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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사나이는 울지 않는다’‘요리는 여자가 하는거 아이가’지금 들으면 지나가던 강아지도 피식 웃어넘길, 시대에 뒤처진 문장이 아직도 내 가슴 한 켠에 자리하고 있다. 쇼파에 파묻혀 리모콘을 만지작 거렸던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 불장난으로 담력을 가르쳤던 동네 바보, 아니 골목대장 형의 영향도 한몫한 것이 분명하다.“아빠, 이리 와봐”“응?”“나, 매니큐어 발라줘”그로부터 약 30년이 지난 지금, 나는 셋째 딸의 손톱에 어린이용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있다. 먼저 5살 된 셋째를 의자에 앉히고, 무릎을 꿇은 뒤 (그래야 매니큐
청년칼럼
심규진
2025.01.27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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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거리는 지느러미를 베어 물고 붕어의 눅눅한 배때기까지 한입 가득, 속성으로 허기를 달래본다. 일률적으로 생산되는 붕어빵이지만 공장이 연상되기는커녕 할머니의 손길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요즘은 붕어 뱃속에서 팥뿐만 아니라 슈크림, 피자, 고구마 등 다채로운 내장을 만날 수 있다. 심지어 잉어까지 등장했으니 붕어빵 역사가 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제 자기소개서가 잘 작성된 것인지 궁금합니다.”“한 달 동안 포트폴리오 구성에 집중해보았는데, 피드백을 받아보고 싶습니다.”취업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청년을 매월 20명 이상 만나
청년칼럼
심규진
2025.01.16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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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니스 심규진]고양이 집사로 살아가던 나에게 어느 날 찾아온 보물, 아들, 딸. 둘째가 생긴 후 눈물을 머금고 고양이를 지인에게 입양시키게 되었다. 그리고 약 2년 뒤 아이들과 함께 달팽이를 키우기로 결정하고 ‘송이’라는 이름도 붙여주었다.아이들이 처음 경험하는 또 다른 생명체. 보통 낮에는 자고 밤에 꼼지락 꼼지락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밥을 주고 때로는 만져보는 것을 좋아했고, 어느새 나도 서서히 정이 들어가고 있었다. “아, 맞다. 달팽이 밥줘야하는데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다)”“
청년칼럼
심규진
2020.12.23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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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책을 세 권 출간했는데 아마추어라고? 그렇다.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며 요즘 흔하게 들을 수 있는 글쓰기 강의도 들어본 적 없으며 전문가로부터 코칭을 받아본 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글을 쓸 생각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이러한 나의 글쓰기 방법에 ‘전략’ 이라는 육중한 단어를 덧붙여 아마추어의 글쓰기 전략(STRATEGY)을 논해보려고 한다.첫째, 공간(Space)이 필요하다. 글쓰기는 고도의 노가다 작업이다. 근데 이 노가다는 벌거벗고 하기에 나만의 공간이 필
청년칼럼
심규진
2020.10.20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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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심규진]생각이 난다 ♪ 홍시가 열리면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 ♩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 홍시 中 -두 아이의 양육은 아내가, 돈은 내가 벌어오기로 합의한 뒤, 나는 매월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사투하고 있다. 그런데 육아 4년차가 되자 새로운 한계에 봉착했다. 그것은 바로 ‘나는 엄마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나훈아는 홍시라는 곡으로 엄마의 존재성에 대해 명확히 꼬집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자녀들 가슴 속에는 아빠 대신 엄마가 새겨져 있다. 홍시가 열리면, 맛있는 음식을 보면, 예쁜 옷
청년칼럼
심규진
2020.06.1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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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심규진]오랜만에 지인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금의 회사를 너무 탈출하고 싶어서 이직을 결심했다고. 그래서 벌써 몇 군데 회사에 입사원서를 제출했다며 면접 합격 전략을 알려달라고 했다. 과거 대기업, 중견기업, 공공기관 정규직에 모두 합격하고 원하는 곳에 철새처럼 떠돌았던 나의 이력을 알고 있던 지인은 간절함으로 호소했다. 평소 SNS를 통해 무료취업상담을 하고 있던 나는, 이참에 이직을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공개적인 조언을 해보기로 했다.하나. 조급하면 모든 것을 망친다.이직을 결심한 사람들의 동기를 점검해보면 동료나 상
청년칼럼
심규진
2020.05.0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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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심규진]“아이고 아버님, 우시는 거예요? 걱정마세요 호호호호호”어린이집 원장님이 휴지 한 장을 뽑아서 건넸다. 울진 않았는데 눈물을 글썽거렸나보다. 원장님의 화통한 웃음이 괜스레 야속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저 아이를 집 밖으로 보내려니 마음이 무거운 것 뿐이었는데.‘웃지마세요! 웃지마! 나 심각하다고!’ 라며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해보지만 우리 아드님은 해맑게 웃으며 어린이집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어린이집 입학 전 학부모 상담을 했는데 보통은 엄마만 참석하지만 간혹 아빠가 함께 참석하기도 한단다. 여기서 ‘간혹’ 참
