에 빵꾸를 어여삐 피워냈다. 스무살 초반부터 주름에 열심히 신경쓰고 나름 치아미백을 생각해볼 정도로 건강관리에 관심 있었는데 입 속에서 난리가 날줄은 몰랐다. 그 덕에 웃지도 못하고 밥도 먹지를 못하겠다. 고작 입속에 빵꾸가 두 개가 났을 뿐인데.빵꾸 두 개에 문득 나는 너무 겉치레에 신경써왔던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머릿결에 좋은 에센스는 꼼꼼히 찾아 장바구니에 넣으면서, 뭐가 그리 급하다고 밥을 꼭꼭 씹어먹지 못하고 입 안에 송곳니를 박아버렸을까.그러면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중동건설에서 벌어들이는 외화에 크게 의존하던 시대가 있었다. 해외수당도 넉넉히 주다보니 몇년 고생하면 돈도 웬만큼 모을 수 있어 몇번씩 나갔다 온 친구들도 적지 않다.소위 열사의 나라로 표현되던 중동에서 근무했던 사람들 말로는 우리나라 여름보다 더 기온은 높지만 그늘이나 실내로 들어오면 오히려 견딜만 하다고 했다.우리나라 여름 특히 장마철은 실외뿐만 아니라 그늘이나 실내에서도 높은 습도로 인해 무척 지내기 어렵다.우리나라 말로 후덥지근하다는 표현에 해당되는 영어단어로 sultry가 있다는 걸 알게 되며 우리 장마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자라날 적 누구로부터, 또 무엇에 의해 영향을 받았느냐는 어른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싫던 좋던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을 꼽는다면 하나는 중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용기에 대한 가르침이다. 서양에서 ‘용기는 아니다라고 말해야 할 때 아니다 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이란 가르침이 입력된 후 뇌리에 박혀 나의 언행을 지배해왔다.마땅히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신념에 가끔은 우리 문화나 관습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언행을 가리지 않기도 했다.고등학교 때는 중간시험이나 기말고사에서 낙제위험선에 몰린 급우들이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한 편의 영화는 종종 인생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의 흥행과 상관없이 내 마음에 값진 흔들림을 주면 그것이 바로 흥행이다. 얼마 전 관람한 ‘챔피언(김용완 감독, 2018)’은 예상되는 스토리 그 이상의 감동을 선사했다. 주인공인 마동석의 팔뚝에만 감탄하다 영화가 끝날 줄 알았지만 팔씨름에 담긴 가족 이야기가 생각 이상으로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었다. 마동석의 알 수 없는 다양한 표정이 잔잔함에 깊이를 더 했고 뻔한 팔씨름 경기에 박진감을 선사했다. 나도 어린 시절부터 친구들과 팔씨름하기를 즐겼다. 잘하진 못하지만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요즘 주위에서 결혼을 참 많이 한다. 얼마 전 친척 결혼식에서 본 한 장면. 그날 결혼식의 사회는 대개의 다른 결혼식과는 달리 신부의 (여성)친구가 맡았다.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니었다. 결혼식 사회를 여성이 보든, 남성이 보든 무슨 상관인가. 그런데도 그날 적잖은 사람들이 여성이 사회를 보는 것이 ‘특이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 장면을 부정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다행’이라고 표현하는 게 어불성설이긴 하다.) 사실 특이하다고까지 표현할 일도 아닌데, 아직까지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결혼식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책상 곁에 있는 작은 국어사전. 맞춤법이 아리송할 때면 가끔 펼쳐봅니다.어느 날 평소 잘 안보이던, 글자 '내 꺼'가 눈에 들어옵니다. 큼지막하게 사전 겉면에 씌여져 있었는데도 웬일인지 그동안 눈에 잘 띄질 않았습니다. ‘내 꺼’란 단어를 보고 새삼 사전의 주인이 누군지 궁금해졌습니다. 내가 모르는 ‘내 꺼’같기도 하고...사전 앞 뒤를 살펴봐도 주인의 이름이 안 보입니다. 그러다가 표지 안쪽에 찍힌 ‘서울 XX국민학교’라는 스탬프를 보고서야 주인을 알게 됐습니다. 아내가 초등학교 시절 부상으로 받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2013)』에서 감독은 아버지의 딜레마에 대해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버지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많이 벌면 가정 경제는 풍족해지지만 자녀와 교류 시간은 줄어든다. 퇴근 후 아버지는 못 다한 일을 계속해야 되며 그러다 쪽잠을 자고 다시 회사로 가서 충성을 다해야 한다.반면 아버지가 적당히 일한다면 돈은 적게 벌겠지만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함께 목욕하며 물총싸움도 하고 요리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경제적 결핍으로
