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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최하늘]대학 1학년 시절. 교양과목으로 ‘철학 개론’을 듣게 됐다. 너무 오래돼 교수 이름조차 생각나지 않는다. 그런데 수업시간 중 한 장면이 아직도 기억 속에 또렷하다. 교수는 ‘행복공식’이라며 칠판에 이렇게 적었다.행복=성취/욕망대학 때 배운 것 중 여태 기억되는 내용은 거의 없다. 공부를 소홀히 했던데다, 학부 전공과는 동떨어진 일을 하며 살아와서 그럴 것이다. 그 와중에 이 공식에 대한 기억 하나는 유독 선명하다. 그것이 지금 와서 나에게 영향을 미친다. 나의 변화로 이끈다. 내 안에 날아든 지 45년 만의 일이다
일반칼럼
최하늘
2020.04.0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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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최하늘] 나이 듦의 특권은 자유로움이라고 했다. 몸과 마음에 매임이 없으면 자유롭다 할 것이다. 나 역시 은퇴 후 그런 삶을 기대했다. 내 안의 욕망을 줄여가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우리 나이 예순셋에 은퇴를 선언하고, 3년이 흘렀다. 은퇴는 일반적으로 ‘주된 일을 떠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것은 인생에서 경험하는, 강도높은 충격이다. 미리 준비한 것은 없었지만, 은퇴 후의 삶에 그런대로 잘 적응해 왔다.그런데 요즘 평화롭고 고요하던 마음에 잡음이 인다. 무기력감이 몰려온다. 모든 게 시들하다. 삶의 무게
일반칼럼
최하늘
2020.02.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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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최하늘] 한 아이가 세 살 때 대학병원에서 뇌성마비 판정을 받고 12년을 휠체어에 앉아 살았다. 뇌성마비는 뇌 손상으로 운동기능이 마비되는 질환이다. 어느 날 물리치료사가 그의 증세를 보고 뇌성마비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검사해보니 소량의 도파민 약물로도 치료 가능한 세가와병이었다. 약을 먹은 지 이틀째 되는 날 아이는 제 방에서 걸어 나오며 말했다. “아빠, 나 이제 걷는다!”사람들은 이 상황이 되면 무슨 생각을 할까? 아이와 부모는 먼저 감사해한다. 고생하며 지난날들에 대해 억울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리라
일반칼럼
최하늘
2019.11.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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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경영사상가로 90세 나이에도 왕성하게 저술과 컨설팅 활동을 하고 있던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 1909-2005) 교수에게 누가 물었다.“거야 물론 이혼 안 당하는 거지….”그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GE의 잭 웰치나 Microsoft 빌 게이츠 같은 기업인들이 자신에게 영향을 준 최고의 경영학자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은 피터 드러커. 그가 평생의 나침반으로 삼은 말이 있다. “너는 죽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지?”드러커가 13살 때 일이다.