청년칼럼
심규진
2020.03.20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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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세요?’‘우아, 책도 출간하셨구나!’‘인세는 얼마나 받으세요?’책을 출간한 뒤 사람들은 나를 작가라 호칭한다. 어설픈 글 솜씨로 막무가내로 출간한 책이 과연 작가를 증명하는 인증서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책을 출간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의 출간 경험기를 바탕으로 작가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기 위해서이다. 물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하루아침에 김훈 작가나 유시민 작가처럼 될 순 없지만 내가 쓴 문장이 책이 되는 과정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일주일만에 출간하기’를 목표로 프로세스를
청년칼럼
하늘은
2019.12.26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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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하늘은] 노인의학 전문의인 페리시노토Carla M. Perissinotto 박사 연구에 따르면 기혼자 중 외롭다고 느끼는 비율이 62.5%에 이른다고 한다. 오히려 혼자 사는 사람 중에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경우는 26.7%에 불과하단다. 이 연구에 따르면 옆에 사람이 있다고 해서 덜 외로운 것도 아니며, 혼자 산다고 해서 무조건 외로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지 이제 3년. 그 시간 동안 외로울 틈이 전혀 없었다. 페리시노트 박사의 연구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매순간 행복을 맛보며 살았
청년칼럼
하늘은
2019.10.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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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의 용안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지?” (장혁수 役 손병호)“각하, 면도를 하겠습니다” (성한모 役 송강호)영화 『효자동 이발사(임찬상, 2014)』에서 배우 송강호는 얼떨결에 대통령의 머리를 깎는 청와대 이발사가 되었고 그의 눈으로 4.19 혁명, 제5공화국에 이르는 격동의 현대사를 볼 수 있다.나 또한 군대에서 얼떨결에 ‘깍새’가 되었는데, 소질이 없는데도 후임부터 고참까지 많은 사람들의 머리카락을 잘라야 해서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어떤 날은 곧 전역을 앞둔 병장의 머리를 정리하다가 ‘오발탄(이범선 作)의
청년칼럼
하늘은
2019.09.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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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하늘은] 90년대 초, 모방송사 TV쇼를 통해서 몰래카메라(몰카)라는 단어가 통용되기 시작했다. 설정된 상황에 당사자만 모르게 촬영했더니 그 사람의 인간적인 면모를 가감없이 볼 수 있어서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런 반응의 이면에는 ‘누군가를 속이는 순간’이 주는 짜릿함도 있었을 것이다.1인 미디어 시대가 열린 지금, 수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의 몰카를 방송하고 있다.‘xxx에게 죽은 척 하는 몰카’‘사기 당했다며 500만원 빌리는 몰카’‘여자친구에게 속이 안 좋다며 방귀 몰카’‘재벌3세 흉내 내기 몰카’‘
청년칼럼
하늘은
2019.07.0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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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심규진] 평생 원망했던 아버지. 어린 시절, 좋은 기억보다는 무수한 안 좋은 기억 속에 가려진 나의 아버지. 술을 드셨고, 가정을 내팽겨 치셨고, 결국 경제적 능력까지 상실한 육신의 아버지. 이제 그는 노인의 되어 거동이 불편하다. 연(緣)을 끊고 지낸 세월이 후회될 때도 있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분노의 앙금이 부모-자식 간 관계의 줄기를 연하게 만든다.내 자식이 태어나고 부모의 상황이 이해되기 시작할 때쯤, 다시 손을 내밀어 왕래를 시작했다. 그리고 어버이날을 맞이했다. 빠듯한 살림에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오히려
청년칼럼
하늘은
2019.05.08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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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 /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반짝이는 모래 빛, 낭만적인 가랑잎. 시인 김소월이 살고 싶어 했던 강변의 풍경은 여전히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 중에도 강변에 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원룸만이라도 탈출하고 싶은 것이 꿈일지도 모르겠다. 밑바닥까지 내려가면 고시촌 탈옥을 원하는 이들도 있지 않을까.고시촌에 도착한 뒤 그에게 한 첫 질문은 ‘숙면은 취하느냐’ 였다. 그의 답변은 ‘숙면 따위 중요치 않다’는 말로 일축됐다.침대에 누우면 발이 침대
청년칼럼
하늘은
2019.04.04 1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