[오피니언타임스=김선구] 술을 안 마시고 사회생활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걸 오십이 다 되어갈 때쯤 알게 되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외국은행에 이십여년 다니다보니 술을 마시는 회식자리도 뜸했고 또 그런 자리여도 안 마신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 주는 분위기였다.다니던 외국은행이 급작스레 철수하며 시중은행으로 옮겨가 생활한 팔년의 기간 동안 시종일관 가장 괴로웠던 시간들은 술과 씨름해야했던 자리에서였다.은행장이 마시라고 주는 술잔을 받고는 못 마신다고 버틸 때의 곤혹스러움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은행장과의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동안 좌중의 관심은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필자는 버스보다는 지하철을 더 선호한다. 버스와 비교했을 때, 도로의 교통상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어 도착 시간에 대한 예측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선지에 따라 종종 버스에 올라타곤 한다.버스를 탈 때 퍽 자주 마주치는 불가해한 장면이 있다. 두 좌석 중 안쪽 자리에는 자신의 가방을 고이 올려두고, 바깥에 편안히 앉아 심지어 ‘자고 있는’ 사람들.시민의 발이 되어 주는 버스를 탈 때, 성숙한 민주시민끼리 서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매너가 있는 법. 바깥에 앉는 것까지는 좋다. (물론 필자
내 사부님 중 한 분(전 주UN대사)은 나에게 “클럽이 있으면 들어가라. 특히 공짜면 무조건 들어가라”고 하셨다.“나이트클럽에 가란 얘기가 아니다. 모든 사람들의 공식, 비공식 모임에 끼어들란 얘기다. 하지만 끼리끼리 모이는 데에는 가급적 가지 말라. 배울 게 없고, 시간 낭비다. 한국인들끼리 모여서 편한 한국어로 수다 떠는 데에 가지 말라. 가급적 생소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껴들라. 그래서 다양한 친구도 만들고, 한국인들이 모르는 정보도 수집하라”“클럽에서 꼭 말을 많이 할 필요는 없다. 대신 항상 웃는 얼굴로 바보
출근길 지하철.에스컬레이터를 막 타려는 순간, 한 청년과 어깨를 부딪쳤습니다.주춤하고 비켜서는데 청년이 ‘죄송합니다~’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입니다. 또렷한 말씨에 예의바름까지 묻어나고...‘붐비는 곳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데~ 그나저나 요새도 저렇게 깍듯한 청년이 있네~’하며 지나치려다 그 청년을 봤습니다.그의 손엔 나의 예상(스마트폰)과 달리 작은 수첩이 하나 들려 있습니다. 조금 전 부딪쳤을 때도 청년은 손수첩을 들고 있던 게 분명했습니다.그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서도 손수첩을 봐가며 손가락으로 수첩 위에 무언가 열심히 써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사람을 밀치고 종이뭉치를 집어던지고 물을 뿌린다. 거기에 욕도 한바가지. 노동자인 을을 향해 퍼붓는 갑질이 이정도 수준이다. 을의 생계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사용자는 근로계약을 함으로써 을의 인생까지 소유한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최근 갑질로 일약 스타가 된 사용자 가족집단의 면면을 훑어보기 위해서 해당기업의 홈페이지를 찾아보았다. 창업주 스토리가 있길래 읽어보니 내가 부끄러워서 땅으로 추락할 지경이었다. 사람 우선, 국익 우선이라는데 정확히 정반대로 행하고 있다. 수송보국(輸送報國)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