일반칼럼
최하늘
2019.10.1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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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최하늘] “뭘 해야 하지?”지난날을 돌아보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하프타임을 보내며 가장 많이 고민하는 대목이다. 내 인생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일들이 남아 있는데, 그것을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인생에 후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마지막 순간에 잔잔히 미소지을 수 있는 삶을 만들고 싶다.머릿속에 늘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동년배들을 만날 때면 그들의 삶이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들은 무엇으로 이 시즌을 살아가고 있을까. 내 삶에 힌트가 필요해서다. 어쩌면 어설프게 나의 답안지를 써 놓고 오답을 적고 있는 게 아닌지 확인해
일반칼럼
최하늘
2019.09.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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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최하늘] 실제로 내게 일어난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이 시도 때도 없이 밀려왔다. 보이지 않은 유령과 싸우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것 때문에 제법 시달렸다.원인을 찾아야 했다. 내 마음과 생각이 문제였다. 내 마음이 과거의 기억과 미래의 불확실성을 현재로 가져와 살고 있었다. 그 때문에 일어나지도 않을 여러 걱정거리가 나를 파고들었다. 그건 실제가 아닌 허상이었다. 그런 마음으로 사는 시간을 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시간’이라 불렀다.내 삶의 질을 좀 먹는 심리적 시간에서 빨리 도
일반칼럼
최하늘
2019.08.2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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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얼마 전 아내가 내게 한 말이다. 중대한 도전 앞에서 행여 실수하거나 실패할까 봐 긴장하는 젊은이에게 해 줄 법한 조언이다. 이 말을 예순다섯 나이에 듣는다면 조금 문제가 있다.“응 알았어. 잘할 능력도 안 되고…”“당신 성격도 그렇고, 다시 옛날처럼 그럴까 봐 그래…”누구보다도 나의 성향을 잘 아는 사람이기에 노파심에서 한 소리일 것이다. 그러고는 잊어버렸는데, 오늘 아침 그렇게 혼잣말하는 나를 본다.“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그런데 지금 내가 무얼 그리 잘하려고 하는 거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딱히 그
일반칼럼
최하늘
2019.07.10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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캥거루는 벽을 넘었습니다,동물원의 벽을.하나님 맙소사,벽이 어찌나 높던지요.하나님 맙소사,세상은 어찌나 아름답던지요.43살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가까스로 의식은 회복했지만 몸 전체가 마비된 채 살아야 했던 프랑스 언론인 장 도미니크 보비(1952-1997)가 읊은 ‘캥거루의 노래’다. 그는 이후 남은 인생 15개월 동안 자신의 유일한 소통수단인 왼쪽 눈꺼풀을 20만 번 이상 움직여 책 ‘잠수복과 나비’를 냈다. 그리고 8일 뒤 나비가 되어 날아갔다고 한다.그 높은 벽을 뛰어넘는 용기와 치열함이 있었기에 그는 누구도 만나지 못
일반칼럼
최하늘
2019.06.06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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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최하늘] 오랜만에 하늘이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대모산길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공터에 마련해 놓은 쓰레기 분리수거장에서 열심히 종이 박스들을 정리하고 있는 경비아저씨를 본 아내가 혼잣말을 한다. “저분 정말 성실해 보인다…” 70대 초반은 돼 보이는 연세임에도 더 없이 밝은 표정으로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이 좋아 보였나보다.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치는데 이 어르신이 우리 하늘이를 보고 귀엽다며 반색을 하더니 걸음을 멈춘다. 자기네 집에도 말티즈 치와와 비숑 같은 아이들이 여럿 있단다. 화제가 강아지
일반칼럼
최하늘
2019.02.0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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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래~.”“당신이 이제 ‘그래’라는 말도 하는구나. 남의 말 죽어도 안 듣던 사람이….”거실에서 내 머리에 염색약을 발라주고 있던 아내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에 있었던 대화의 한 토막이다. 이 때 무슨 말이 오갔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내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응, 그래~”라고 대답하는 자신에게 스스로도 적잖이 놀랐던 기억이 또렷하다.피식 웃음이 난다. 그 순간 이순(耳順)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공자는 나이 육십을 이순이라고 했다. 사람이 예순 살이 되면 귀가 순해져 모든 말을 객관적
일반칼럼
최하늘
2019.01.02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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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최하늘] 요즘 들어 젊어 보인다든가, 젊게 사는 것 같다는 말을 간간히 듣는다. 기분 좋으라고 해주는 소리인줄 뻔히 알면서도 마음에 위로를 얻는다. 인사치레라 하더라도 전혀 터무니없는 소리는 아닐 터이니, 어딘가에 조그만 근거는 있을 것이다.젊어 보인다는 것은 제 나이보다 덜 들어 보인다는 의미일 것이다. 흔히 나이가 한창 때인 것처럼 살거나 혈기 왕성하게 사는 사람을 보고 젊다고 얘기한다. 다른 사람 눈에 내가 잠시라도 그렇게 비쳐졌다면 감사한 일이다. 가만히 그 이유를 가늠해본다. 이제 나는 가히 전투적이라 할
일반칼럼
최하늘
2018.11.2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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