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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장은 혼잣말이 많다. 종류도 가지각색이다. 조용한 사무실에서 갑자기 "지금 상무님한테 가면 사람 많으려나"와 같은 퀴즈를 내기도 하고, "오늘 날씨 춥다던데 생각보다 따듯하네, 지구온난화인가"와 같이 충청도에서 세계 기후도 걱정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본사 얘네는 공장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이런 메일을 보내고 있어"라며 그의 현장 경험을 뻗대기도 하고, 오늘 점심엔 가방을 뒤지면서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기억이 안 나네"라며 영양가 없는 말도 읊조렸다. 처음엔 그의 혼잣말이 어려웠다. 내가 대꾸해야 하나 싶었다.
청년칼럼
이주호
2025.01.14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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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주호] "죽으면 값이 오른대"란 말은 "예술로 밥 벌어먹고 살기 힘들다"는 친구의 말에 다른 친구가 대답한 말이었다. 친구가 어이없어 하며 화를 내자 다른 친구가 머쓱한 듯 사과를 했다. 자기 딴에는 농담이라고 한 말이란다. 내가 봤을 땐 몇 번을 더 사과해도 부족할 실언이었다.그런데 '죽으면 값이 오른다'는 말은 불편하지만 '틀린'말은 아니다. 다시는 화가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일까. 작가가 죽으면 작품 값이 오르는 걸 왕왕 보게 된다. 특히 죽기 전 마지막 작품은 유작 프리미엄이라도 붙듯이 가격이
청년칼럼
이주호
2020.01.30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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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주호] 떠날 때면 항상 다음 행선지가 있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선 중학교를 갔다. 중학교를 졸업하고선 고등학교를 갔다. 한번 미스가 있긴 했다. 나는 대학을 한 번에 가지 못했다. 그래서 재수를 했다. 어쨌건 재수의 다음 목적지는 분명했다. 적어도 삼수는 아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해에 대학에 들어갔다.대학 생활이 순조롭진 않았다. 나는 경영학이라는 내 전공보다 문학에 더 기웃거렸다. 일 학년을 마치고 입대를 했다. 이 년이 흐른 뒤엔 전역을 했다. 나는 곧바로 복학했다. 전공에 대한 내 불만은 더 심해졌다.
청년칼럼
이주호
2020.0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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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주호] 자본주의라는 서사는 경쟁을 메인 테마로 삼는다. 더 좋은 서비스, 더 낮은 가격을 위한 경쟁, 대중들에게 더 알리기 위한 경쟁이 그렇다. 적자생존이 그러하듯 이 게임에 패배자는 도태된다. 오늘날 대기업이라고 불리는 유수의 기업들은 오랫동안 경쟁을 견뎌왔고, 견뎌내는 중이다. 그들이 우수했기에 경쟁을 이기고 대기업이 됐는지, 대기업이기에 쉽게 경쟁을 이겼는지는 모를 일이다. 그건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정도의 논란일 뿐이다. 꼭 자본주의 세계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경쟁은 자연의 법칙이다. 세계는 제로섬
청년칼럼
이주호
2019.12.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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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주호] 이번 학기에 고용관계론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다. 경영학과는 사실상 “피피티 만들어서 발표하기 학과”와 다르지 않다. 사실상 이 같은 수업 방식도 교수들의 매너리즘 중 하나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천한 학부생이 어쩌겠는가. 수업시간에 배운 것처럼 노조를 설립해서 파업할 수도 없는 일이다.이번 팀 프로젝트 과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사안에 대해 발표하는 것이다. 피피티 만들기는 백색소음과 함께 카페인이 무척이나 필요한 작업이다. 다행히 우리 집 가까이엔 카페가 있다. 오래 앉아 있어도
청년칼럼
이주호
2019.11.26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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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주호] 마케팅 공모전을 준비하던 중, 내 나이가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 되는 것을 알게 됐다.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 진학률이 높고 자기표현 욕구가 강하고, 온라인 쇼핑을 즐기고 게임을 하면서 과제까지 하는 즉 멀티태스킹에 능한 세대”라고 한다. 듣고 보니 크게 이의제기 하고 싶진 않다. 나이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출생한 이들을 일컫는다.뒤집어 생각해보면 지금 경제활동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그러니깐 20살부터 40살까지는 거의 대부분 여기에 해당된다. 우리 아버지도 '멀티태스킹에 능하다'는 것을 빼면 밀레니
청년칼럼
이주호
2019.10.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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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주호] 같은 말이라도 내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들린다. 나에겐 “암 걸릴 것 같다”라는 말이 그렇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조별 과제에 무임승차한 사람들을 보거나, 답답한 사람들을 겪을 때 쓰는 말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니, 뭐 얼추 맞을 수는 있는 말이다.“감기 걸릴 것 같다”라는 느낌은 잘 안다. 비가 내리는 데 우산이 없어 몸이 홀딱 비에 젖을 때면 으스스 한 느낌이 꼭 감기에 걸릴 것만 같다. 침을 삼킬 때도 편도가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목감기에 걸릴 것 같은 징조다.
청년칼럼
이주호
2019.09.0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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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주호] 일단 도서관에 왔다. 핸드폰으로 뒤적뒤적 늦장을 부린다. 글을 쓰자고 왔건만 글을 쓰기까지 어떻게든 늦춘다.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난다. 친구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이 재밌다고 한다. 그러니깐 공부하려고 앉으면 책상 정리가 재밌고, 책상 정리를 하려면 안 쓰는 펜 정리하는 게 더 재밌어지는 것같이 말이다. 어찌 됐든 어느 경우에도 책상 정리를 하다 공부가 재밌어지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내가 꼭 저 모습이다. 글 쓰러 와서 글쓰기 빼고 다 했다. 페이스북, 인스타, 다음 카페까지 쭉 훑고 나
청년칼럼
이주호
2019.07.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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