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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광호]노동자는 노동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다. 노동자가 일을 못하면 소비도 자연 줄어든다. 위축된 경제는 사회 전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성장을 어렴풋이나마 기대했다. 비정규직에게는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정규직에게는 더 좋은 조건으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혹은 지금의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사회는 유지되어 왔다.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사회 전체가 멈출지 모른다는 위협은 '성장'이라는 환상을 걷어냈다. 동시에 세계의 민낯이 드러났다. 집단 감염이라는 위험은 분야를 가리지 않았고,
청년칼럼
이광호
2020.05.06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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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광호] 글을 쓰기 두려운 밤이 어김없이 찾아왔다. 깜빡이는 커서와 백지를 바라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문득 떠오르는 글감들을 낚아채어 몇 자 적어본다. 꾸역꾸역 진도를 나가다 모두 지워버렸다. 그런 날의 연속이었다. 글을 쓸 수 없었다. ‘O적O(OOO의 적은 OOO이다)’ ‘OO의 말은 OO의 말로 반박 가능하다’는 인터넷상의 글들을 너무 많이 봐서인지도 모른다. 그 글들의 주인공처럼 나 또한 이중성을 지니고 있으면서 너무 쉽게 누군가의 잘못을 지적하려 드는 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런 글들의 내용
청년칼럼
이광호
2020.01.15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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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사람답게 살기 위해선 세상의 속도에 맞춰야만 했다. 그 사실은 교복을 입기 전부터 너무나 자명하게 다가왔다. 어른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매일 집을 나섰다 때가 되면 돌아왔는데, 그들은 하루 종일 세상에 맞춰 구르느라 온 세상에 널린 피곤과 우울과 좌절을 온몸에 덕지덕지 묻히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감정은 세탁기에 넣어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아 나에게도 얼룩을 남겼다. 미래에 존재할 나의 삶이 너무나 두려웠다. 아아. 어른은 죄인이구나. 나도 어른이 되면 같은 벌을 받겠지. 그런 생각이 내 삶을 갉아먹고 있었다.
청년칼럼
이광호
2019.12.0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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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요구합니다.청년들이 분노합니다.여기서 말하는 국민과 청년은 누구일까. 사전적 정의를 따른다면 나는 두 집단 모두 포함된다.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진 국민인 동시에 대학을 다니고 있는 청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기에는 목에 뭐라도 걸린 듯 찜찜함이 남는다. 국민, 청년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호출하는 건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예를 하나 들어보자. 조국 전 장관의 사퇴가 국민의 요구라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국민이라면 당연히 동의해야 한다는, 혹은 국민의 대다수가 동의하고 있음을 전제로 하는 주장이다. 이 문
청년칼럼
이광호
2019.10.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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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요제에 참여하려 한다. 곡은 이미 나왔다. 그런데 멤버 하나가 부족하다. 원래 있던 기타리스트가 베이스를 치겠다고 하니 기타를 쳐 달라.’이런 부탁을 받았는데 거절했다. 오랫동안 기타를 안 치기도 했고, 주야장천 펑크만 해서 다른 장르는 쳐본 적도 없었다. 하지만 난 매정하지 못했다. 곡을 쓴 친구에게 빚이 있었다. 몇 년 전 무대를 함께 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공연을 얼마 앞두고 간 락페스티벌에서 뛰어놀다 다리가 부러져 펑크를 내버린 것. (▷관련기사: 오른발잡이의 왼발훈련기) 그 이야기를 꺼내려 하기에 급히 입을 막았
청년칼럼
이광호
2019.06.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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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이광호] 우연히 발견한 이름. 혹시나 싶어 클릭해봤더니 예상이 맞았다. 필자가 졸업한 고등학교 국어 교사의 글이었다. 야자시간에 관한 내용이었다. 교사의 눈으로 본 야자시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학생들은 잠을 자거나, 핸드폰을 하거나, 낙서를 하고 있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도 물론 있었다. 미술 교사는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그려 글 사이에 넣었다. 두 교사의 공동 작업이었다. 그 글은 ‘노력’과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아이들에게 강요한 시간은 무의미한 시간이 아니라 가엾은 시간이라고 말하며 끝이 났다.
