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 페이지를 운영하던 김리뷰가 7월 2일 라는 글을 올리며 콘텐츠 포기를 선언했다. 팔로워 45만 명이 넘는 꽤 인기 있는 페이지였다. 그에게 콘텐츠는 ‘좋아요와 댓글과 조회와 공유 수 같은 것으로 가치가 결정되는’ 것이었고, 글은 ‘날 위해 쓰는 것’이었다. 더 이상 콘텐츠는 싫다고 했다. 동시에 ‘난 좋아요 숫자 대신 밥과 김치와 물을 먹어야 살 수 있는 생물이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에서 아무리 많은 반응을 얻어도 고료가 지급되지 않는 콘텐츠로는
밀면의 가슴 아픈 역사부산 사람이라면 어느 동네, 어느 골목에서든 볼 수 있는 ‘밀면’이라는 두 글자. 시원하고 칼칼한 그 음식 덕분에 좋았던 기억들이 많다. 학창시절엔 땡볕에 한바탕 축구를 하고 나면 꼭 밀면을 먹었다. 물밀면을 시켜도 국물보다 면이 더 많았던 사장님의 인심도 기억난다. 냉면보다 가격은 저렴한데, 주린 배는 더 든든히 채워주던 밀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사람과 함께 먹을 땐, 큼직한 손만두를 슬쩍 밀어주기도 했던 시원하고 칼칼한, 밀면.밀면은 익히 알려진 대로 냉면에서 파생된 음식이다. 실제 우리 동네의 한
[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1편과 3편 엔딩에서 토니 스타크의 대사는 동일하다. I am Iron man(내가 아이언맨이다). 영화에서 번역은 어땠나 모르겠다. 두 대사는 의미가 다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3편의 ‘I am Iron man.’이다.1편의 ‘I am Iron man.’은 센세이션했다. 히어로물 중에서 자신의 신분을 대중에게 공개한 것은 토니 스타크가 처음이었다. 클라크 켄트도, 부르스 웨인도, 피터 파커도, 자신의 신분을 숨겼다. 히어로의 정체성이 발각될 경우 시선의 감옥에 갇혀 일반 시민으로서의 개별성이 소멸되기
[오피니언타임스=허승화] 은 이창동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지난 5월 17일 국내에 개봉했다. 2018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 중에서는 유일하게 진출한 영화기도 하다. 비록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수많은 한국 평론가들과 현지 평론가들의 호평을 이끌어내며 개봉 전부터 기대를 자아냈다. 그렇다. 이 영화는 평론가 평이 좋았다. 그렇기에 나 역시 극장에 가게 된 것이다.보고나니 영화는 기대보다 더 길었고 여러모로 복잡했다. 나는 주요한 세 인물을 중심으로 버닝을 살펴 보기로 했다. 이 영화의 포스터를 보면 분명해지는데 이 영화는 한
[오피니언타임스=이명렬] 최근 어머니 생신을 맞아 연차를 내고 부산에 다녀왔다. 어머니는 담담히 외할머니가 요양병원에 계신다고 했다. 외할머니는 주민등록증에는 1924년이나 출생신고를 1년 늦게 하셨다고 했으니 올해 96세다. 약주를 좋아하셨다는 외할아버지는 내가 코흘리개 시절 일찍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외삼촌 내외와 함께 사셨다. 작년 여름 손을 잡고 해운대 동백섬 둘레길을 산책할 정도로 할머니는 나이에 비해 정정하셨지만 가을쯤 넘어져 고관절을 다친 이후 걷기가 힘들어지자 치매 증상도 심해졌다고 했다.어머니는 병원에 들르기 전 마트에
[오피니언타임스=최미주] 모처럼 엄마와 함께 하는 평일 데이트. 목욕 바구니를 털레털레 들고 나오며 머릿속으로 맛집을 하나 둘 떠올렸다. 드시고 싶은 음식이 무엇이냐고 묻자 엄마가 내 눈을 마주치지 않고 ‘고기’라고 말씀하신다. 눈을 마주치지 않다니. 들켰다. 고기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다. 딸을 향한 여느 엄마와 같은 절절한 사랑. 엄마랑 식사할 때마다 항상 있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날따라 짜증이 확 치밀어 올랐다.지난주 금요일도 거짓말 잔치였다. 지지난주 토요일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도 그랬고, 매일 보는
[오피니언타임스=시언] 지난 28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낸 헌법소원에 일부 위헌 판결을 내렸다. 대체 복무제를 적시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가 헌법 정신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것(양심)이 법질서에 대한 복종을 거부할 권리는 될 수 없다”던 2004년 헌재의 논리와 대비되는 판결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내년 12월 31일까지 대체 복무제를 포함한 병역법 개정안을 입법해야 한다.반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다. 한국교회언론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한 설문에서 국민 10명
[오피니언타임스=우디] ‘광화문 이그래’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백기로 바꿔주면 안 될까, 라고 친구에게 항의했지만 조용히 하라며 맥주잔만 입에 물려졌다. 친구는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며 우리의 인생에 ‘백기’는 있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3개월 차 미생을 찍고 있다. 원래 모두의 인생은 드라마의 한 장면 보다 더 다이나믹한 법이다.나는 최근 한 달 동안 회사 빌딩 비상구에 세금(?)을 내야 할 정도로 매일 도망가서 울었다. 화장실에 노트북을 들고 가서 업무를 봤다. 일은 마무리해야 하는데 메신저로 상사들의 연락은 계속 왔고
[오피니언타임스=이하연]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는데, 뭐랄까 살짝 어눌하면서도 서투른 듯한, 서울말이 아닌 사투리의 억양인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외국어일 수도 있겠단 생각을 했다. 무슨 이유에선지 사람들이 몰려있으면 괜히 시선이 가고 신경이 그쪽으로 쏠린다. 귀가 움직이지 않았겠지만 내 몸보다 더 빠르게 돌진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것을 군중심리라고 하나. 신길역의 긴 통로를 질주했고, 이내 곧 소리가 들려오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경찰들이었다. 이유인즉슨 문자가 주는 힘 때문인
[오피니언타임스=시언] 우연히 들른 가게 안은 CCTV로 가득했다. 카메라는 가게 전경과 간판 앞거리를 속속들이 비췄다. 고가품을 취급하는 가게도 아니었다. 내 원룸보다 조금 더 넓은 가게였다. 물건을 사면서 이유를 묻자 사장님은 치를 떨었다.“요새 정신 나간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다짜고짜 쌍욕을 하질 않나, 간판에 돌을 던져서 깨질 않나. 말도 마세요.”방금까지도 경찰서와 통화했다고까지 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고소, 고발에 증거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은 지인으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더구나 사장님과 직원 모두 여자인
[오피니언타임스=정수연] 선크림을 바르고 컨실러를 바른 뒤 파운데이션을 덧바른다. 밝아진 피부 위에 눈썹을 그려내고 눈 위아래에 섀도우를 바른다. 색이 칠해진 눈꺼풀 위에 아이라인을 빼고 속눈썹을 집는다. 마스카라를 바르고 뷰러를 이용해 한 번 더 속눈썹을 집는다. 립스틱을 사용해 입술에 색을 칠하고 입술 색에 맞춰 블러셔를 고른다. 광대를 따라 블러셔를 바르고 턱 부근에 섀딩을 넣는다. 거울을 본다. 완성이다. 벌써 1시간이 훌쩍 지났다. 이젠 머리를 매만져야 한다.매일 아침 필자가 거쳤던 과정이다. 솔직히 말해 모든 메이크업 과정을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1년에 많으면 네댓 번, 못 봐도 두세 번은 꼭 보는 무리가 있다. 대학생 시절 언론사 인턴을 같이 했던 친구들로, 나를 포함해 총 4명이다. 각자 바쁜 직장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지라 네 명이 다 못 볼 때가 있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작은 그룹은 서로의 일상과 속내를 공유하며 수년 간 이어져오고 있다. 당연히 이 친구들보다 훨씬 자주 보는 무리도 있(었)다. 한 달에 여섯일곱 번을 만나기도 했던 것 같다. 만날 때마다 즐거웠으며, 모든 구성원이 그다음 약속을 잡는 데 속도를 올리곤 했
[오피니언타임스=한성규] 월드컵을 보러 러시아에 왔다. 월드컵을 보러 그것도 무려 러시아까지 왔다고 하면 뭔가 돈도 많고 잘나갈 거 같지만 실상은 그 반대다. 나는 대한민국에서 꾸역꾸역 살아가는 30대 청년이고 돈도 없고, 직업도 없다. 그에 반해 시간은 많고 직장을 그만두면서 하고 싶은 일은 하면서 살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월드컵을 한다는 소식에 당장 러시아행 표를 끊어버렸다.맛있는 것 먹고 호텔에서 자고 하는 응원이 아니라 당연히 생계형 응원을 하고 있다. 숙소도 완전 시골에 있어 버스타고 다시 지하철타고 한 시간 반이나 걸려야 시내에
[오피니언타임스=김연수] 연락과 애정은 비례하지 않는다. 감정을 깊게 나누지 않았던 전 남자친구는 연락이 늦는 내게 묻곤 했다. “너는 내가 뭐 하는지 궁금하지 않아?” 연락을 꼭 자주 해야만 감정이 있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계속 주고받기에는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 현실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얼마 가지 못해 사귀던 남자친구와는 여러 성격 차이로 인해 이별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연락문제는 그저 연인 사이에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다.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함께 졸업한 친구들이 있다. 크게 싸