청년칼럼
이광호
2019.04.1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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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 수준이 아니다. 더 위다. 몸통을 찾아야 한다.”여론은 승리와 정준영으로 시작된 수사의 칼날이 더 높은 곳을 겨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범죄의 핵심을 찾아 엄벌하고 재발을 막아야 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불법 촬영 범죄에 유착되어 있는 공권력의 고리를 찾아내는 건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들을 처벌한다 하더라도 성폭행 피해 영상을 공유하고 시청하는 문화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문화는 일부 혹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뿌리내려 양분을 얻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와 범죄 피해자에 대한
청년칼럼
이광호
2019.03.1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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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칼이 반짝인다. 피가 튄다. 쏟아지는 피를 몸으로 받아가며 사투를 벌인다. 에이즈나 간염 감염 위험성을 파악할 시간도 없다. 얇은 장갑과 마스크는 언제 뚫릴지 모른다. 그렇다고 환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 환자의 숨을 이승에 한 발자국이라도 가까이 두기 위해 의사는 위험을 무릅쓴다. 과로는 일상이다. 얼마 전에도 설 연휴에도 근무 중이던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이 순직하는 일이 있었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삶을 붙잡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하지만 그만큼 의사들의 일상은 위태로워져 간다. 외상센터는 삶과 죽음이
청년칼럼
이광호
2019.02.2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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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습작생들에게 등단만큼 간절한 소망이 또 있을까. 내 이름과 작품이 신문에, 문예지에 실리는 경험은 상상만으로도 짜릿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등단제도에 균열의 징후가 보이기 시작했다. 등단을 거부하는 작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문단 내 성폭력, 표절논란, 문단 권력 등 문단 내부의 문제들이 계속되는 가운데, 등단을 거치지 않고도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해졌기 때문이다. 기존 한국문학에 피로감을 느끼던 독자들의 호응 또한 그들의 존재에 힘을 보태고 있다.등단제도의 균열독자들은 새로운 작품을 찾는다
청년칼럼
이광호
2019.01.2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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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살까 말까 하는 고민은 결국 지름으로 끝을 맺기 마련이다. 고민은 배송만을 늦출 뿐이라는 신념 아래 살아왔지만 전자책 리더기 앞에서의 고민은 해를 두 번 넘길 때까지 계속됐다. 지름신의 결단을 돕기 위해 후기를 참고했지만 혼란만 커졌다. 책을 더 많이 읽게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적응이 안 돼서 중고로 처분하고 다시 종이책으로 넘어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극과 극의 평가였다.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요? 샀다.전자책을 사지 않은 이유소장이긴 한데 말이야구글에 ‘리디북스’를 입력하면 ‘리디북스 망하면’이라는 예
청년칼럼
이광호
2018.12.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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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대학 사이버 강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꿀강의와 그렇지 않은 것. 여기서 꿀강의란 출석, 과제, 시험이 쉽고 성적받기 좋은 과목을 뜻한다. 강의에 따라 일정 시간 이상 수강해야 출석이 인정되는 과목들도 있지만 일부 과목은 강의 수강 버튼만 눌러도 출석이 인정된다. 오랜 기간 강의 내용과 시험 문제가 바뀌지 않는 경우도 있다. 수년전 혹은 십여년 전의 내용이 그대로 반복된다. 이런 과목은 포털 사이트에 강의명을 검색하면 기출문제와 강의 내용을 정리한 ‘족보’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청년칼럼
이광호
2018.10.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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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하굣길 학교 캠퍼스에선 조그만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개강 겸 자율개선대학에 선정되었음을 자축하는 행사였다.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 기본역량 진단 평가에서 자율개선대학으로 선정된 다른 학교들도 플래카드를 달거나 홈페이지에 공지하는 등 기쁜 소식을 나름의 방식으로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개선대학에 들지 못해 정원 감축 및 재정지원을 받는 대학에선 총장이나 보직 교수가 줄줄이 사퇴하고 있다. 승리한 자들은 축배를 들고, 패배한 자들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경쟁이 대학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좋은 소식에도 기
청년칼럼
이광호
2018.09.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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