‘아우구스투스는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을 니힐리스트(Nihilist)라고 불렀다.’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는 열차의 도착(L'Arrivé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이라는 최초의 영화를 만들어 상영했다. 아무 스토리 없는 50초짜리 흑백영화. 화질도 아주 저급했지만 상영회가 벌어진 카페는 아비규환이 되었다. 참석한 사람들 중 일부는 실제로 기차가 카페 안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믿어 자리를 박차고 도망갔다. 2018년 현재의 관객들은 어떤가? 스크린 속에서 공
[오피니언타임스=최혜련] 1948년 첫 선거 당시 선거권은 ‘국민으로서 만 21세에 달한 자’에게 주어졌다. 이후 1960년 만 20세로 낮춰지고 45년이 지나고 나서야 만 19세에 이르렀다. 그리고 현재 선거권 연령을 만 18세로 낮춰 청소년에게도 참정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직 청소년은 타인의 영향에 의해 정치적 의견이 결정될 수 있고, 제도적으로 미흡하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반박하며 도돌이표같은 논쟁을 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일정한 연령이 되면 선거권을 가질
[오피니언타임스=김동진] 6.13 지방선거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총 17석의 광역자치단체장 중 단 2석만 차지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 다음날, 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6선의 중진 김무성 의원은 다음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원내대표를 지냈던 정진석 의원은 당이 세월호처럼 완전히 침몰했다고 말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당의 상황을 세월호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선거에 참패한 당의 상황이 완전히 침몰한 배와 같다는 절망감을 말하고 싶었을
[오피니언타임스=김우성] 대학생에게 6월은 기말고사를 치르고 여름방학을 맞이하는 시기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이던 3월에 개강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학과별로 한 학기 동안의 추억을 안주 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종강총회를 갖는 걸 보니 학기가 끝나가는 게 실감난다. 돌이켜보면 시간이 참 빠르다. 하루가 금방 저물고, 일주일이 금세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정신없이 달력을 넘기다보니 어느새 계절이 바뀌어 있다. 마음은 여전히 학기 초나 다름없지만, 두툼한 외투를 꺼내 입던 몇 달 전과 달리 반소매 셔츠를 찾는 요즈음, 확실히 시간이 흐르긴 흘렀구나
[오피니언타임스=고라니] 인천시 서구 가정오거리 일대는 한 때 폐허였다. 지하철역과 신축 아파트가 들어선 지금은 누가 봐도 살기 좋은 동네지만 재개발이 진행되던 몇 년은 좀비가 나올 법한 음산한 곳이었다. 의무경찰이었던 스물 두 살의 난 매일 밤마다 달빛도 들지 않는 빈 집들을 돌아다니며 노숙자와 우범청소년을 찾아다녔고, 가끔은 쓰레기로 가득한 놀이터에서 몰래 통닭을 뜯기도 했다.그보다 조금 더 전, 그러니까 재개발이 시작되기 전 이곳은 우리 할머니네 동네였다. 당시만 해도 우리 가족에게 명절날 여행을 간다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오피니언타임스=김경빈] 서구라고 부르는 이들에게서 개화기를 맞이한 아시아 국가들은 보통 ‘서구 사회의 산물에 대한 막연한 사대주의’를 공유하는 경향이 있다. 개화기 당시를 기준으로 보면 ‘기술적으로 발전된 것,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련돼 보이는 것, 수요에 비해 공급이 현저히 적어 귀한 것, 빈국에게 쏟아지는 선진강대국의 것’ 등등이 서구 문물이었으니 그런 사대주의의 시작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만 지금에 와서도 그 사대주의를 당연하다고는 할 수 없는 거다. ‘한국이 최고야!’ 하는 속칭 ‘국뽕’을 들이키자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